(文學) 四修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5587601
안전장치를 푸는 쇠붙이 소리가 산골짜기의 정적 속에 음산하다.
나는 무심중 귓바퀴의 상처에 손이 갔다. 호도껍질처럼 까칠한 감촉이 손끝에 어린다. 지나간 조각조각의 단상들이 질서 없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엄습해 온다. B와, 경희와, 곰과, 공기총과, 걷잡을 수 없는 착잡한 감정이다.
“겨누어. 총!”
구령에 맞추어 사수는 일제히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B의 심장에 붙인 붉은 딱지에 총을 겨누었다.
순간 나는 내 정신으로 돌아왔다. 최종에는 내가 이긴 것이라는 승리감 같은 것이 가늠쇠 구멍으로 내어다 보이는 B의 심장 위에 어린다. 그러나 나는 곧 나의 차디찬 의식을 부정해 본다. 어떻게 기적 같은 것이라도. 정말 기적 같은 것이 있어 이 종언의 위기에 선 B를 들고 달아날 수는 없는 것인가고…. 방아쇠의 차디찬 감촉이 인지의 안배에 싸늘하게 연결된다. 내가 쏘지 않아도 다른 네 사수의 탄환은 분명 저 B의 가슴의 빨간 딱지 표지를 뚫고 심장을 관통할 것이다.
“쏘아!”
구령이 끝나기가 바쁘게 일제히 ‘빵!’ 소리가 났다. 나는 아직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여기 B와의 최후 순간의 대결에서 나는 또 지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나마 그와의 대결의 대열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총신이 위로 퉁겨 올라가는 반동을 느꼈을 뿐이다. 화약 냄새가 코를 쿡 찌른다. 그 때는 이미 B는 다른 네 방의 탄환을 맞고 쓰러진 뒤였다. 그는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나에게 이겼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총소리와 함께 나 자신도 그 자리에 비틀비틀 고꾸라졌다. 극도의 빈혈이었다.
“이제 의식이 완전히 회복돼 가는가 봐요.”
눈을 떴다.
옆에 경희가 서 있다. 찬 수건으로 내 콧등의 땀을 닦아 내고 있다. B와 나란히! 아니. B는 없다. 경희도 아니다. 무표정하게 싸늘한 아까의 간호원이다. 내가 이겼는지. B가 이겼는지. 내가 이겼어도 비굴하게 이긴 것만 같은 혼몽한 속에서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떨어졌다.
완전한 패배와 상처뿐인 승리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버즈3프로가 버즈3보다 10만원 비싼 값어치를 함? 둘 중 뭐살지 고민중인데
-
곧 있으면 상병 전투휴무날 심심해서 간만에 글 써봐용..
-
선동하는 글이 많아졌네요 요즘 대학수준 이러면서 까내리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게 느끼짐
-
ㄹㅇ인가?
-
당정대 긴급회동…'내년도 정원 3천58명' 대학총장 요구안 논의 2
최상목 대행·이주호 부총리·조규홍 복지·장상윤 사회수석 등 비공개 회의 교육부,...
-
최고의 동기부여 0
페이 구인글 찾아보기 그래도 아직은 많이벌긴 한다..
-
좀무서움
-
전문직에 경력 다쌓이고도 세후영끌 5xx만이 끝인 씹스캠인데 이제 모든 면허증이 이렇게 되려나? 아
-
배신감 드넹 4
국어 잘한다고 해서 봤는데 포마ㄴ한에서 논란생기고 런했었네
-
오랜만이에요 1
모두 맛점!
-
들어봤던 사람들 참견 좀 해주세여 ㅜ 1,2월에는 김상훈의 문학론 독서론 탔는데...
-
그게 안될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
토익 문법 이제 4개 정도 틀림 항상 틀리는 문제만 틀리더라 파트 6은 쉬움 파트...
-
첫 정답자 1000덕 드리겠습니다!
-
HMM..... INTERESTING
-
팔로워 3명만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ㅜㅜ 말에 힘이 안 실리는 느낌
-
저번부터 항상 다른 글들은 뭔 주장을 하든 알빠노인데 노력 대우 희생 선민의식...
-
갑자기 학교 갈아타고싶다는 열망이 존나 올라옴
-
대학공부안하고 0
딴짓 ㅈㄴ 하고 있어 어떡해 동아리, 그림공부, 일본어, 수학 너무 재밌는 걸
-
[속보] 공군 "KF-16에서 MK-82 폭탄 8발 비정상 투하" 1
공군 "KF-16에서 MK-82 폭탄 8발 비정상 투하" 공군 "비정상 투하 폭탄...
-
수의뱃달고 2
의대글 쓰기
-
수능날 똥을참도 풀어도 방어 잘될거같은 그런과목 뭐라고들 생각하시는지
-
다같이올라가야하는데말이죵
-
다 내가 분쟁의 소지가 될 글을 올린 탓이니 참겠는데 이건 좀 긁힘 0
전문연구요원 갈 수 있음 가고 싶지 당연히 썅 ㅅㅂ 그게 쉽지 않으니까 현실과 이상...
-
의사랑 결혼하고 싶음
-
기출 회독은 무의미 하다 << 이거 어떻게 생각함? 3
유튜버 중에 기출 회독을 지양하는 사람이 있던데 기출을 계속 회독하게 되면 내용이...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
모밴인가 2
뭐지 잡담 태그 달고 쓰니까 안 보이네
-
전과목 자습ebs사설인강으로 독학 했음 친척형 의대생이었는데 왜 과외 받아볼 생각을 못햇지..
-
의사뿐만이 아님 회계사도 소리소문없이 당했고 이제 곧 치과의사,한의사,약사,대기업...
-
그냥 궁금해서
-
한번 씩 쳐볼껀가요?
-
노력과 인풋의 가치가 정말로 휴짓조각이 되는걸 보고싶다면 7
굳이 직업가지고 싸울필요 없고 90년대 일산 노원 서초 송파 30평대 차트 보고오면 됨
-
ebs 피셜임 문학 영역에서는 보기를 참고해서 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지를 묻는...
-
죄송합니다
-
굳이 0
사명감과 페이를 같은 선상에 놓고 흑백논리로 비교해야 함? 피나는 노력에 대한...
-
카운터에 쿠로미 인형이 있는데 점주의 취향일까...
-
중요도 말이에요 기출 먼저 마스터 하고 사설 푸는게 낫겠죠??
-
개념, 기출, N제, 실모 등등 전부 합해서 1년에 얼마정도 쓰나요
-
하방? 4
야간수당도 제대로 못받는다는데 계산해보면 시급 3000원 정도 된다고 열정페이...
-
오르비 망햇구나 5
에휴이 탈릅 해야하나
-
고 했는데 그냥 사람이 밉네요... 나랑 완전히 의견이 다른 사람이다 하더라도 그...
-
메인글 올라갔네 1
신기하구만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은 옆집 김씨 의견이라 모르겠고 점메추좀
-
잡담태그좀 달자 4
이건 매너라고
-
김승리 강민철 0
강민철 수강생이고 강기분 6주차 진행중임 오늘 김승리 tim ot에서 t1보고...
-
자부심 이런 거 말고 실질적으로 좋은 것좀 자랑하듯이 써주세여

평가원만 알아요??: 내가 맞으면 맞다해 이것드라
ㅠㅠㅠㅠ 이것이 현실....
인실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