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에 썼던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5086724
나는 지금 얼마나 성장했나
20200801
한 시 조금 넘어서 잠이 들었다.
처음 아팠을 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지났고 몸과 머리가 커졌다. 여전히 나는 아픈 사람이었다. 삶의 어떤 순간에도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때 다가오는 묵직한 마음이 있었다. 그 때 어렴풋이 아픈 것이 어떤 의미인가 생각했다.
그럼에도 매몰되지 않고 살았다고 회상한다. 내가 붙든 것들은 나의 질환과 상관없이 온전했다. 성취도 사람도 그러하다. 빛나는 사람들. 어떤 절망 앞에서도 밥은 따뜻하게 먹길 바라주었던 가족들. 마음을 썼던 흔적들. 입에서 독을 내뱉어서라도 지키는 게 기꺼웠던 사람들. 스무 살의 앞과 뒤는 이런 기억들과 맞닿아있었고 나는 길거리를 성큼성큼 쏘다니던 인간이었다.
스물다섯의 나는 어떠한가. 시는 온몸으로 쓰는 거라던 시인마냥 서슬 퍼런 인간이 못 되어 내 몸은 쉽사리 짓무른다. 분노는 이제 동력이 되지 못하고 시시한 복통만 유발할 뿐이다. 한 발짝 정도 물러나서 이야기하고 한 발짝 정도 뒤에서 화를 내는 사람. 관점에 따라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무뎌진 만큼 편해지진 않았다.
드라마 <SKY캐슬>의 혜나를 사람들이 욕할 때도 나는 미지근하게 마음이 쓰라렸다. 그것 말고는 별 다른 수가 없다면 혜나는 징그럽기보단 꿋꿋한 아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서 버텨내기 위해서는 말랑한 마음을 제 손으로 일그러뜨리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고 누나는 혜나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혜나가 드라마에서 꽤 이르게 죽었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한 혜나를 볼 수 없었다. 다만 드라마가 엉뚱하게 끝나고 나서 문득문득 생각은 했다. 혜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래야만 하던 상황들에 아직 사로잡혀 있을까.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 지난한 상황들에서 놓여나고서는 미워할 시간을 가졌을까. 아니면 문득 치미는 화에 당황하며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을까.
어제는 애인과 사운드마인드에 갔다. 다시 만나기로 한 날 듣던 음악을 들었다. 조금만 더 있다 일어나자 말했을 무렵 두 사람이 들어왔다. 우리를 보며 수군대고, 사장님에게 술을 권하고 - 진상이란 말이 사람이 된다면 저렇겠다 생각이 들 즈음 일어났다. 계산하는 우리를 보며 킬킬대며 웃다 오빠 가잖아, 그렇게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 계속 어떻게 했어야 했나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나라면 테이블로 가서 상기된 얼굴로 잠깐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을 터이고, 더 어린 나는 눈물을 터뜨렸을 텐데 스물 다섯의 나는 계획이 없었다. 그냥 배만 조금 아프고 울적했다. 답이라도 알면, 아니 안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은 명료했을텐데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화를 버틸 수도 없고 아무렇지 않을 수도 없다면 무엇을 해야하는 거지? 혜나가 생각났다. 시퍼런 눈으로 사과를 씹었을까,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눈물을 떨궜을까. 아니면 태연한 척 지나갔을까. 사실 그것도 마땅한 답이 되진 않았다.
자정이 넘어 도착하고 애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누워서 행복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혼자 두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열일곱을 거쳐 스물을 거쳐 스물다섯까지. 헤매던 날들에도 그 말에는 기댈 수 있었다. 그런 말들이 붙잡아준 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부끄러워서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반정도 답을 내렸다. 어떤 사람이 되든 사람을 아끼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어떻게 행동하든 미움에 마음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서툴어도 그런 마음으로 가다보면 서른 다섯 쯤의 나는 좀 더 세련미 넘치는 인간이지 않을까 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행착오로 다져진 배짱 두둑하고 익살스러운 서른 다섯 인간. 어쩐지 사랑스러운 느긋한 인간. 사실 그런 나를 상상해보다 혼자 우스워져서 좀 웃기도 했다.
어떻게 나는 잘 잤다. 내일은 그 전부터 보고 싶던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늦잠도 잘 것이다.
0 XDK (+15,500)
-
15,000
-
500
-
국어실모 ㅈ박은거 서킷x 3회 40분컷 만점으로 상쇄. 0
기분조쿠만
-
1등급 80후반.2등급 70중반 거의 12점 차이 나네
-
여기다시 올까봐 겁난다...
-
국어 4등급이고 우기분 문학 나오면 독서랑 같이 들으려고 했는데 10월에 나온다고...
-
작수,올해 6평 9평 문학은 한문제도 안틀렸는데 독서랑 화작땜시 맨날 2등급떠서...
-
집돌이라 ㄹㅇ 모름.노래방 가나.
-
쉬운문제집인데 안풀려요
-
유빈의 개들에게 1
올해 빡모랑 이미지, 이해원, 이로운, 강대x, 히카 다 풀어본 사람 있음??...
-
2등급 치명타임?
-
오늘 밤에 산챡햐야지
-
지금 차영진t 팔로워 들으면서 한완기 풀고 있는데 4점부터는 좀 막혀서 차라리...
-
ㅈㄱㄴ
-
조회수는 훅훅 올라가는데 글은 1분에 한두개도 잘 안 올라오네
-
그냥 기분이 그럼
-
지금은 푼 실모중 실수 안한걸 찾기가 어려운데
-
ㄷㄷ
-
후두부, 명치, 낭심 제대로 한 대 맞으면 어디가 가장 아픈가요? 10
별 일은 아닙니다 순수한 호기심이 들더군요 절대로 폭력을 행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
국어는 풀어도풀어도 안풀린다
-
특히 독서..는진짜..... 연계하는데 연계강의는 ㄹㅇ 배경지식쌓는데만...
-
아쉬울 게 없어서 그런가 우리는 컴공만 아니면 3.0만 넘기면 거의 다 된다는데...
-
써보고싶다
-
강민철t가 한 말 중에 공감되는게 확실히 사설 독서는 괜찮은데 문학이 평가원이랑...
-
도서관으로!!
-
흡연하는데 1
수능냄새나네 킁카
-
물1 다 까먹음 2
-
아수라 중간합류 0
아수라 중간 합류 하신분들 총정리 과제는 어캐 하셨나유
-
포기를 넘어서서 그냥 아무생각 자체를 안하고싶음 전원버튼 꺼버리고싶네 여태까지...
-
국어 노베 기준 4
-
자꾸 해설지에서 a와 전체평균이 같으니 bc평균이 14다 이걸로 푸는데 이거 싫고...
-
하지만 버텼죠?
-
아직 안 왔는데 어제 시킨 건 오늘 왔네… 사흘 전에 시킨 교재가 중요한데.. 강탈당했나
-
ㄹㅈㄷ네
-
덕분에 5점상승 기모찌하다해야하나 ㅈㄴ빡치네이거 역설적인감정이 드는구만
-
언어가 편의성이 좋네 같은 한국말맞나
-
공부하기 ㅈㄴ싫어지네 이거땜에 집갔다올수도없고 걍탈주할까
-
9평 수학2 영어2 경제1 이면 그래도 목표라인대에서 특출나진 않더라도 평타이상은...
-
점수떨어졋는데 영어공부도해야해? 하 주황색 워마꺼내야해?
-
사람들 최저 못 맞추면 웃길듯ㅋㅋ
-
이건 취향임?
-
그냥 그 지역의사제 실시해서 그 지역의사 할 사람 뽑눈다고 하면 나 수도권 사람인데...
-
[물2러의 물1 이야기] 물1에서 용수철 단진동이 등장하기 힘든 이유 2
안녕하세요.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러 왔습니다. 물1의 n제나 각종 모의고사들을...
-
물리잘하고싶어요 7
우으으....!!
-
협문>전화기 이정도인가 오르비보면 연고 내에서 체인지하시는 분들 좀 봐서 놀람 복전 전과 안되나
-
그립습니다 0
텐공..
-
공부 시로시로
-
에바임? ㅈㄱㄴ 영어 할 시간은 꽤 많은 편,, 영어 17지문+순삽 강의 1강 듣는 중
-
(독강플) 모든 것[과학, 기술, 철학, 경제]의 역사 0
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의외로, 수능 독서에서 가장 많이...
-
9평 수학 확통 3등급 나왓구요 확통은 3단원을 아직 잘 몰라서 거기에 해당하는...
아니 이상한게 왜 이런 수필씩은 우리대애들만자꾸쓰냐 교수때문인가 스랍때문인가알가다고모르겠다
ㅋㅋㅋㅋ 그냥 원래 혼자 글 찌끄리는 거 좋아합니다,, 읽어보시면 교수랑 스랖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걸 알 수 있음
저도 이런글혼자새벽에삘받아서끄적끄적해요 그리고 일어나서 삭제함
ㅋㅋㅋ8월 1일에 쓴 글인걸 보면 저는 저때 썼던 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이런 글이란게 무슨 글인진 모르겠지만 저한텐 기억에 남는 글임..
오홍 글쿤요 저는 2월에 생일임
오....얼마 안남으셛네오
그릏네요 히히 재밌게 보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