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4Answer [592707] · MS 2015 · 쪽지

2021-01-09 23: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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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글 재구성)사촌동생에게 공부로 농락당한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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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6년, 본인이 고대에서 학점으로 무쌍을 찍으며 뭇 친척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시절 이야기이다. 


본인의 외가는 일년에 한 번 그 지역  펜션에 모여서 고기도 구워먹고 친목하는 자리가 있는 매우 사이좋은집안이다. 


일은 외가에서 막내로 이쁨받던 내 사촌남동생의 도발로부터 시작된다. 


다들 거의 성인인 집안에서 같은 항렬에 있는 몇 안되는 잼민이라 그런가, 툭하면 어른들에게 장난치고 다니는 개구쟁이인 이 친구는 당시 외숙모에게 핸드폰을 압수당해 너무나 심심했는지 맥주 한잔 걸치고 방안에서 오버워치나 깔짝대던 내가 타겟이 되고야 말았다. 


루시우 잡고 궁쓰다가 같은팀 토르비욘과 서로의 부모님 안부를 물어보는 한타중이라 나는 이친구의 접근을눈치챌 새도 없었고, 어느새 이친구는 내 옆으로 와 극한의 깐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형은 맨날 게임만해?"

"응"

"왜 맨날 게임만해?"

"삶이 재미없어서."


당시 토르비욘과 싸우다가 닷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던 시점이라 난 이친구의 말을 다 받아줄 생각이 없었고, 이친구는 심심했는지 더 큰 이니시를 걸기 시작했다. 


"형 근데 맨날 겜만 하는거 보니까 공부 개못하지?"

"응 공부 개못해. 병신이야."


이쯤되면 내가 귀찮아하는걸 좀 눈치채고 빠질것이건만, 자랑스러운 K-잼민이, 결국 나에게 폭탄발언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형 그럴거 같았어ㅋㅋㅋㅋ형 진짜 공부 개못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니깤ㅋㅋㅋㅋ"

"잘생겨보인다고?"

"아니 형 존나 못생겼는데 공부도 못하게 생겼다고ㅋㅋㅋ"


나는 그 말을 듣자 이 친구를 어떻게 엿을 먹여야 할까 뉴런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택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응 너 사람 잘본다야. 나 공부 개못해. 저기 안암공전이라고 서울에 전문대 다니는데 엄마가 그래서 내 학교얘기도 못해ㅠㅠ"

"그럴줄 알았어ㅋㅋㅋ형 딱봐도 공부 못하게 생겼다니까. 난 공부 잘해. 반에서 2등이야"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우울한 시늉을 했다. 


"그래...넌 꼭 공부 열심히 해서 인생 나처럼 되지 말으렴..."


그렇게 나는 그 친구에게 전문대형아가 되었고, 평생놀림권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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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때는 2017년, 나는 반수해서 한 지방의 의대를 가게 되었고, 당시 외가 행사에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한나는 모든 사후처리를 동생에게 맡겼다. 


잼민이의 주적이 무엇이냐? 바로 위의 중학생이다. 


그리고 당시 중학생이던 내 동생은 남 곯려먹는데는 내 쌍싸다구를 후리는 두뇌회전을 보여주던 사람이었다. 


당시 상황을 전해들은 나는 배꼽을 잡고 뒤로 넘어가고야 말았다. 


동생은 그 친구하고 얘기하다가, 넌지시 '그 전문대형아'얘기를 꺼냈다. 


"야 우리오빠 그래도 이제 전문대 아니야. 지잡대 의상예술학과 갔다고."


그 친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지잡대래ㅋㅋㅋㅋ과도 의상예술학과라고 존나 구리다ㅋㅋㅋㅋ'거리면서 폭소를 터뜨렸다고 들었다. 


그리고 후일담으로는, 그 얘기를 자랑스럽게 자기네 엄마(내 외숙모)에게 꺼내면서 지잡대형아 거리다가 외숙모한테 뒤지게 혼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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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ㅇ아 니 오르비하는거 다 안다. 이 글 보거든 언능 와서 이 전문머형아에게 쪽지로 인사나 박고 가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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