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가 할 게 못 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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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길고 진지하고 지루한 글입니다.+개인의 경험이 반영되어있어 편향되어 있을 여지 다분
암튼 제목에 이어서 N수를 해도 성적이 잘 안 오르는 부류가 있고, 오르는 부류가 있는데, 오르비에서는 거의 항상 '해 보기 전에는 모른다.'하지만,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95%는 구분 가능한 비교적 정확한 저만의 판별 방식이 있습니다. 간단한 질문 하나입니다.
'내가 문제풀 때 얻은 내용을 즉시 남에게 알려줄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실력이 갖춰져 있는가?'
더 정확히 말해서는,
'적어도 현재 내가 아는 내용에 대해서는 100% 이해가 된 상태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실수로 틀린 것 중 '100% 아는 내용만' 더 맞춰도 원하는 데를 갈 수 있어 수능을 더 이상 안 볼 수 있는가?'
해당 질문에 대해 '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열심히만 한다면 N수 95% 이상 성공합니다. '아니오'라고 말했는데도 수능 최상위권인 분들은 정말로 지능이 높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최소한 제가 몇 해동안 지켜본 결과,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문제를 보고 자연스럽게 풀고 이를 설명하기 힘든 사람은, 본인의 사고 유연성은 좋지만 이를 논리적인 단계로 쪼개 설명할 수 없거나 실제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그냥 공부하면 오르니 논외로 삼아 봅시다. 이런 부류의 분들은....걍 N수하세요. 진짜 그동안 공부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온거지 열심히 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오릅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네'라고 답변한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답변한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봅시다.
이분들은 틀린 문제에서 어디까지가 자기가 배운건지, 안 배운 건지를 아는 사람입니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 제 재수 실패 요인을 말해보면, 제일 단순히 얘기하면 '실력 부족'이었어요. 아무리 연기된 수능에서 연기된 일주일동안 공부 안 하고 몸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한들, 18수능 때 받은 물리1 4등급은 제가 봐도 기본기부터 시작해서 기본기와 기본기 사이를 잇는 논리적 단계까지 하나도 제대로 잡혀있는 게 없어서 생긴 결과였습니다. 머리가 그렇게 좋은 게 아니면서 현역 때 대강 직관직관 이런 식으로 풀어서 수능에서 백분위 98 나왔다고 논리적 단계를 만들지 않고 풀이법이 보인다 싶으면 문제를 맞았든 틀렸든 시간이 오래 걸렸든 넘어가며 생긴 폐해였죠.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지능으로 극복이 안 된다면 이 논리적 단계가 가장 중요하겠다 여겨 교과서부터 사서 정의부터 시작해서 정의된 개념이 서로 어떤 연관 관계를 가져서 문제에서 같이 물어볼 수 있는가를 다 따져봤습니다. 논리적 단계를 다 하나하나 제 손으로 만들어본 거죠.
이러한 일을 겪고, 제 생각이 최소한 틀리지는 않았다는 걸 증명한 게 재작년 수능(2020학년도 수능)이었습니다. 2019년에 제가 수험 공부를 했냐고요? 아니요. 대학 학점 따느라 공부만 했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냥 취미 생활로 제가 삼수하며 만들어둔 논리적 사고 단계를 바탕으로 그냥 문제 질문 있으면 답해주고, 이 방식 그대로 과외 학생들에게 전수했고, 그 외의 시간에는 거의 항상 오르비에서 상주했습니다. (당시 제가 있었던 시간대를 기억하는 오르비언이 있다면 '이 사람은 잠도 아껴가며 하루종일 오르비하냐'했을 정도;;) '수험생으로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시간표'로 2019년을 보냈고, 그냥 수능만 설렁설렁 봤습니다.
근데 이게 뭐람? 정작 이 수능으로 지금 대학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얻으면서 제가 느낀 바는 '남들에게 바로 알려줄 수 있는 실력이면 최소한 그 만큼의 실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구나'이었습니다. 부족한 거 없이 적어도 이 부분만은 알고 있다고 자각하고, 이를 남에게 알려줄 만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판을 짜뒀는데도 수능장에서 이 부분 문제를 선지를 잘못 봤거나 조건을 다르게 보는 등의 실수로 틀린 거라면 N수를 해서 모르는 부분 메꾸기도 쉽습니다.
다만 진짜 골치 아픈 케이스는 어디까지 아는지도 모르겠고 실제로 이를 다 배워야 하는 케이스죠. 이 분들이야말로 로또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분들은 N수를 하겠다 다짐하면 최단시간에 최대한의 노력을 집어넣어 어떤 방식이든 자기 역량의 한계(이 글에선 이걸 '지능'이라고 가볍게 퉁쳤습니다.)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이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타파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논리적 단계를 하나하나 만들어내며 소극적으로 극복했고, 저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이보다 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넘어설 궁리를 해야겠죠.
이 글에서 굳이 'N수 하지 마라', 'N수 해라' 이런 식으로 단정적으로 답을 내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나 자신만의 한계 극복법을 구상해낼 수 있으면 N수는 나름 기대해볼 만한 도전이 될 것이고, 수능 실패 요인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나 타 강좌 등에서 찾는다면 썩 만족스럽지 않는 N수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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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적으로 국어는 정복이 안되는 과목인 것 같아요. 또 재수결과 보면 수시긴 괜찮은 학생들이 대학 더 잘가니까 깡정시일수록 안되겠다 싶으면 빨리 탈출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내신이 좋아서 최저높은 수시 넣을 수 있는 학생일 수록 선택지가 많아서 좋다고 생각해요.
요약하면 메타인지가 좋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