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star [1003212] · MS 2020 · 쪽지

2021-01-02 1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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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소장용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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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초등학교 1학년. 꽤 오래전의 이야기.
당번이라 놀이터의 쓰레기를 줍던 당시의 나는 꽤 화나있었다.
나는 분명히 초등학교 놀이터에 있는데 쓰레기라고는 담배꽁초와 빈 술병밖에 없는 것이었다.
왜 하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교장실에 갔다.
머리가 빠질대로 빠지고, 조금 남아있던 머리마저 하얗게 변해버린 그 노인은
무슨일로 교장실까지 찾아왔냐며 자리에 나를 앉힌 후,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음료수를 꺼내주셨다.
멍석을 깔아주시니 기분이 좋아진 나는 도대체 내가 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담배꽁초를 줍는지 모르겠고, 외부인 통제가 전혀 안되기 때문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 분은 수첩을 꺼내들고 내가 말하는 내용을 열심히 받아적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화가 잦아든 나는, 들어갈 때의 당당함과는 달리 쮸뼛쮸뼛 교장실을 걸어나왔던 것 같다.
명절 때,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조카를 보고, 오랫동안 잊고있던 이 일이 생각났다.
나는 저 아이가 나름의 진지함으로 토해내는 의견들을 진지하게 수첩에 받아적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일까?
난 잘 모르겠다.
아직도 그 분의 진중한 태도와 따뜻한 눈빛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로부터 얼마 후 놀이터로 곧장 이어진 작은 골목길에는 저녁이면 닫히는 철문이 생겼었다.
끔찍한 글솜씨지만 글로 남기고싶었다. 이 일을 조금이라도 자주 되새기고 그분의 자세를 조금이라도 본받고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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