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효의 상승효과 [994942] · MS 2020 · 쪽지

2020-12-31 23: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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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부에 정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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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작> 수강생과 긴 카톡 상담을 마치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쓰는 글


1. 수학 강사 선택에 있어서

강사는 각자 자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한다.

특정 강사가 강조하는 중요한 부분이나 학습의 방향성은

어떤 특정한 학생 집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학생의 현재 상태에 따라서 대략적으로 집단이 나뉘어지는데

교과서 개념으로 돌아가서 기본적인 정의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고, 

문제풀이에 필요한 능력, 즉, 행동영역,

문제해결력과 추론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거나

어떤 학생들은 시간 단축을 위한 계산력 연습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강사가 컨텐츠를 준비함에 있어

이런 학생은 이런 수업을 듣고 저런 학생은 이런 수업을 들으세요,

라고 모든 수업을 다 준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효율도 떨어진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부분의 강사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또는 자신이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어떠한 방향성을 잡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해야 성적이 오른다, 라고 제시한다.

그 방향이 어떤 집단의 학생에게는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에게는 정답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강사도 알아야 하고, 학생도 알아야 한다.

강사도 스스로가 믿는 것이 절대 진리라고 믿는 순간 무너지고,

학생도 이 강사만이 정답이라고 맹신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강사의 말을 적절하게 흡수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고,

본인에게 필요한 수업을 통해 성적을 올릴 수 있을 테니까.


100% 파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걸 끊임없이 파악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강사는 도움을 주는 사람일 뿐이다.

공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A강사의 방향이 맞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단계를 지난 시점에서는 B강사의 방향이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2.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수능 고득점을 위해서는 지식과 능력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내용영역, 개념이라고도 부르는 지식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그 지식을 머리속에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본인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개념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식을 암기하는 것에만 치중하면 능력향상이 멈추게 되므로 

개념을 다 알아도 시간제한이 있는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에서는 증명이 학습에 필수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만약 개념이 어느 정도 잡힌 학생이라면, 

행동영역이라고 부르는 능력향상에 더 치중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 많은 양의 문제를 풀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스킬만 배워서 문제를 풀다 보면,

그 스킬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될 경우, 평가원에 저격을 당해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교과서는 왜 어려울까, 그런데 왜 필요할까.

나도 강사를 처음 시작하고 수능을 가르칠 떄는

교과서가 수능대비에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특히 가형1등급컷이 100점이었던 2015수능 전후

수능의 변별력이 많이 약화되고 27+3체제인 시절에는

누가 더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지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 모르고 증명 따위 안해도

기계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능의 변화 속에서 강의를 계속하는 동안

더이상 그런 방식의 공부가 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학생들의 결과를 보면서 경험했다.

이제는 실력이 있는 학생은 수능을 잘보고 수리 논술도 합격한다.

어설픈 실력이 있는 학생은 성적의 진동이 심해졌다.

후자인 학생을 단기간에 기출분석 특강이나 실전모의고사만으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교재의 내용을 고민하고 고민할수록

점점 더 기본에 다가가게 되고, 내가 도착한 곳이 교과서다.

결국 내가 강조하는 모든 것들은 교과서에 다 있고,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순서들은 놀라울 정도로 유기적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예시들로 설명이 되어 있다.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 혼자서 교과서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인것을 안다.

교과서는 독학용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니까.

수학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내용을 유기적으로 잘 설명해 줄 때

교과서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현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수업에서 교과서를 강조할 때

많은 학생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교과서에 대한 안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내용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교과서를 보는 것이 맞다.

시험은 반드시 교과서에 있는 내용에서 출제되므로.


4. 정답은 없다

아마 몇년이 지나거나,

혹은 올해 6월/9월 평가원 모의평가가 치뤄지고 나면

나 스스로도 다른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능 대비를 한다는 것은

수능이라는 시험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능은 변화하는 시험이다. 경향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나도 강사로서 변화를 캐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그걸 교재와 강의로 만들고, 학생들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유연성이 없으면 부러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학생이든 강사든 공부의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것이 바로 직전 시험에는 맞을 수도 있지만, 

그 다음 다시 진화한 수능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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