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 중 하나이다”의 해석 [2021수능 정치와법 5번 이의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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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클래스 국어 강사 이해황입니다.
제가 논리학 기반으로 국어를 강의해와서 그런지, 2021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정치와 법 5번 문항의 “각각 ~ 중 하나이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제법 받았습니다. 그간 유튜브나 오르비 댓글 등 개별적으로 간략히 답변해왔는데, 자세한 설명을 남겨둘 필요가 있는 듯하여 글을 적습니다. 다양한 분들께 검토 받느라 공개까지 시간이 걸렸네요.
논의가 제법 길기 때문에 세 줄 요약부터 적어둡니다.
1. 2021정치와 법 5번 문항은 정답이 바뀌거나, 추가되어야 한다.
2. 왜냐하면 "a와 b가 각각 X와 Y 중 하나이다"는 "a가 X와 Y 중 하나이고, b가 X와 Y 중 하나이다"와 논리적으로 동등하기 때문이다.
3. 즉, "a와 b가 각각 X와 Y 중 하나이다"는 {a는 X, b는 X}, {a는 X, b는 Y}, {a는 Y, b는 X}, {a는 Y, b는 Y} 네 가지 가능성에 열려있다.
덧: 국어 강사가 다른 과목까지 웬 오지랖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란은 특정한 문장꼴의 보편적 해석과 관련이 있으므로, 저로서는 수험생들을 위해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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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 중 하나이다”의 해석
이해황
2021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영역 정치와 법 과목 5번 문항은 정답이 바뀌거나, 추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출제기관은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관련 답변 자료』에서 ‘정답에 이상이 없음’이라고 발표하였다. 이 글에서는 해당 문제가 왜 출제오류인지 밝히고자 한다.
I. 표현법
간결한 논의를 위해 필자는 간결한 표현법을 도입하고자 한다.
X&Y: X이고 (동시에) Y이다. &는 관례적으로 쉼표(,)로 나타낼 수 있다.
X∨Y: X이거나 Y이다. X∨Y는 X&Y인 경우를 포괄한다.
X∨Y: X이거나, 아니면 Y이다. X∨Y는 X&Y인 경우를 배제한다.
a는X: a는 X이다. 혹은 이에 상당한 문장.
{a는X, b는Y}: a는X와 b는Y가 동시에 성립하는 세계. 순서쌍이 아니므로, {b는Y, a는X}와 뜻이 같다.
II. ‘각각’이 들어간 문장의 해석
수능 사회탐구 영역, 과학탐구 영역 등에 ‘각각’이 들어간 문장들이 자주 나온다. 필자는 이를 순차적 해석, 포괄적 해석, 배타적 해석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1. 순차적 해석
ㄱ. a와 b가 각각 X와 Y이다. = {a는X, b는Y}
ㄴ. a, b, c가 각각 X, Y, Z이다. = {a는X, b는Y, c는Z}
‘각각’ 앞에 나온 대상과 뒤에 나온 대상이 순차적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에 ‘순차적 해석’이라고 이름 붙였다. 관련 기출예문은 다음과 같다.
● ㄱ의 ‘께서, 에’는 앞말이 각각 주어, 부사어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군. 2006 9월 모의평가 국어 13번
● A, C의 궤도 반지름은 각각 r, 3r이다.2020 수능 물리I 8번
● A, B, C는 각각 a, b, c 정책을 추진한다.2012년 민간경력자일괄채용 PSAT 언어논리 24번
● ㄱ, ㄴ, ㄷ에서 밑줄 친 부분은 각각 관형어, 목적어, 부사어의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2005 수능 국어 13번
당연하지만, “a와 b가 각각 X이다.”는 {a는X, b는X}로 해석된다. 관련 기출예문은 다음과 같다.
● A와 B 두 팀이다. 두 팀은 각각 500권의 정책홍보책자를 제작하였다.2016년 5급공채 PSAT 언어논리 28번
2. 포괄적 해석
ㄷ. a와 b가 각각 X와 Y 중 하나이다.
= {a는X, b는X}∨{a는X, b는Y}∨{a는Y, b는X}∨{a는Y, b는Y}
ㄹ. a, b, c가 각각 X와 Y 중 하나이다.
= {a는X, b는X, c는X}∨{a는Y, b는X, c는X}∨{a는X, b는Y, c는X}∨{a는X, b는X, c는Y}∨{a는X, b는Y, c는Y}∨{a는Y, b는X, c는Y}∨{a는Y, b는Y, c는X}∨{a는Y, b는Y, c는Y}
ㅁ. a, b가 각각 X, Y, Z 중 하나이다.
= {a는X, b는X}∨{a는X, b는Y}∨{a는X, b는Z}∨{a는Y, b는X}∨{a는Y, b는Y}∨{a는Y, b는Z}∨{a는Z, b는X}∨{a는Z, b는Y}∨{a는Z, b는Z}
‘각각’ 앞에 나온 대상 모두가 뒤에 나온 대상 중 하나가 되는 세계를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포괄적 해석’이라고 이름 붙였다. 뒤에 나올 배타적 해석과 견주어 ‘비-배타적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다.
ㄹ과 ㅁ의 해석이 참일 경우 ㄷ은 자동적으로 참이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ㄹ, ㅁ과 관련된 기출예문을 하나씩 소개한다.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물리I 5번]
A, B, C는 각각 도체와 반도체 중 하나이다. 에너지띠의 색칠된 부분까지 전자가 채워져 있다.
※이해황 주: 참고로 A와 C는 도체, B는 반도체에 속한다.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화학II 13번]
(가)와 (나)의 결정 구조는 각각 단순 입방 구조, 체심 입방 구조, 면심 입방 구조 중 하나이다.
※이해황 주: (가)는 단순 입방 구조, (나)는 체심 입방 구조이다. 이때 (가)나 (나)가 면심 입방 구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포괄적 해석과 모순적인 것은 아니다.
3. 배타적 해석
ㅂ. a와 b는 X와 Y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
= {a는X, b는Y}∨{a는Y, b는X}
= {a는X, b는Y}, {a는Y, b는X} 중 정확히 하나이다.
ㅅ. a, b, c는 X, Y, Z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
= {a는X, b는Y, c는Z}, {a는X, b는Z, c는Y}, {a는Y, b는X, c는Z}, {a는Y, b는Z, c는X}, {a는Z, b는X, c는Y}, {a는Z, b는Y, c는X} 중 정확히 하나이다.
ㅂ과 ㅅ은 ‘각각’이 없지만, ㄱ~ㅁ과 견주어 볼 만하다. 앞에 나온 대상이 뒤에 나온 대상에 중복해서 대응될 수 없기 때문에 ‘배타적 해석’이라고 이름 붙였다. ‘각각’ 앞에 나오는 대상의 개수와 뒤에 나오는 대상의 개수가 동일해야 한다. 관련 기출예문은 다음과 같다.
● A와 B는 반도체와 절연체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2011 수능 물리I 3번
● X와 Y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2015 수능 물리1 12번
● (가)와 (나)는 태평양 적도 부근 해역에서 관측된 바람과 구름양의 분포를 엘니뇨 시기와 라니냐 시기로 구분하여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2019 수능 지구과학I 12번
● ㉠~㉢은 0, 1, 2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2020 수능 생명과학I 17번
● A~C는 기관, 기관계, 조직을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고, (가)~(다)는 A~C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2021 수능 생명과학II 4번
● Ⅰ~Ⅳ는 2ms, 3ms, 5ms, 7ms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2020 수능 생명과학I 15번
III. 포괄적 해석과 배타적 해석의 관계
‘각각’ 앞에 나온 대상 중 둘 이상이 동시에 뒤에 나온 대상 중 하나가 되는 세계를 포괄하면 포괄적 해석, 배제하면 배타적 해석이다. 시험에는 ㄷ~ㅁ 같은 포괄적 해석 문장을 제시한 후, 추가 정보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되게끔 설계된 문항이 제법 많다. 이는 사후적으로 같아진 것일 뿐이므로, ㄷ~ㅁ을 처음부터 배타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화학I 10번]
A~D는 각각 O, F, Na, Mg 중 하나이다.
※이해황 주: “A~D는 각각 O, F, Na, Mg 중 하나이다.”만 주어졌다면 포괄적 해석에 의해 A~D 중 적어도 둘 이상이 동시에 Na이거나, F이거나, Na이거나, Mg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제시된 그림으로 인해 그러한 가능성이 닫힌다. 이온 반지름은 원자의 고유한 특성인데, A~D의 이온 반지름은 서로 동일하지 않으므로, A~D는 서로 다른 원자라는 것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A~D는 각각 O, F, Na, Mg 중 하나이다.”의 해석은 결과적으로 포괄적 해석에서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된다.
[2018학년도 수능 지구과학I 3번]
㉠과 ㉡은 각각 지구 자기권과 오존층 중 하나이다.
※이해황 주: “㉠과 ㉡은 각각 지구 자기권과 오존층 중 하나이다.”만 주어졌다면 포괄적 해석에 의해 ㉠과 ㉡ 둘 다 지구 자기권이거나 둘 다 오존층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제시된 그림으로 인해 그러한 가능성이 닫힌다. ㉠은 자외선을 통과시키지만, ㉡은 자외선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 자기권과 오존층을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 차이이므로, ㉠과 ㉡은 둘 다 지구 자기권이거나 둘 다 오존층일 수는 없다. 따라서 “㉠과 ㉡은 각각 지구 자기권과 오존층 중 하나이다.”의 해석은 결과적으로 포괄적 해석에서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된다.
[2019학년도 수능 생명과학I 3번]
ⓐ와 ⓑ는 각각 광합성과 세포 호흡 중 하나이다.
※이해황 주: “ⓐ와 ⓑ는 각각 광합성과 세포 호흡 중 하나이다.”만 주어졌다면 포괄적 해석에 의해 ⓐ와 ⓑ가 동시에 광합성이거나, 동시에 세포 호흡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제시된 그림으로 인해 그러한 가능성이 닫힌다. ⓐ는 빛에너지를 흡수하지만, ⓑ는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이는 광합성과 세포 호흡을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 차이이므로, ⓐ와 ⓑ는 둘 다 광합성이거나 둘 다 세포 호흡일 수는 없다. 따라서 “ⓐ와 ⓑ는 각각 광합성과 세포 호흡 중 하나이다.”의 해석은 결과적으로 포괄적 해석에서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된다.
IV. 오류 바로잡기
ㄷ~ㅁ 같은 포괄적 해석 문장이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되는 기출문제가 흔해서인지, 이들을 처음부터 배타적 해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착각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도 이를 잘못 답했다가 추후 수정한 적이 있다.
_출처: 국립국어원
ㄷ꼴 문장에 대해 수정 전 답변은 배타적 해석이 옳다는 것이고, 수정, 보완된 답변은 포괄적 해석이 옳다는 것이다. 앞서 강조했듯, ㄷ꼴 문장은 포괄적 해석이 원칙이다. 단지 추가 정보를 통해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수정, 보완된 답변이 옳다.
그런데 2021학년도 수능 사회탐구(정치와 법) 5번에 복수정답 논란이 일어서 그런지, 국립국어원은 비슷한 질문에 최근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_출처: 국립국어원
그런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 ㄷ꼴 문장은 원칙적으로 포괄적 해석이 옳고, 추가 정보에 의해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될 수 있을 뿐이다. ㄷ꼴 문장 자체로 중의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2021학년도 수능 사회탐구(정치와 법) 5번을 살펴보자. 출제기관은 ④를 정답으로 확정했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③이 정답이다.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는 각각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이하 ‘이의제기 문장’)는 ㄷ꼴 문장이다. 이는 포괄적 해석에 따라 “갑국의 정부 형태는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고, 을국의 정부 형태는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와 뜻이 같다. 즉,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는 둘 다 대통령제일 수도, 둘 다 의원 내각제일 수도 있다.
뒤에 나오는 정보들은 갑국과 을국의 차이를 제시하지만,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정당의 의회 의석률 자체는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이 아니다. 갑국에서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정당의 의회 의석률이 과반이 아닐지라도, 그 당이 다수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표에서 (가)에 대한 갑국과 을국의 대답이 다른데, (가)에 들어갈 질문이 확정되어 있지는 않다. 만약 (가)에 정부 형태를 구분 짓는 질문이 들어간다면 이의제기 문장은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되어 이해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포괄적 해석으로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①, ② 모두 옳지 않은 설명이므로, (가)에 들어갈 질문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든 확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이의제기 문장은 배타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으므로,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즉,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가 둘 다 대통령제이거나, 둘 다 의원 내각제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제 ③을 살펴보겠다.
③ (나)에 ‘국민이 선거를 통해 행정부 수반을 직접 선출하는가?’가 들어갈 수 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행정부 수반을 직접 선출하는 정부 형태는 의원 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다. 만약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가 둘 다 대통령제일 수 있다면 ③은 옳고, 그렇지 않다면 ③은 그르다.
결국 이의제기 문장의 해석이 관건이다. 이의제기 문장이 배타적으로 해석으로 축소된다면,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가 둘 다 대통령제일 수는 없으므로 ③은 옳지 않다. 반면 포괄적 해석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가 둘 다 대통령제일 수 있으므로 ③은 옳다.
앞서 살펴봤듯,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정당의 의회 의석률 차이는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이 아니다. 또한 ③은 (나)에 한정하여 묻고 있기 때문에, (가)에 어떤 질문이 들어갈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의제기 문장을 배타적 해석으로 축소하여 이해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③은 옳다.
그런데 출제기관은 이의제기 문장을 근거 없이 배타적으로 해석한 후, ③을 정답에서 배제했다. 따라서 ③이 정답에서 배제한 것은 오류다.
무엇보다 이의제기 문장을 포괄적으로 정확히 해석한다면, ④는 정답이 될 수 없다.
④ (나)에 ‘의회 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존재하는가?’가 들어가면, 을국과 달리 갑국의 행정부 수반은 법률안 거부권을 가진다.
(나)에 ‘의회 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존재하는가?’가 들어가면, 갑국의 ‘예’는 행정부 수반이 소속되지 않은 정당 중 의회 의석률이 과반인 정당이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이는 과반 의석률인 정당보다 더 적은 의석률(35%)인 정당에서 행정부 수반이 선출되었다는 뜻이므로, 갑국의 정부 형태는 의원 내각제일 수 없다. 따라서 갑국의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로 확정된다. 그리고 대통령제에서 행정부 수반은 법률안 거부권을 가진다.
문제는 ④의 ‘을국과 달리’라는 표현이다. 이의제기 문장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경우, 갑국의 정부 형태가 대통령제로 확정된다고 해도, 을국의 정부 형태는 확정되지 않는다. 을국은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정당의 의회 의석률이 과반이므로, 정부 형태가 대통령제이든 의원내각제이든 ‘예’라고 답할 수 있다. 이때 을국의 정부 형태가 의원내각제라고 단정하는 것은 오류이다. 이는 이의제기 문장을 배타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을국의 행정부 수반은 법률안 거부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단정한 ④는 옳지 않다. 을국의 정부 형태가 대통령제일 수 있으므로, ④처럼 단정적 표현을 정답으로 발표한 것은 오류이다.
정리하자면, 출제기관은 이의제기 문장이 배타적으로 해석되기 위한 제한조건을 주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이의제기 문장은 원칙적으로 포괄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이에 따르면 정답은 ④가 아니라 ③이다. 만약 국립국어원의 최근 답변처럼, 이의제기 문장을 중의적으로, 즉 포괄적 해석이나 배타적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③은 ④와 함께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V. 해석과 사상
두 집합 □와 △에서, □의 모든 원소가 △에 빠짐없이 대응되면 이 관계를 □에서 △로의 사상(mapping)이라고 한다. 이때 □를 정의역, △를 공역, △ 원소 중 □의 원소에 대응되는 원소의 집합을 치역이라고 한다.
이때 공역과 치역이 같다면 전사 사상, 정의역의 서로 다른 원소가 공역의 서로 다른 원소에 대응되면 단사 사상이라고 한다. 전사 사상이면서 단사 사상이라면 전단사 사상이라고 하며, 일대일 대응이라고도 한다.
이제 앞서 살펴본 각각의 해석을 사상으로 이해해보자. {a, b, …}를 정의역 □, {X, Y, …}를 공역 △라고 하고, □의 원소의 개수를 m, 공역의 원소의 개수를 n라고 나타내겠다.
1. 순차적 해석
ㄱ, ㄴ과 같은 순차적 해석은 전단사 사상이며, 사상의 개수가 단 1개이다. 단, “a와 b가 각각 X이다.”와 같이 n=1일 때는 전사 사상일 뿐, 단사 사상은 아니다.
2. 배타적 해석
ㅂ, ㅅ과 같은 배타적 해석은 전단사 사상이며, 사상의 개수는 m!(=n!)개가 가능하다.
3. 포괄적 해석
ㄷ의 경우 m=n이므로 전단사 사상을 구성할 수는 있지만, 항상 전단사 사상이 나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상의 개수는 mn개가 가능하다.
#검토의견
현대청운고 박지성 국어 선생님('파란문법' 저자)
선생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제 설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정치외교학부 수료생 모 씨
선생님의 복수 정답 허용 요청 취지에 동감합니다. 언어가 의미할 수 있는 문언상의 해석 가능성을 관습의 명목 하에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학문과 배움의 근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한국논리학회 회장 역임 모 교수님
*포괄적 해석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는 각각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
‘~ 각각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라는 표현은 ‘갑국과 을국은 각기 대통령제이거나 의원 내각제라는 정부 형태를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갑국과 을국의 정부형태는 아래의 네 가지 가능성이 있다.
<갑 (대통령제), 을 (대통령제)>, <갑 (대통령제), 을 (의원내각제)>,
<갑 (의원 내각제), 을 (대통령제)>, <갑 (의원 내각제), 을 (의원 내각제)>
또한 소수의 의원 수를 가진 정당에서도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으므로 의회 의석률과 관계된 지문에서의 정보는 첫 번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각각 ~ 중 하나이다”는 포괄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③의 정답 여부
갑국의 정부 형태와 을국의 정부형태가 모두 대통령제일 경우 (나)에 ③에서의 질문이 들어갈 수 있다. 양국의 정부 형태가 모두 대통령제일 경우는 앞에서 고려한 첫 번째 가능성에 해당한다. 따라서 ③은 정답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④의 정답 여부
④에서 “을국과 달리 갑국의 ...” 라는 표현은 ‘을국의 행정부 수반은 법률안 거부권을 갖지 못하지만 갑국의 행정부 수반은 법률안 거부권을 갖는다.’를 의미할 것이다. 만약 대통령제에서는 행정부 수반이 법률안 거부권을 가지지만 의원 내각제에서는 행정부 수반이 법률안 거부권을 갖지 못한다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④는 갑국은 대통령제이고 을국은 의원 내각제라는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④의 (나)에 대해 을국이 “예”에 해당한다는 것이 을국이 의원내각제라는 것을 보증해주지 못한다.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도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고 앞에서 보았듯이 양국이 모두 대통령제일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합당한 해석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옳은 것이고, 평가원에서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해당 문제에는 분명 주어졌어야 할 제한조건이 누락되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정답을 결정지을 정도로 필수적인 조건이었습니다. 이의제기 기간도 끝났고 정답이 바뀔 가능성은 없겠으나, 평가원에서도 해당 문제의 결함을 인지하고 아쉬움을 가졌으리라 믿습니다. 향후에는 이와 같은 실수로 수험생들이 곤혹스럽지 않을 수 있게, 더욱 엄밀한 출제 검토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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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통 실전개념이 수1,2 실전개념만큼 필수적으로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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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생각하니 200년 국정운영 어케한거임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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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파크 해보셧나요 20
진짜 꿀잼임요 그리고 돌아가면서 의도치 않은 트롤짓하면 재미가 배가 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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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는 남녀 혼합인데 여자있음 집중안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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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님들 4
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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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8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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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얘는 500년넘게 어케버텼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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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실수 a,b,c라니 실수를 3개나 하셧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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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에서 탈출하고 싶은데 2등급 목표면 어떤 강의가 좋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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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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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고 수학 미적 백분위 95-98 정도 나왔고 공통보단 미적을 못하는 편입니다
의심 없이 풀어서 다행이었네요.
시험장에서 이것 때문에 등급이 바뀐 수험생이 몇 있던데...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이런 취지로 이의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평가원에서 이상 없다고 끝낸 게 너무 아쉬워요.
읽으면서 머리가 아팠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선생님. 올해 이 문제 때문에 서울대 지원도 못하고 삼반수하게 생겼습니다ㅜㅜㅜㅜㅜ
구제방안은 없는거겠죠??
정말 눈물만 납니다..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생각한 학생들이 틀리도록 설계된 문항이므로, 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답 확정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제 글이 많은 공감을 얻는다면 누군가 나서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강의든 글이든,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저 이해 황
ㅋㅋㅋ '논리 황'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
평가원이 생명과학에서는 '각각 ~ 중 하나이다'와 '순서 없이'의 차이를 잘 알고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문제를 내던데... 참 안타깝네요
안 그래도 기출예문 찾으라 전개년 수능, 모의평가를 싹 뒤지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순서 없이'는 수능 기준으로 2011 수능 물리I 3번에서 최초로 사용됐던 것 같아요. 이후 쫙 퍼진 것 같고요. ㅎ
이거 생명에서 되게 자주 나오는 발문인데
생1 평가원도 한 번 틀리게 낸 적 있어서 ㅋㅋㅋ
혹시 어떤 문항인지 알 수 있을까요?
16학년도 수능인데,
보라색 형광펜 부분을 ㄹ이 1일 때 ㄷ도 1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하면 답을 못 내요
ㄹ이 1이라서 ㄷ은 2다 로 해석해야 답이 나와용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
괴목을 넘나드시면서 이런 깨알같은 논리 오류까지 찾아내주시는 모습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네요. 앞으로도 수험생들에게 도움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저는 아마 평가원에서는 위 16 수능 생명에서의 사례 때문에 쉽게 인정을 못 한 것으로 보이네요. 이게 인정된다면 저 당시 문항에 대해서도 소송이 들어올 여지가 꽤 크니까요.
정답 확정 후 90일까지 소송이 가능합니다. 이 문항에 대해 인정되더라도 그 이전 수능은 다툴 수가 없습니다.
수능에서 아무 생각없이 풀다가 저 발문에 꽂혀서 고생 좀 했습니다ㅠ 결론적으로 저 문제는 맞혔지만 시간 배분에 실패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았네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깔끔하게 출제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ㅠ
네. ㄹ, ㅁ이 성립한다면 이 문항은 정답이 변경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는 각각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는 각각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단, 갑국과 을국의 정부 형태는 서로 다르다.)
샘의 말씀은 출제의도에 부합하려면 ( )와 같은 단서를 주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거죠?
네. 아니면 ㅂ처럼 나타냈어도 간결하고요.
혹은 질문과 답변을 한 줄 추가해서, 갑국과 을국이 어떤 정부 형태인지 고정되도록, 그래서 이를 근거로 나머지 선지를 판단하도록 설계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래 지문은 7급 국가직 PSAT 모의평가 언어논리 9번에 나온 서술입니다. 선생님 의견처럼 '서로 다른'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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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티오글리콜레이트 배양액을 담고 있는 5개의 시험관(㉠~㉤)에 ‘절대 호기성 세균’, ‘미세 호기성 세균’, ‘통성 세균’, ‘내기 혐기성 세균’, ‘절대 혐기성 세균’ 중 하나를 배양한 결과를 나타내며, 각 시험관에는 서로 다른 세균이 배양되었다.
감사합니다. psat도 좀 뒤적거려 봐야겠습니다^^
'각각' 표현 뒤에 '중'이 붙는 순간 고등학교 수학에 나오는 '순열과 조합'에서 '조합'의 경우가 되어버리고, 거기서 두 집합의 교집합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시키는 조건을 붙여주냐 안 붙어주냐의 차이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각 문장의 수학적 해석은 전단사 사상 여부로 이해하면 제일 간단한 듯합니다. :)
좋은 칼럼이군요.
고맙습니다. :)
선생님 의견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는 정법 기출은 그러지 않았다며 이런 의견은 정법을 푸는 자세가 아니라던데 어떻게 말해줘야될지 난감했었습니다.
본문의 아래 검토의견을 제시하시면 됩니다. 문제가 정확하기 때문에 수능이 권위를 가지는 것이지, 수능이 권위를 가졌기 때문에 문제가 정확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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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의미할 수 있는 문언상의 해석 가능성을 관습의 명목 하에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학문과 배움의 근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아래 기출예문을 보여줘도 됩니다. 아래 두 예문은 1:1대응되는 식으로 해석될 수 없죠.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물리I 5번]
A, B, C는 각각 도체와 반도체 중 하나이다. 에너지띠의 색칠된 부분까지 전자가 채워져 있다.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화학II 13번]
(가)와 (나)의 결정 구조는 각각 단순 입방 구조, 체심 입방 구조, 면심 입방 구조 중 하나이다.
정법 기출을 풀면서 논리구조에 혼란이 오는 상황이 꽤 있었지만 수능이 얼마 안 남았으니 관행대로 풀자 하며 넘겼는데.. 이해황T마저 오류라고 말씀하시니 ㅠㅠ
혹시 또 논리구조가 이상한 문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같이 검토해보겠습니다.
이걸 예견했던 내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