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전과 후 서울대 합격 수기 6. '아프고 특이한' 내가 공부를 통해 얻은 의미는 무엇인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4083846
읽기 전에 말씀드립니다.
사실 이 수기를 쓰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한 주의 끝까지 밀어놓았었습니다.
스스로를 마주보는 게 너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솔직하게 썼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수기를 읽어주셨던 분이라면 이 수기도 마음 내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이 힘드신 분들은 이 편은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22살의 봄 저는 기대에 부풀어있었습니다. 원하는 학교/학과에 합격했다는 게 행복했고, 학교 생활도, 과외를 통한 경제 활동도 이제 온전히 누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년이면 스물 여섯이 되는 저는 올해 1년 반째 휴학중입니다.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뭉근합니다. 3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그때의 저는 예측할 수 없었고, 이리 저리 흘러갔던 일들을 내다볼 수 없었지요. 그게 안타깝고 풋풋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재재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저는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열심히 가르친 과외 학생들과의 인연도 있었고, 찾아온 합병증과 잡히지 않는 컨디션으로 인한 절망도 있었고, 인간 관계와 스쳐간 사람들에 대한 기쁨과 슬픔도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것들은 새롭게 다니게 된 이 학교, 그리고 학과와도 관련이 있지만, 어떤 것들은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대부분 그랬네요.
수기 2-2편을 쓰며 제가 수능에서 얻은 수확을 '작은 승리'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겐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저는 '작은' 이란 단어를 붙였던 것이 적확한 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물 둘의 저는 아마 훨씬 대단한 수식어를 붙였을 것 같지만요.
결론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수능'이 준 기회는 많았으나, '수능' 자체가 해결해 준 것은 많이 없었다고. 수능으로 얻게 된 이 학벌이 나에게 준 경제적인 기회도 있었고, 전혀 똑똑한 사람이 아님에도 내 의견을 누군가가 조금 더 귀담아 들어준다는 것도 분명 사실이었으나 결국 그 후의 일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수능을 준비하며 내가 깨닫게 된 '노력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과외 학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나에게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저는 옛날의 독기를 되살려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아마 제가 아파서 더 그럴 거라 생각도 합니다. 제 마음이 많이 작아질 때는 이 사실이 분하고 슬플 때도 있습니다. 사실 많습니다. 몸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했던 3년 전의 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3년이라는 시간동안 아마 수능을 준비했던 시간에 준하는 노력을 했다 하더라도 육체적/정신적/경제적 궁핍이 다 해결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때의 막연한 승리감이 아마 제게 더 기대를 줬겠지요.
그래서 지금 저에게 그 때의 공부가 준 의미를 묻는다면 저는 '승리' 자체보다는 과정에 주목하겠습니다. 그래도 지금 저는 확신할 수 있거든요. 그 만큼 마음을 쏟으면 어떤 부문에서든 나는 나아질 수 있을거라고. 제가 가르친 학생들에게도 그런 신뢰를 주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쓰며, 스스로를 엄하게 대하며 공부한 경험은 결국 네 스스로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도 된다는 확신을 주는 경험이 된다고.
수능을 잘 본 친구도, 못 본 친구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친구는 왜 과정에 주목하는 거지, 결국 저 사람도 성적 잘 받아서 저런 얘기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결과로 인해 더 빠르게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다만 결과 떄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제가 세 번째 수능을 준비할 때 어머니가 한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수능 당일 날 했던 말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일을 하시기 때문에 수능이 다 끝나고, 국영수 점수까지 채점이 완료된 시각인 오후 7시에야 얼굴을 뵐 수 있었습니다. 현역/재수 때는 많이 긴장하셔서 얼굴을 뵙기 전 전화를 주셨던 어머니가 세 번째 수능 날에는 전화도 하지 않으셨고, 별로 긴장하지 않은 얼굴로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게 의아했습니다.
왜인지 물으니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열심히 했잖아, 그렇게 열심히 할 줄 알면 수능 못 봐도 어떻게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그걸 알면 된거야.' 이제 그 말을 알겠습니다. 고시에 붙었던 친한 형을 보며, 원했던 일의 성취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더 성공한 친구를 보고, 작고 크게 실패하고도 한결같은 자세로 임하는 제 학생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노력으로 스스로를 치열하게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분야든 언젠가는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고. 어느 땐가 언젠가 그 가능성이 꽃을 피울 때가 있다고. 수능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인생에선 맞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길을 크게 잃은 사람은, 결과의 불투명함 앞에 좌절하고 스스로가 어리석다고 느끼는 여러분만큼 스스로가 미운 사람은 저일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요즘 침대에서 잘 못 일어납니다. 아침에 깨고 싶은 데 항상 일어나면 오후 두 시여서 절망합니다. 어느 순간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나는 조금만 흐트러져도 너무 쉽게 아프다는 게, 공과금이 밀릴 때 독촉 전화를 애써 무시해야 한다는 게 다 지겨워졌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 아직 마음이 자고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깨는 지 모르겠지만요. 너무 오랜 시간 치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무의 잘못도 아닌 확률의 불운에 맞서 쌓아올려야 할 노력의 양이 아직도 몇 년 어치라는 것이 지겨울 뿐입니다.
저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조금 더 칭찬해주려고 합니다. 좋은 부분을 찾아주고, 2시에 일어날 거 1시 반에 일어난 게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옛날에 누나가 말해줬듯이. 공과금을 해결하기 위해 과외를 더 잡을까 생각하고, 라면 말고 뭐라도 제대로 차려먹으려는 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혈당을 재고 인슐린을 더 빨리 맞는 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게 맞겠지만, 너무 많이 맞아서 작은 돌부리에도 픽 쓰러질만큼 다리에 힘이 풀린 기분이 듭니다.
내년이면 복학을 합니다. 본과 공부를 해야겠지요. 솔직히 무섭습니다. 과거의 저를 믿지만, 현재 제 마음의 가난이 무섭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일어서고 있습니다.
얼굴 모르는 여러분이지만 저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한 마음을 조금씩은 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평가원에 말해 수능 시행령을 바꿔 1형 당뇨 친구들도 혈당기를 시험장에 반입할 수 있게 할만큼 행동력이 좋았던 제가, 스스로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 끝내 모두를 미워하지 않고 악만 남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을 찾지 못해도 어쩌면 요행이라도 조금은 괜찮은 하루로 밤을 넘길 수 있도록 마음 써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사실은 견디고 있습니다. 열심히 버티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말해준 제 믿음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이 지난한 제 환경을 지탱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돌파하는 사람도 있을거라 믿어주세요. 괜찮을거라고 말해준다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제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할 겁니다.
모두들 평안한 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앱르비 레어 0 0
이거 생각남
-
근데 기하=> 이 씨발년 존나어렵네
-
9년 전에는 진짜 서울교대 = 연고대 = 지방한이었나요? 1 0
물량공급님 이름 있는거 보면 가짜는 아닌거같은데 지금 입시 하는 사람으로서 믿기지가 않네요..
-
그게 나야 바 둠바 두비두밥~ ^^
-
서울도 번화가 좀 벗어나면 1 1
좆골 뒷골목이랑 비슷한 풍경 쉽게 볼 수 있는듯 번화한 곳이 워낙 많아서그렇지
-
모바일 웹르비 차단 어케해요 11 1
앱 다시 설치하는 방법밖에 없나
-
센츄 확인 1 0
아직 안달렸네
-
08현역 국어 기출 책 추천 0 0
일단 국어는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 인강이랑 병행해야 하는데 유대종 풀커리 목표하다가...
-
4월 더프 적백 0 0
이번 4월 더프 30분 정도 남기고 적백인데 이정도면 수학 상위 0.5퍼 안에 드나요?
-
비문학 한지문을 무슨 3,40분씩 붙들고 푸는데 이해 되는것도 아니고 문학도 ㅅㅈㅎ...
-
ASL 1 0
-
오르비 역대급으로 재미없다 7 3
진짜
-
ㅈ같다 0 1
인생 최대 억까가 될 위기다
-
근데 진심 목표만 크고 노력도 안하면 갱생불가 인생 아닌가요 5 2
꼴에 욕심만 많아서 인서울 상위권 대학 가고싶다고 말로만 지껄이고 실제론...
-
잇올 멘토단해보신분있나요? 0 0
ㄱㅊ나요?
-
참고로 현재는 pro유저한테만 베타테스트 중인 것 같음 조사 범위는 **공개 오르비...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10 1
내일도 화이팅
-
3모 3등급 쉬사 못품 0 0
3모에서 69점으로 3등급 턱걸이인데 13번까지는 풀었는데 어려운 사점들은 시도조차...
-
오르비안녕 2 1
-
지금 스타 보는 사람 없나 8 0
오늘 택리쌍인데
-
서울 다음으로 제일 사람많고 번화가고음식점많고 관광객많고 발전한곳이 어디임???
-
왜 살지 너무 싫다ㅠㅠㅠㅠ 2 1
친구 없어서 고등학교 자퇴하고 28수능 준비중인데 인생 너무 어렵다 아침에 눈...
-
현역 노베 정시러입니다.. 원래 있던 꿈이 공부쪽이 아니었어서 공부를 제대로 해본...
-
현장응시 신청 페이지는 어디로 들어가나요?? 그냥 시대인재c사이트...
-
오히려 애매하게 가까우면 자취 못 따내는데 확실히 멀면 자취 따낼 수 있음 일단...
-
관악구에 왔습니다 4 1
네
-
메가스터디 메가패스 공유해요 0 0
편의 최대한 봐드릴 생각입니다 저는 오프라인 사용할거고 1학기는 거의 접속 안할 것...
-
오늘 시험보는데 1 1
마지막까지 남아서 쓰고있었는데 교수남이 와서 갑자기 내 시험지 보더니 전과했는데...
-
뭔가 신천지 같아서 걍 "아니에요~"무시하고 왔는데말 좀 더 해볼껄 그랬나,,, 하,,,
-
궁금한게 8 1
가까운데 대학 가는게나음 성적 맞춰서 가는게 나음..?.? 어차피 통학 2시간 막...
-
비가 온 날 밤의 창밖 냄새가 1 1
어찌 이리 좋은가 이 고요한 내음이 철 없이 내달리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가 줄 것만 같구나
-
28수능 칠 거면 1 0
고3 2학기 내신도 챙겨야 하나요?
-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인하=아주=가천=인천>=단국=에리카>=외글=다빈치 정도인데 내가...
-
일말쯤 되니까 멘헤라 오노 2 1
훈련병 시절 때마냥 기상 방송 노이즈 들리면 탈영 마려워짐 그래도 아직까진 가면...
-
ㄹㅇ 누구임
-
키미노 0 0
마치마데
-
4덮 생1지1 복기 0 1
생1 39점 10, 16, 17, 19 지1 50점 ^__^ 생1 근수축 문항에서...
-
님들 대기업 나이 많이 보나요? 10 0
반수를 해서 공대 가서 대기업 노려볼지(그러면 23살 신입생일듯. 병역까지 감안하면...
-
요즘 사관학교 입결이 어캐됨? 1 1
공사는 건동홍 육사랑 해사는 국숭세단 이정도로 알고있긴함
-
수고했어 오늘도 22 2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수학 1 0
올해 공통 어떨거 같음?
-
酒と女を連れてこい 27 3
zzz
-
하 운지 마렵다 0 0
내일 병기본 평간데 공부 1도 안함 이거 연등 2시간 벼락치기컷 가능하려나
-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했어? 14 3
이제부터 그걸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중도에 사람 개많네 1 1
본인 3층임
-
가천훌이 아니라 이건 인천대도 마찬가지임
-
더프 빠답없음? 3 1
ㅇ?
-
뱃지를 뭐라도 달고있으면 힘이생기나
-
흠
-
26기준 건대 자전(인가 확실친 않음)막차추합인 분이 춘천교대 광탈이었습니다

선추천 후감상합니다멍멍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글 한문장 한문장 쓰실 때마다 울컥하셨겠네요 읽는 입장인 저도 한문장씩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네요(진짜 과장 아니고 찐으로요) 멍뭉님이랑은 다른 종류이지만 지병을 앓고 있는 입장에서, 노력해온 것이 값진 게 맞지만 아직도 노력해야할 게 남아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건강은 쉽게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저도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ㅠㅡㅠ 그래도 님 말씀대로 멍뭉님은 지난 몇년간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노력하고 또 성취도 일궈낸 멋진 분이시니까 앞으로도 잘 헤쳐나가실 거라고 믿습니다! 멍뭉님께 배워야할 점이 정말 많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잘 읽고있어요 정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
이렇게 좋은 글을 이제야 봤네요. 참 공감도 되고 위로도 받고갑니다. 스스로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사유하셨으니 더 성장하실거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