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논술 문제 왜 안풀리나?? (feat.경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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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꿈과 희망의 상승효과
오르비 수학 이승효입니다.
얼마전에 올린
의대합격을 위한 <실력지상주의> 수업에 대한 글에
학생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네요.
특히 입시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학생일수록,
수학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점수의 벽이 있는 학생일수록,
수학의 진짜 실력을 올려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단 의대 목표를 하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수학을 잘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이 글을 꼭 끝까지 읽어 보세요.
2021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올해 수리논술 시험이 대부분 끝났겠지요.
수능 문제 풀듯이 풀리는 것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전한 문제들이 있을거에요.
수리논술 문제 왜 안풀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딱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깊이있게 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럼 깊이 있게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이번 경희대 의학 논술에 아래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었답니다.
경희대 의학을 검색해보니 이 문제에 대한 글들이 뜨는걸로 봐서
이 문제가 합격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네요.
(제가 직접 본 문제가 아니니 문제에 수정사항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문제를 처음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의학계열 문제니까 당연히 못푸는거겠지,, 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저런건 수능에 안나오니까 당연히 못풀겠네,,
라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 9월 모평을 제대로 분석하고 공부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와 유사한 두 문제를 제가 보여드릴게요.
첫번째는 중앙대학교 2016 모의논술 문제입니다.
두번째는 지난 9월에 실시되었던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문제입니다.
잘 관찰해 보세요.
문제의 형식은 다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은 성질을 갖는 함수를 같은 구간에서 적분하는,
근본이 같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9평 18번 문제를 가지고 이런 생각까지 떠올려야 하냐구요?
실전모의고사를 몇개 덜 풀더라도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겁니다.
그걸 과하다고 생각하는 여러분들은
기출 분석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한 것이고,
ㄱㄴㄷ에 나오는 답을 이해하는데 급급했던 것일수도 있어요.
평가원 모의평가 문제는 교수님들께서 만들죠.
그 교수님들이 또한 수리논술 문제를 만듭니다.
따라서 연결이 되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의 근본에 있는 개념이 무엇인지
해결하는 핵심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깊이 있게 파고들어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사성을 갖는 지난 수년간의 문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위의 9평 문제는 그래프를 그리지 않아도
"부등식의 정적분"이라는 개념으로 쉽게 풀 수 있고,
이에 더해서
"부등식에 극한을 취하는 샌드위치 정리" 라는 개념을 알고 있다면
경희대 문제 중 [1]번도 풀 수 있습니다.
이게 과연 수능에서 필요 없는 개념일까요?
수능보다 논술이 어려운 이유,
수능에서는 숫자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논술에서는 n처럼 일반화된 상황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식을 볼게요.
이과 학생이라면 위와 같은 식을 본 적이 있어야 하고,
이 식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경희대 문제에서
인접한 항들 사이의 점화식을 유도해 낼 수 있었을 거에요.
학교에서 배운적이 없다구요? 그럴수도 있죠.
그렇지만 여러분이 이과 학생이라면 저 식에서
n=1일 때, n=2일 때, n=3일 때를 풀 수 있을거에요.
그러면 왜 n일 때에 대해서는 스스로 생각해 보지 않나요?
"1,2,3 일 때에는 알겠는데 n일 때는 어떻게 될까?"
비슷한 질문으로,
"양의 정수일 때는 알겠는데 음의 정수일 때는 어떻게 될까?"
"정수일때는 알겠는데 실수일 때는 어떻게 될까?"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은
수학을 대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이 어려워지는 것은
전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교과서에 나오는 많은 증명들도 이러한 확장하는 태도에 기반합니다.
사실 위 문제는 대학수학 교재에서 예제로 자주 나오는 문제입니다.
(확인은 안해봤지만 정석에도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sin^nx integral 구글에 검색만 해도, 풀이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개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부분적분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최근 수능에 안나왔을 뿐인 것이지, 수능 시험범위인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개념과 적용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장에서 즉석에서 떠올리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그 정도가 가능하다면 여러분은 가우스나 코시 정도의
위대한 천재 수학자가 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최소한 여러분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충분히 시간을 써서
그러한 깊이를 추구하고,
사고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보고, 확장시켜 보세요.
사실 여러분들이 떠올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이미 나와 있을 가능성은 99.99% 이거든요.
천재 수학자들이 평생을 걸쳐서 발견해 놓은 원리들을
여러분들은 책을 통해 보고 배우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이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기억하세요.
떠먹여 주는 것만 먹고 있으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떠먹여 주는 것은 남들도 다 같이 먹고 있을 테니까.
입에 넣기 전에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질문하는 습관,
그 습관들이 쌓여서 여러분을 수학의 고수로 만들어줄거에요.
이 글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저거 어떻게 푸나요?? ㅠㅠ 라는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승효T 소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졸업
연세대학교 의예과 정시모집 최종합격
세화고등학교 수석졸업 / 강남 1위
도쿄예술대학 예술환경창조 박사수료
메가스터디 MTA1기 / 재수종합반&러셀 출강
현) 오르비 학원(대치/강남)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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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문제가 솔직히 당황스러웠던건 e^x가 피적분함수로 껴있던거라.. 만약 앞에 n에관한 식만 있었으면 바로 9평과 비슷한원리같구나 생각할수있는데 피적분함수땜에 좀 당황했네요
그렇죠. 그게 없이 냈다면 의학계열 변별력이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사실 exponential함수가 붙어있어도 부분적분하는 과정에서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f’(x)e^x를 부분적분한 후에 0,k를 대입해보면 어차피 지수함수랑 상관없이 지워질건 지워지고 비슷한 형태의 식만 남으면서 규칙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사실 다른 함수였다면 식이 더 복잡해지겠지만 출제자 입장에서는 지수함수 줄테니 풀사람은 쉽게 풀어라, 라는 의도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현장에서는 어떤 문제든 당황스럽고 어려운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전 의대논술 주요10개대학 목표가 아니라 다행이네요ㅋㅋ 오늘 에리카오후1시반 어제세종대 논술 시간남기고 다풀고왔어요ㅋㅋ. 글에 제시된 문제들은 진짜 풀기 싫게 생겼어요ㅋㅋ 그리고 an=인테그랄 나온거 점화식으로 ㄱㄱ 하는거 맞져?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논술 문제가 참 어렵지요... 그래도 에리카 세종대 찢었다고 하니 상당한 실력자인듯요??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학원 수학 강사입니다. 다른 의견이라 좀 조심스러운데, 생각을 나눠보고 싶네요.
저는 위의 두 문항이 많은 학생들에게는 ‘수능을 열심히 공부한다고’ 풀 수 있는 문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논술에는 필요, 수능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이에 따라 저는 [(다항함수)*(다항함수)를 부분적분], [월리스곱((sinx)^n의 적분)]을 논술 수업에서는 다루고 수능 수업에서는 다루지 않거든요. 저 9평 문제는 경희대 논술 문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구요. (부분적분을 걸 필요가 있고 없고의 차이)
수능, 논술을 떠나서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히 동의합니다. 저도 학생들이 시험최적화공부하는 것을 꽤 싫어해요. 그렇지만 수능 준비로 대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면 시간 낭비라고 할 것 같거든요.
위의 예로 드신 두 문항은 저는 ‘전문성’이라고 분류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논술 수업을 따로 들을 필요’에 해당하는 예시입니다. 저는 저걸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기는 어렵고, ‘어디선가 봤어야’ 한다고 말해요. 요즘 논술은 ‘전문성’이 아닌 (수능 공부를 착실하게 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항들의 비중이 높구요. 그래서 저런 종류의 문항은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다는 입장이예요. 많이 줄었지만 몇 학교만 저래도 커리에서 뺄 수가 없으니 ㅜㅜ
그러니까 ‘학습 태도를 강조’하기에 좋은 예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ㅎㅎ
한성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강사 시작할 때부터 선생님께서 정리해놓으신 자료를 본 적이 있고, 최근에 유튜브 영상도 몇 개 잘 봤습니다. 모르는 학생이 수학강사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선생님 중에 한 분일 정도로 제가 배울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댓글 주시니 영광이네요.
1. 첫번째 문단에 대한 제 생각
'수능을 열심히 공부한다고' 풀 수 있지 않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수능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철저히 최근 경향에 맞춘 수능대비에 비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논술대비를 하면서 저런 문제까지 풀어본 학생들이 비슷한 주제의 수능문제를 풀 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그런 문제들의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그 한문제가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런 의미에서 상위권 대상으로는 논술과 수능 수업을 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물론 현실적인 수요 때문에 2학기 이후에 논술만 집중해서 다루는 수업도 해왔습니다만... 제가 어떤 학생을 온전히 2년 또는 3년 동안 맡아서 의대를 보내야 한다, 라는 상황이라면 저는 처음부터 논술과 수능을 구분하지 않고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건 제 희망사항이고 학부모들은 그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ㅎㅎ
그래서 저는 [(다항함수)*(다항함수)를 부분적분], [월리스곱((sinx)^n의 적분)]을 (학생들의 분위기를 봐 가면서) 수능 수업에서도 일부 다루는 편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만... 실제로 그러한 수업에서 도움을 받아서 수능 고득점이나 논술 합격으로 연결되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저 9평 문제는 경희대 논술 문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기 보다는 몇단계로 걸쳐서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9평이 끝나고 저 문제에 대한 수업을 준비하면서 논술 기출들을 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그런 방식의 수업을 선호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2. 두번째 문단에 대한 제 생각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선생님께서 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실천하시는 분이고, 제가 앞으로도 더 많이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능 준비로 대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면 시간 낭비라고 할 것 같"다는 것에는 제가 두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따옴표처럼 생각할 것이고, 이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첫째, 대상에 따라 다릅니다. 수능을 처음 준비하는 학생이 논술까지 고려하면서 깊이있게 공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효율이 많이 떨어지므로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수업중에서 수리논술을 포함해서 다루는 수업은 이 글 서두에 링크를 달아놓은 [실력지상주의] 하나 뿐인데, 수강대상을 "기출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수능 커리를 1회 이상 끝낸 학생"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즉, 남들 하는대로 수능 공부를 했는데도 수능 성적이 오르는데 벽이 생긴 학생들은 그 이상을 공부하는 것이 낫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특히 삼수 이상 하는 학생들이 그동안 해왔던 루틴대로 N제+실모를 반복하면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울 여지가 적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2. 두번째 문단에 대한 제 생각(2)
둘째, 수능을 망쳤을 때 논술합격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입니다. 정시만 준비하는 학생일지라도 결국에는 논술고사를 몇개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6/9평에서 100점을 받을 만큼 실력이 있는 학생일지라도 수능에서는 다른 변수에 의해서 점수가 안나오는 경우가 있고, 수학을 100점 받더라도 다른 과목에서 망치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하면, 저는 그렇게 수능 대비가 철저한 학생들이 시험 당일의 몇가지 이유 때문에 1년이 연장되는 상황이 많이 안타깝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학생들 중에 논술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가 되어 있거나, 깊이 있게 공부해 본 학생이라면 논술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지만, 철저하게 수능만 챙긴 학생들은 아무리 수능수학 문제풀이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기본적인 증명조차 하지 못하고 논술에서는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논술까지 포함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최종 입시에서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물론 논술이 보험이 될 만큼의 합격률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준비가 된 학생이 최저 맞춰서 4개 이상의 학교 논술을 보게 될 경우 적어도 하나(당초 원했던 학교보다 낮은것 포함) 합격할 확률이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3. 세번째 문단에 대한 제 생각
‘논술 수업을 따로 들을 필요’에 해당하는 예시 맞습니다. 단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수능을 이미 공부한 적이 있고 의대 등 최상위권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논술+수능 수업을 하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논술 수업을 따로 들을 필요’가 아니라 '논술도 공부해야 할 필요', '논술이 포함된 제 수업을 들을 필요' 등이 될 것 같네요.
"저걸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기는 어렵고, ‘어디선가 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에 100% 동의합니다. 저도 학생들이 '이런걸 어떻게 떠올려요?' 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그걸 너가 떠올리면 천재인거고, 너가 천재가 아니라면 그냥 배우는거야" 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보니, 제 글에서 "이 문제는 지난 9월 모평을 제대로 분석하고 공부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가 말한 "제대로 분석하고 공부"라는 것에는 '스스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책 또는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도움이 될만한 수업을 찾아서 듣거나' 등 '어디선가 관련된 개념을 보거나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읽히지 않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그걸 학생 스스로가 그정도까지 노력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9월에는 사실상 불가능...)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입시를 준비한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고, 제가 그 수요에 맞춰서 수업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수업을 먼저 만들고 나서 그것에 끼워맞춰서 대충 칼럼을 쓰는 것은 아니고, 수업을 만들게 된 이유와 저의 생각이 칼럼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논술은 ‘전문성’이 아닌 (수능 공부를 착실하게 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항들의 비중이 높구요." 네 맞습니다. 저도 최상위권(연대/의대)부터 최하위권(한국산기대)까지 논술 수업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문항들의 비중이 많이 높아졌고, 절반 이상의 대학은 현재 '전문성'이 필요없는 문제들로 이루어져서 수능준비만으로도 대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 대학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저런 종류의 문항은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다"는 입장에 동의합니다. 수업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물론 그걸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더 힘들겠지만요...ㅠㅠ
쓰다가 보니 길어졌는데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의견 있으시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자수 제한이 있어서 끊어서 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성스러운 감사합니다. 충분하고, 공부가 많이 되네요. 사실 저는 예로 드신 내용을 수능수업에서 꺼내는 것에 거부감이 좀 있는 편인데, (강사 스스로 돋보이기 위해 수능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수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 선생님의 경우에는 되게 건전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학생의 상태에 따라서 다루는 게 좋은 경우가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최상위권의 경우에는 1년 동안 수능만 하고 있으면 답답하긴 하죠.
저도 사실 수능이 아니라 수학을 가르치고 싶은 바, 수능의 경향이 딱딱한 것에 불만이긴 해요. 농담으로 ‘그냥 삼각치환 한 번 내라.’고 하는데.. 최근 3년에는 그 와중에 살짝살짝 비트니까 더 짜증나고 ㅜㅜ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복하세요.
와... 응원의 댓글 감사합니다. 힘이 많이 나네요. 선생님께서도 더 잘되셔서 (유튜브에서 말씀하신대로) 빠른 은퇴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 알것 같습니다.
저는 강사를 시작하고 나서 단순히 수능 교재를 만들던 기간보다, 수리논술 수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나서부터 제 자신의 실력이 월등히 늘었다고 생각하는지라 학생들에게도 수리논술을 포함해서 공부하도록 추천하게 되었어요.
선생님께서도 행복하시고, 기회가 된다면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성생님 쪽지부탁드려요!
저번에 말씀하신 경북대 수의대는 경북논술대비 센터에 문의해보니 미적에서 많이 나온다 하더라구요! 미적문제도 심도있게 나오고..
그래서 저번에 기하vs미적 상담 받았었는데 심도있게 미적 마스터해서 수능도 미적 마스터하려고 정했어요! 수능 기하 논술 미적 이러면 너무 분산되니까요..그쳐?
(물론 논술 출제자들은 확통 기하 미적 다 마스터하라는 의도겠지만..확률을 높여야 하니까요!(물론 내년에 출제범위를 봐야 알겠지만요! 전과목이 아닐수도 있으니))
네~ 저도 그게 좋을듯하네요. 미적을 마스터한다음에 확통 기하를 논술대비로 배우는건 쉬워도 다른거하다가 미적 논술을 대비하는건 상당이 어려울테니까요. 화이팅입니다!
아 그리고 경북대 논술은 그동안 다른 부분에서도 많이 나왔어요. 내년에는 범위를 어떻게 출제할지 공지가 나올때까지 기다려 봐야겠지만요:
제가 이번 경희 논술을 썼는데 예비도 못받았어요 ㅠㅠ 수학은 소문항 1문제 빼고 정답도 다 맞췄는데 과논은 다 썼고.. 근데 제가 경희 논술을 준비 해보지 않아서 문제지에 나와있는 제시문을 긴장(?)해서 읽어야 하는거 까먹고 그냥 제 풀이대로 풀었거든요.. 그래서 이것 때문에 떨어졌나 싶어서... 다른분은 소문항 2문제 못풀었는데 예비 앞번호 받으셨더라고요... 주어진 제시문을 활용 안하면 감점이 큰가요...?ㅠㅠㅜ
아깝네요... 제시문을 활용안한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빠져서 감점을 많이 당한게 아닐까 싶어요. 경희대는 철저하게 제시문으로 접근해서 정석적으로 문제가 풀리도록 되어 있어서 그렇게 따라가지 않으면 점수를 잘 받기 쉽지 않아요...
아 그렇군요..ㅠㅠㅠ 답글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ㅠ
넵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