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떠날 예정인 삼수생의 2021 수능 후기-3탄(영어 생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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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 수능 전날~ 국어까지의 이야기 https://www.orbi.kr/00033751967
2탄 수능 국어 후 쉬는시간~ 수능 수학 이야기 https://www.orbi.kr/00033754605
참고로 저는 문과입니다.
대망의 수학 시험이 종료되었다. 감독관이 모든 것을 확인한 뒤 퇴실되자마자 이번엔 전 시간과 달리
같이 삼수하던 그 친구가 나에게 다가왔다. "야 쉽지 않냐?" 작은 목소리로 눈치보면서 말했다.
나 역시 응답했다. "ㅇㅇ 쉬워서 100아니면 ㅈ된다는 생각으로 풀음"
물론 삼수생들은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 수학 답 따위는 맞춰보지도 않았다.
수학 답을 맞췄다가 서로 어긋나는 것이라도 있으면 이후 시험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원래는 바로 예열지문을 보기로 했는데 일단은 좀 휴식을 원했다.
학교 주변을 둘러보면서 같이 산책한다. 우리 학교 후드티를 입고 있는 학교 후배들이 보인다.
하지만 누군지를 모른다. 작년이었으면 1년후배정도는 대충 누군지라도 알았기도 하고
친한 후배 몇몇도 있었지만 2년후배, 즉 현역들은 얼굴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12시 50분 서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머리를 풀기 시작했다. 조정식t의 예열지문을 쭉 훑고
영독 실전편에 있는 몇몇 문제들도 힐끗 보았다. 그러더니 어느새 감독관은 우리 고사장에 발을 마주하고 있었다.
1시 5분 영어 시험지의 파본을 검사했다. 일단 나의 관심여부는 '연계'이다. 작년과 다르게 연계공부를 굉장히 소홀히
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1회독은 했으므로 적어도 조금만 읽더라도 아는 소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반가움은
있을 따름이었다. 29,30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낯설다. 31번...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지문이 있었나??
32번은 낯이 익었다. 그 후 나를 항상 후벼팠던 순서 삽입 문제들을 보았다. 오... 순서 without attribution 이었나..?
저게 맨 마지막이었던건 기억난다. 답은 2번이다.ㅋㅋㅋㅋ(조정식t가 여기다가 빈칸 뚫어놓음 변형문제로)
38번...확신은 없다. 그렇게 모든 면들을 검사하고 앞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몇분뒤 시험을 시작하는 영어 듣기 안내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고로 난 영어 듣기에서 다 맞아본 적이 거의 없다. 항상 1문제씩은 틀리곤 했다. 평소에 90초반 정도의 점수대가 나오는 나로서는 그 1문제는 꽤나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듣기시간 그 순간만큼은 긴장감을 가지고 시험에 임했다.
1번 문제를 들려준다. 목적이다. 빠르게 파악하고 넘어가자. 오케이 쉽네. 몇초만에 답을 찾고 28번부터 역순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답이 쉽게 보였다. 26번까지는.. 2번 문제를 들려주기 전에 후딱 25번도 푸려는데...
...? 답이 안보인다. 1번까지 봤다. 답이 없다. 이게 무슨일이지?
2번 역시 꽁으로 주고 시간을 벌어야되는 문제다. 역시 정답을 찾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25번. 다시 한번 봤다. 안보인다. 당황스러웠다. 그 고민의 시간동안 2번 문제의 발화자는 자신의 할말을
모두 마쳤다. 느낌이 안좋다. 그래서 일단 25번을 패스하고 어법과 어휘에 손을 대보기로 했다.
3번부터 11번까지 29.30까지 풀었지만 29는 답의 근거가 빈약했으며 30은 풀긴 풀었지만
빠르진 못했다. 31,32번은 스윽 봤는데 32번은 두문장 읽고 답의 근거가 기억나야지고 어찌어찌 풀었다.
어느새 듣기는 12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일단 18,19,20을 재빠르게 풀었다.
그리고 발화자의 목소리에 눈을 감고 귀기울였다. 들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다.
선지를 봤다. 두 선지가 헷갈린다. 대충 들었나?? 내가 뭐 못들은게 있나??
일단 답에 가까운 걸 찍었다. 하지만 13,14,15번 역시 뭔가 빡빡했으며 잘 들은 것 같음에도
선지가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정답스러운 걸 골라냈다.
16,17번은 무난하게 패스했다.
자 듣기가 끝났다. 빠르게 21번부터 푼다. 팅!!!
이게 무슨 소리지? 그렇다. 글이 내 머리로부터 팅겨나오는 상황이었다.
국어와 마찬가지였다. 글이 튕긴다. 당황스럽다. 영어마저 망해버리면 대학을 어디를 쓴단 말인가?
평소만큼은 자신감있고 확실하게 21~24번의 답을 찾던 나와 달리 불안불안하고 근거없이 문제를 풀어나간다.
난 순수 감에 의존하고 있었다. 아 하루에 영어를 30분 밖에 투자를 안하던 것이 여기서 발목을 잡나..?
24번까지 꾸역꾸역 풀고 25번을 다시 직면했다. 아....5번 선지를 오독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5번이다.
휴...
29번 어법도 최근들어 틀린적이 없는데 유독 헷갈린다. 5번?3번?2번? 아 뭐지?? 분명 본 적 있는 지문인데...
5번을 찍고 넘겼다. 31번. 생전 처음본다. 글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튕겨나갔음으로 감에 의존하여 찍었다.
33번,34번.... 33번은 확신이 있었다. 그 지문만큼은 글이 잘 읽혔던 것 같다. 하지만 34번은 한 번 읽었는데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지 소거법으로 푸니 답은 1번인거 같았다. 1번 체크.
35번..이건 알지 ㅋㅋㅋ연계빨인것도 있고 기억이 난다. 가볍게 패스
37번...이 순서인거 같다..!! 5번!
38번...여기이지 않을까..? 4번!
39번...여기...인거 같은데 얘도..? 응? 삽입 둘다 4번이 가능한가?? 몰라 4번!!
40번...2번 같아..스윽봤는데 그래...2번!!
충격적인 독해력으로 지문들을 헤쳐나간다.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다. 굉장히 여유를 가지고 풀던 과거와는 딴 판이다.
41-45번은 그나마 확신을 가지고 풀었다. 다만 걱정이었던 건 빈칸라인, 어법, 주제제목이었다.
남은 시간동안은 어법을 다시보면서 3번으로 고치다가 2번으로 후딱 고치자마자 종이 울렸다.
OMR을 제출하고나서 삼수 friend에게 말했다. '아 ㅈ됐다 ㅋㅋㅋㅋ'
"존나 어렵지 않냐?" 공감을 원했던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안타깝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엥..? 할만하지 않음??" ....
에효...2등급만 맞자..라는 생각으로 생윤노트를 펼쳐들었다.
생윤공부를 다시 빡세게 돌리기 시작한건 10월 말부터다.
그 전엔 생윤을 대체하기 위해 아랍어만 주구장창 팠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윤에 대해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지도 않았고 아랍어 빽만 믿고
사탐은 든든한 나의 아군이라고 줄곧 믿어왔다.
(생윤을 버리는 대신 사문은 거의 고정50. 9평도 50이었기 때문이다.)
2시 40분 감독관이 입실하고 노트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편안하게 한국사 시험지를 마주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원트로 다 풀고나니 3번선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별표치고 넘어갔던, 근거없이 풀었던 3번문제와 5번문제의 답을 3번으로 찍었다.
(보니까 둘다 답이 33이더라 ㅋㅋ개꿀~) 체감난이도는 좀 어려웠다. 그래도 2는 뜨겠지 생각했다.
한국사 미니게임이 끝나고 10분뒤 본 게임이 시작되었다.
생윤... 확실히 생윤은 19수능때의 생윤보다 강해졌다.
작년 9평때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더니 이젠 뭔가 킬러 문제 대부분의 선지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모르는 선지들은 내가 제대로는 알지 못하더라도 그 사상가의 입장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니까 이 선지는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 라는 논리로 문제들을 접근했다.
50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걸 했다.
그리고 사실 나의 메인메뉴는 이 녀석이 아니라 아랍어다. 상관없다.
그렇게 나의 생윤 시험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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