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난가사를절었어 [999776]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2-10 01: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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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떠날 예정인 삼수생의 2021 수능 후기-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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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날 예비소집일. 모교에 가서 수험표를 받아왔다. 받고 오는 길에 재수하는 후배도 보고,

작년에 같은 고사장에서 치뤘던 유일한 몇 안되는 삼수생 친구도 만났다.

더욱 신기했던건 그 친구랑 이번에도 같은 학교 같은 고사장이었던거...ㅋㅋㅋㅋ


그 날은 아랍어를 파기에 바빴다. 물론 아침 6시기상, 아침먹고 바로 화작문+독서+문학 루틴은 하던대로

돌렸다. 전날 해봤자 가장 쓸모없는게 수학이라고 판단하고 그 시간에 수험표를 받아왔다.

대충 영어 30분 끄적이면서 보다가 나머지 시간은 아랍어 벼락치기 + ebs 국어 연계 파기 였다.


수능전날 그렇게 압박감을 느끼진 못했다. 쇼미더머니에서 요즘 핫한 스윙스의 가오처럼

삼수생의 가오를 보여주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밤 9시40분

평소에 11시에 자던 습관이 있지만 이번에도 혹시나 해서 9시40분에 잠자리에 누워보았다.

하지만 바로 잠이 오지는 않았고 살짝 불안해졌다. 작년 6평 트라우마가 기억나기 때문이었다.

(작년 6평때 꼴에 8시부터 잔다고 설치다가 잠이 5시간동안 누워있는데도 안와서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10시반쯤 딥슬립에 빠졌다.


그리고 다가온 약속의 시간. 오전 6시. 부모님이 날 일으켜 세운다. 컨디션은 다행히 최상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걱정했던 쾌변도 이뤄내자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난 작년,그리고 제작년엔 현장에서 한번도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줄곧 현장에서 긴장을 안하는 스타일로 스스로를 정의했었고

이번 수능 역시 무난하게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짐작+기대하면서 문밖을 나왔다.


작년,제작년엔 아빠가 태워다주셨지만 이번엔 개인사정으로 그러지 못했다.

결국 택시를 잡고 수능 고사장으로 떠났다.

택시 안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별 생각을 하기도 싫었다.

어두컴컴한 밤이 새벽으로, 새벽이 아침으로 밝아오는 그 과정을 보는 것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내 발은 어느샌가 시험장 문 앞에 위치했었다.

"잘하고 와" 엄마가 말했다. 쓸쓸히 도시락을 들고 시험장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자신의 고사장을 확인했다.


고사장에 들어섰다. 확실히 오전 7시에 도착해서 그런지 인원이 3명정도 밖에 없었다.

계획한대로 7시부터 8시. 올해 6평 9평 독서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스스로의 이해력이 그렇게 최상이지는 않았나보다.

그럼에도 이 정도 독해력이면 시험에선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하였다.

점점 인원이 차고 같이 삼수하는 친구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7시 50분 계획보다 좀 이른 시간에 작년 수능 화작문을 15분 목표잡고 다시 풀었다.

뭐 결과는 당연히 다 맞았다. 몇번이고 보는거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자신감이 차오르진 않았다.

그리고 다 풀고나니 입실한 감독관으로부터 모든 책을 집어넣고 책가방을 앞으로 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자신의 모든 물품을 교탁 밑에 내놓고 휴대폰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거니 싶었다. 수능 샤프를 받았다. 받자마자 본인이 평소에 쓰던 샤프심으로 교체하였다.


시간은 8시 35분. 맑고 맑은 뭐시기를 적고 시험지를 쓰윽 흝었다. 화작 1~3번

뭔가 어려워보였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야 되나?

문법까지는 무난해보였고 독서 첫번째껄 보았다. 

'응? 이건 이감 12회차 이적하고 중화를 구분해놓던 그거 아니야?

나 그거 좀 까다로웠고 지금 다시 풀라해도 자신 없는데 어쩌지...?

근데 이감 좀 지리긴 하네 ㅋㅋㅋㅋ'


그 후 사막을 건너는 법이었나 사실 그 내용은 연계공부를 안해서 패스했다.

그리고 보이는 채권과 계약지문... 좀 빡세보였다. 내가 정한 킬러는 얘였다.

넘겼다. 최고운전이었나 그랬을거다. 내심 기쁘기도 했고 아깝기도 했다.

내가 고전소설 ebs 내용파악을 2개하고 들어갔는데 그중 하나가 최고운전이었기도 해서 기뻤다.

한편 몇일전에 고전소설 AAA급 전문 올려주신 파일을 통해 최고운전 전문을 다운받았는데

읽어보지도 못했다. 1페이지 읽었으려나..? 그런 의미에서 살짝 안타까웠다.

넘겼다. 그리고 나를 반기던 네모새끼....그냥 6평이랑 느낌이 비슷해보였다.

6평때 나름 기술지문을 다 맞았기 때문에 할만하겠거니 하고 넘겼다.

사미인곡//....??? 이게 왜나오지???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아는 내용이라 얘도 넘겼다.

마지막은 이용악의 그리움.. 얘도 내가 안다. 시험지를 돌이켰다. 

8시40분이 되기까지 최고운전 스토리만 대충 상기해보았다.

그리고 8시40분 정각 나의 첫 시험이 시작되었다.


국어 화작...1~3번은 생각보다 무난했다. 재보지는 않았지만 2분20초쯤 끝낸것 같다.

4~7번 기억도 안난다. 답의 근거가 명확했다. 확실한건 이번 화작은 어렵지 않았다.

넘겼다. 8~10번..얘도 할 말이 없다. 명확했고 쉬웠다.


문법으로 넘어갔다. 본인은 지문형 문법을 풀기 전에

먼저 개념형 문법문제를 푸는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다.

푸르러?? 어미가 바뀌는 거지 ㅋㅋ 불휘?? 아 이거네 ㅇㅋ

나쁘지 않았다. 지문형 문법에 들어갔다. 괜찮은 이해력으로 선지를 뚫어갔다.

11번 아 두가지 만족?? 관형사하고 목적어술어 관계? 대충보고 1번을 찍으려 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2019학년도 9월 평가원 11번 문제가 스쳤다.

그 문제는 내가 현역때 관형사와 형용사를 구분하지 못해서 틀렸다.

그때의 짬밥이 여기서 발현했다. 아 맞아!! '숨은' 은 동사야!!!

좆될뻔했다. 4번찍었다. 12번 문제는 뭐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풀고 넘겼다.


나를 마주했던 것은 북학의 지문이었다. 응?? 첫 문장을 읽었는데 내 머릿속에 깊게 박히질 않는다.

다시 읽는다. 하지만 깊은 이해가 안된다. 넘어가면서 뒤의 몇 문장을 더 읽었다.

그 순간 직감했다. 글이 튕겨나가고 있음을.. 머릿속으로 문장들을 되뇌었고 최대한 뇌로 하여금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명령을 그때의 나에게 내렸었다. 여러 잡생각들이 뒤엉켰다.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다.

자꾸 '넌 수능을 보고 있어 쫄면 안돼'라는 말이 계속 떠올려지면서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했다.

결국 자신감 없는 독해 후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그 문제들은 은근히 조밀한 것을 물어보고 있었고

선지 소거법으로 지워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답에 가까운 것을 찍고자 하였다.

꾸역꾸역 다 풀어나가고 마주한 첫 보기지문. 생각보다 길었고 잘 이해하지도 못했다.

1,2번은 지웠다. 아닌것 같다. 3,4,5번 중 하나이고 5번을 봤더니 맞는 말인것 같다.(틀린 것 고르기다)

그리고 4번을 봤다. 딴건 모르겠는데 홍대용이었나 걔가 은의 가치를 무시했다고?? 걔 은의 효용성 강조하지 않았나..? 아닌거같은데...

4번 체크.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넘겼다.


사막을 건너는 법. 자꾸 집중력에 수능이라는 압박감이 예년과 다르게 찍어누른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읽고

문제를 본다. 헷갈린다.. 근거를 가지고 문제를 푸는 연습을 했었는데 글이 안읽히니 근거도 뭐도 안보이고

순수 감에 의존하여 문제를 푸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그 상황자체에서 나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였다. 신에게 은총이 가득하길.. 넘겼다.


계약지문..계획대로 넘겼다.


시간을 보니 9시22분정도였다. (계약지문을 풀지 않았기 때문)


최고운전 역시 이미 스토리라인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안읽혔다. 아.....

문제 역시 only 나의 감이었다.


그리고 대면하게 된 네모난 친구...^^모델링과 렌더링의 이해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고 어려웠다.

납득이 되는 듯 되지 않았고 결국 자신감없는 독해로 이어졌다.

문제 역시 자신이 없었고 당시의 내가 어땠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답에 가까운걸 찍으려고 노력했다.

네모난 친구 역시 4번을 보고 색 삼각형이 작아지는 건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해서 4번을 찍었다.


사미인곡,그리움, 여러 빌런들도 그렇게 쉽게 풀지는 못했다. 이미 말린건가 싶었다.

그렇게 계약지문을 남기고 우선 마킹과 가채점부터 하였다.

마킹을 먼저하고 가채점을 하고 있었다.

가채점을 34번쯤 하고있을때 시험종료 10분전 종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하고 계약지문으로 넘어갔다.


아...이녀석은 끝판왕이 맞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떻게 그렇게 지문을 읽을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독해력으로 지문들을 읽어나갔다. 결국 머릿속에 남는건 근거없는 문장들 뿐이었다.

첫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던 것 같다. 하지만 급식업체에서 여전히 헷갈림의 늪에서 발버둥쳤고

보기문제 기억이 사실 안나는데 그 '채무 불이행'을 병이 지는건 아니진 않나?? 라고 생각하고

4번을 찍었다. (이 근거가 맞는진 아직도 모른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


아무튼 계약지문 마킹과 가채점을 허겁지겁하고 종이 안쳤길래 헷갈렸던 문제들이나 되돌아가서 보자 싶어서

북학의 지문으로 먼저 달려갔다. 10초 봤으려나 종이 쳤다. 그렇게 나의 2021 수능 국어 시험이 끝났다.



 


 


-2탄 기대 해주십쇼 보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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