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줄게욤 [964858]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2-04 12: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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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본 수능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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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틀입니다. 오르비는 12년 쯤에 가입을 했었는데 사이트 개편 이후로 제 거 계정을 못 찾겠더라구요.


제목에 썼다시피 어제 수능을 봤습니다. 사실 저는 s대 나와서 미국 대학원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코로나 때문에 바로 출국하기에는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큰 것 같아서 내년에 출국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7월 말쯤 앞에서 이비인후과 전공책을 뒤지고 있는 의대생 동생을 보면서 아,,,수능을 한 번 쳐볼까? 이런 생각에 4개월을 달렸습니다. 지역 인재 전형이 있다는 것에서 더 힘이 나더군요,,


저는 사실 문과지만 수학만큼은 재수 때 가형도 공부했던 만큼 괜찮다고 생각했었고, 미국 대학원 가기 진학 이전에는 로스쿨 준비도 잠깐 했었어서 리트 공부도 되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국어 영어는 나름 기본기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4개월동안 수학과 탐구만 팠습니다. 


뭐 결론은 수학에서 발목이 잡히더라구요. 기출을 봤다곤 하지만 저희 때와 출제 기조가 달라버리니까(21번 30번을 맞추면 100이 나오던 시기) 시험장에서 느끼는 한 문제 한 문제의 묵직함이 참 달랐습니다. 

아직도 잊을수가 없네요. 묵직한 잽들에 전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게 패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물론 4개월은 기만적인 행위기도 합니다. 아니 노베로 4개월을 준비해서 의대 목표로 준비한다고? 도둑놈이네...이럴 수도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9평도 그렇고 10모도 올 1이 나왔기에 어쩌면 갈 수도 있겠다!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왜 올해 수능을 못 본걸까,,,어제 밤 술 마시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4개월 간 공부한 것에 대해서는 주어진 시간 내에서 계획을 잘 짜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가장 큰 패인은 그저 4개월이 너무 짧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더라구요. 


살면서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비단 첫 사랑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시험이 내가 대학교 들어가는 시험이었다면 나는 어쩌면 또 다른 학교를 갔었을 수도 있겠구나,,,이런 생각이요. 그래도 정말 후련합니다. 머릿 속 과거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if 를 이제 미련없이 지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온 힘을 대학원에 쏟아야겠네요.


다들 정말 정말 고생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응원합니다. 그 선택은 당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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