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833259]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12-04 0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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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술 마신 김에 써보는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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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났네요

20살에 갑자기 삘타서 시작한 공부였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들과 그간의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도 나름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안 나올 것 같지만 그럼에도 +1을 하기엔 힘드네요 정말 

올해들어 제가 저 스스로를 성찰해봤을때 일단 저는 노는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음 뭐랄까..흔히 공부로 성공하는 사람들과는 어느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고등학교, 좋은 환경도 아니었고 머리가 비상하게 좋다 함부로 말할 수 없음에도 N수의 N이 커져가니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고 합리화도 심해지더라구요. 올해가 정말 극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나름 4수니 그동안 쌓아온게 뭐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난 해보다 더 공부를 안 했던 것 같네요. 뭐 실제로 쌓인 건 있습니다 여기 적긴 그렇지만 나름의 노하우라던지.. 국어 실모도 인생 처음으로 96점이란 점수도 받아보고 수학도 중학생 이후로 처음 80점대 90점대도 나와보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원하는 성적을 수능에서 받지 못했습니다. 나 스스로가 얼마나 자만했었는지 왜 이걸 이제와서 절실히 느끼는 걸까요..

사실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중학생 때 했던 예체능이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된 후 고등학생이 되고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살았거든요. 

딱 20살이 되고나니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아예 생각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대학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시작하는거 끝판을 목표로 의대에 가보자고 생각했었죠 더 넓은 세상으로 가보고 뭐라도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저는 욕심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욕심이 많습니다. 가지지 못했었고 가져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건 가져야 속이 풀리는 그런 사람입니다. 대학 입학도 그 일부였구요.

결론은 일단 쌩으로 5수는 안 할 것 같아요 어디든 대학에 가서 좀 다른 자극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해보지 못했던 연애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구요 반수를 하든 군수를 하든 당분간은 생각하지 않으려구요

군대도 군대고 tmi지만 지병으로 어찌저찌 면제가 된다해도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제가 여기서 1년을 더 한다 해서 이게 갑자기 나아질거라는 생각도 안 드네요 

일단 당분간은 좀 잊고, 혹여나 반수나 군수를 하더라도 그땐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기위해 지난 3년간 썼던 책들도 버릴 생각입니다.

잘 쉬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 느끼는 이 약간의 비통함도 허망함도 희석되겠죠

올해 최악의 여건에서 공부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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