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965471] · MS 2020 · 쪽지

2020-11-22 01: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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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때 사람 하나 손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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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크리스마스 떡밥 돌길래... 생각난 이야기임.

작년 크리스마스때 오랜만에 아는 누나랑 만나서 밥먹기로 했음. 대충 얼굴 안본지 1년정도 된 사이인데. 연락은 가끔씩 함.


일단 이 인간은 전날에 6시까지 역앞으로 오기로 했는데 지각한 전과가 3번 있음. 나는 3시부터 준비(샤워하고 옷고르고 입고 머리 손질하고 하면 2시간은 걸리는 편)하고 버스타서 30분 전에 왔는데 또 지각하면 거의 3시간을 준비한 내가 너무 한심할 것 같아서 5시 반에 먼저 도착한 뒤,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음.


근디 불길하게 전화를 안받는거임. 그때 본인 머릿속에는 "참을 인자 세번은 다 썼잖아. 집에 가버리자." 라고 말해주는 천사와 "참을 인자 세번 다썼는데 뺨한대는 쳐주고 가야지 기다려"라고 말하는 악마가 서로 싸웠다.

본인은 기다리며 5분에 한번씩 전화를 했고 연락이 닿은건 6시 20분쯔음이었다. 


"Xx아 미안... 나 잠깐 낮잠잔다는게...." ㅋㅋㅋㅋ ㅋㅋㅋ나:"그래서 이제 나오는거야?"

???:"아니..지금부터 준비하면... 한시간 반...? 금방 갈게..."


그렇게 본인은 크리스마스에 1시간 가량을 추위에 떨면서기다렸다가 그 누나를 기다리기 위해 피시방에 들어갔음.

크리스마스 당일인데 피시방에 사람이 별로 없는걸 보고 안심했다가 다들 놀러갔다는 생각을 하니 급 우울해졌었던 기억이 난다


약속시간에 다시 그 장소로 가니 누나가 기다렸다.

나한테 웃으며 미안하다는데 나는 그 웃음조차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있었지만 어쩌겠느냐... 일단 나왔으니 밥 먹으러 가기로 했고 난 누나한테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봣다. 


???:"아... 이번엔 내가 짜오기로 했지...미안..."

정말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악의 발언을 연습해온게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가까운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갔다. 원래는 크리스마스니까 무한리필을 가기 싫었지만, 이 사람과 시간을 쓰며 비싼 돈을 쓴다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 당돌했던 사람이 나랑 눈도 못마주치고 어색해하는 것이다. 사랑 설렘 그런 상황이 아니다. 어색 정적이 맞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누나한테 우리가 낯가릴 사이였냐고 물어보니 내가 너무 달라져 어색하단다. 


저게 무슨 문제가 되냐면 저 사람은 낯 가리는 사람한테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시도했고 그때마다 돌아오는건 단답 혹은 아무말대잔치였다. 나를 싫어하나 싶었다. 싫어하지 않는다면 지각에 계획x에 어색한 분위기에서 식사까지 나한테 3종세트 빅엿을 먹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본인은 원래 대식가지만, 그날따라 고기가 정말 맛이 없었다. 고기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다음에 회식가서 먹었을 때는 맛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화장실을 간다고 둘러대고 혼자 계산을 했다. 나중에 더치페이때문에 연락을 더 주고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미 손절을 치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였다.


그렇게 다 먹었으니 일어나자는 말과 함께 식당 밖으로 나오니, 계산 안하냐고 물어보더라. 내가 샀다고 하고 얼른 나오라니까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계좌를 부르라고 했다. 최소한의 양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인간과 더 이야기 하기 싫었기 때문에 카톡으로 보낸다고 했고 오늘 더 할 일이 없다면 집에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다음에는 준비를 잘 해오겠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지만, 현재 본인은 디엠과 카톡 페메를 전부 차단한 상태이다. 


무한리필 고깃값으로 사람하나를 걸렀다면 나쁘지 않은 비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즐겁게 놀려다가 이래저래 돈만 안타까운 곳에 썼으니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롤을 하려고 한다. 시즌9 플래티넘2 듀오구합니다... 숟가락(특히 노머고 )안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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