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0-11-09 19: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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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하면서 느낀 것들-어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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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일, 정시 컨설팅 준비, 피램 문학편 집필 등등 하고 있기는 한데


요즘 6~7개씩 하던 과외를 거의 다 정리해서,


여유가 조금 난 김에 올해 과외하다가 느낀 점들을 조금씩 얘기해볼까 합니다.






내가 작년에 과외를 시작하고 가장 놀란 점은 단연 학생들의 어휘력 문제였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단어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어려운 어휘라는 점을 알았다.


심한 경우에는,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인식론, 점유 같은 용어는 제외해도)가 한두개씩 있는 친구들도 많았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당연히 지문 독해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거시적', '미시적'의 뜻을 모른다면 작년 6평 경제 지문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어휘력의 부족은 하위권 학생들한테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은근히 1등급 학생들 중에도, 모르는 단어가 꽤 많은 케이스가 있었다.


하위권 학생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언어적 감각으로 문장에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대강이나마 추론한다는 정도?


본인도 수업할 때, 어려운 단어를 문장 내의 구조를 통해 알아내는 법은 최대한 알려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휘력보다 더 문제인 것은, 모르는 어휘를 대하는 학생의 태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상식에서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또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에 찾아보는 것이 당연했다.


궁금해서라도 나는 찾아봤다.


그런데 모르는 것을 그냥 모르는 채로 놔두고, 다음 지문을 공부한다니...


문제집의 해설이나, 해설 강의는 찾아보면서 왜 단어는 찾아보지 않는 것일까?


이 '태도'의 차이는 다른 부분에서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유의미한 차이를 유발했다.




피램님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근본적으로 일상어와 구분되는 문학 개념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었다.


맞는 얘기다. 사실 문학을 틀리는 이유는, 뭔가 특별한 문학 개념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문학을 못 읽어서/선지 판단하는 기준이 없어서가 일반적이다.


물론, 관념적-경험적이 어떻게 차이가 나고, 선지에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케이스가 무엇인지,


문장 차원의 역설과 작품 차원의 역설이 어떤 차이가 있고, 그런 작품이 뭐가 있는지


이런 거는 가르치는 사람이 기출을 분석해서 명료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번 9평에서, 가령 '개괄적으로'라는 단어가 '모르는 문학 개념어'라 틀렸다는 학생,


선지에서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를 국어 사전에 쳐보기도 전에


문학 개념어 강의, 교재부터 고르는 학생들은... 


국어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문제를 겪으리라 감히 생각한다.





본인도 문학 개념어를 정리한 자료가 있고, 수업도 하지만


사실 제일 좋은건 학생 본인이 기출을 분석하면서 해당 단어가 맞고 틀린 케이스를 익히는 거다.


평가원에서 문학 개념어 사전을 따로 출판해 준 것이 아니기에...


무조건 기출 분석을 통해 그를 익혀야 한다.


사실 기출을 보면, 선지의 용어가 일상어와도, 교과서와도 약간의 용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애매한 부분은 학생이 누적된 양을 통해 감이라도 익힐 필요가 있다.





결국 수험생들의 어휘력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능동적, 메타적인 공부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안하기 어려운데


이게 아주 자그마한 차이지만 공부 뿐 아니라 다른 일을 대하는 태도에도 연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유의미한 연봉 차이가 있다는 연구를 봤는데


어것도 약간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싶다.





ps.1 영어 공부를 할 때도, 영한 사전보다는 영영 사전을 보는 것을 권한다.


실제로 영한 사전에서 번역된 한글 뜻으로 바꾸어 읽으면 분명 어색한 문장들이 있다.


영한 사전을 통해 모르는 단어를 하나씩 찾아가며 공부하면 영어 텍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진다.




ps2. 결론적으로 어휘는 그냥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마다 찾아보는 것을 권하지만...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해황 선생님의 '결국은 어휘력'을 추천한다.


단순히 단어장처럼 어휘만 정리해놓은 책이 아니라, 단어의 심층적 의미,


수능 국어를 접근함에 있어 상당히 유익한 얘기들이 많아서


내가 만약 고1~고3초 학생을 과외한다면(재수생 전문 과외지만)


'결국은 어휘력'을 가지고 수업 한 타임에 30분씩 수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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