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Final's kill ② 문학에서의 논리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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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 판단을 위한 두가지 물음>
왜 문학의 판단은 모호할까요?
비문학이 ‘필연적 해석’만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문학은 기본적으로 ‘개연적 해석’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긴 말 않고, 다음 예시를 보시죠.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 오장환, 고향 앞에서中 -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화자는 낯선 행인에게서 친근감을 기대하고 있다.
평가원에 따르면, 선지①은 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화자는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말할 뿐, 그게 어떻게 친근감을 기대하는 거라 이해할 수 있는 걸까요.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 친근감
???
답은 ‘개연적 해석’에 있습니다. 문학에 있어, ‘따듯하리라’라는 말에서 ‘친근감’이라 해석하는 정도는 평가원은 개연적 해석으로 보겠다는 거지요. 이러한 예는 평가원이 수도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기출에서 확인할 수 있으실 거예요.)
이러한 ‘해석의 개연성’을 알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문학을 감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어요. 선지가 맞다면 왜 맞는지, 틀리다면 왜 틀린지 그 논리적(≒개연적) 근거를 댈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개연성’이라는 개념 역시 꽤나 애매하다는 겁니다. 어디까지가 개연적 해석이고, 어디부터가 개연적이지 못한 해석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죠.
이에 저는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안해요.
ⓐ 그렇게 해석할 만한 근거(껀덕지)가
지문에 명시적으로 있는가?
ⓑ 지문의 핵심 정보(≒인물의 상황과 태도)와
상충하지 않는가?
위의 두 질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그 해석을 개연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 오장환, 고향 앞에서中 -
② 화자는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처지를 통해 삶의 무상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상감과 연결될 만한 근거가 지문에 있나요? 아니죠. 무상함으로 해석할 만한 근거는 아무리 찾아봐도 지문에 없습니다. ⓐ의 조건에 위배됩니다. 개연적 해석으로 인정해줄 수 없는 거예요.
길동이 왕에게 : …㉢각 읍 각 관을 치고 군기를 탈취하기는 신의 책략을 자랑함이요…
- 「홍길동전」-
<보기>
「홍길동전」은 19세기에 오면 특정 대목을 확대․변형한 이본이 여럿 등장한다. 윗글은 이러한 이본 중 하나로, 이전에는 왕이 길동을 잡기 위한 계략으로 병조판서를 제수하였지만 윗글에서는 길동이 왕에게 직접 요구하여 원하던 바를 얻는 것으로 변형하였다. 이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신분 상승이 가능하기를 바라던 당대 독자들의 욕망을 작품에 반영한 것이다. 단 군신 관계를 바탕으로 한 조선의 유교적 질서에 대한 부정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③ ㉢은 군신 관계를 바탕으로 한 유교적 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한 시도이겠군.
위의 선지는 어떻습니까? ㉢자체는 ‘유교적 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한 시도’라고 해석할만한 근거가 됩니다. 각 읍 각 관을 치고 군기를 탈취했으니까요. 그러나 <보기>를 보면, 홍길동은 유교 질서에 대한 부정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인물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③은 이러한 지문의 핵심 정보와 상충되므로 ⓑ의 조건에 위배됩니다. 개연적 해석으로 볼 수 없습니다. '
거울을 연신 깨던 전우치. ㉡한 거울에 눈이 멈춘다. 작고 투박하다.
② ㉡ : 전우치가 거울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려면, 전우치의 얼굴이나 눈동자를 화면에 가득 담아야겠군.
꽤 많은 분이 틀리셨던 6평 전우치전의 선지입니다. ㉡은 ②로 해석할 근거가 됩니다. 전우치의 얼굴이나 눈동자를 화면에 담으면 전우치가 관심이 있음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의 조건 통과입니다. (물론, 거울 속에 비친 전우치의 눈동자를 담아도 괜찮겠죠. 둘 다 개연적인 해석입니다.) 또, 전우치의 얼굴이나 눈동자를 화면에 가득 담는다고, 지문의 핵심 정보와 상충되지도 않습니다. ⓑ의 조건 통과입니다. 개연적으로, 옳은 선지겠죠.
만약 다음과 같은 식으로 선지가 구성됐다면 옳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전우치가 거울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려면, 언짢아하는 왕의 얼굴을 화면에 가득 담아야겠군.
(ⓐ조건 위배 - 언짢아하는 왕의 얼굴을 화면에 담아야할 개연적 근거 없음)
* 전우치가 거울을 통해 입신양명하고 싶음을 강조하려면, 전우치의 얼굴이나 눈동자를 화면에 가득 담아야겠군. (ⓑ의 조건 위배 - 핵심정보 상, 전우치는 입신양명을 원하는 인물이 아님)
물론 지금 시기에는 모두들 나름의 문학 독해 방법, 문제 풀이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틀을 깨면서까지 위에서 말한 개연성 판단에 집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 조건을 언제 판단하느냐? 딱 실전에서 애매할 때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3가지 선지가 애매한데,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판단할지 모르겠다! 하실 때
ⓐ 그렇게 해석할 만한 근거(껀덕지)가
지문에 명시적으로 있는가?
ⓑ 지문의 핵심 정보와 상충하지 않는가?
를 고민하시는 거죠.
---
주마다 하나씩 쓰기로 예고했던 final's kill 두번째 글입니다. 문학에서 애매할 때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을 가져왔습니다!
모든 방법이 그렇듯 꼭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한 번 사용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님 말ㄱ..)
모쪼록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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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s kill ① 실전 국어 시간 관리 전략
보러가기 -> https://orbi.kr/0003262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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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ㄹㅇ 국어칼러 중에서 젤 도움되는 분임 ㄹㅇㄹㅇㄹㅇ
진짜인정요..
진또배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