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A [307311] · MS 2009 · 쪽지

2012-11-30 17:46:52
조회수 14,096

오수생의5년동안,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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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삼수가 힘들다는 얘기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저역시 5년중에ㅋㅋㅋ삼수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자신있던 수리에 처참히 발리고 과탐성적만 좋은 성적표를 들고,
또 대성을 가면 익숙한 분위기에, 익숙한 제도에 빨리 나태해질수있다는 생각에
강남종로를 찾아갔습니다
언수외표점합이 370이 컷이었는데 제가 딱 370이더라구요

학원을 다니면서 수리는 다시 감을 찾았습니다 수리는 어떤난이도든 거의항상 반에서1등이었지요
외국어도 다시 감을 찾았구요
탐구는 재수막바지에 망한원인이 탐구만 해서이기 때문에 탐구도 잘나왔구요
이제 언어가 제일 취약한 과목이 되었습니다

언어는 기출이다/라는 얘길많이 들어서 기출만 보았습니다
실제로 언어점수가 올라 6평에는 처음으로 모든과목 1등급을 받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때 언어가 오른이유는 정말 실력이 오른것이 아니라 그날 정말 운이 좋았거나 감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점수의 변동폭이 심했습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언어에도 희망이 보이고 대학에도 희망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여기까지, 즉 6월까지는 정말 희망적이었습니다




삼수가 힘든이유는 물론 육체적인것도 있습니다
고3때부터 잠도 거의 못자고 항상 예민한상태로 신경곤두세워야하고 통학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기 때문이죠
노량진대성, 강남종로 모두 집에서 지하철로 1시간이상걸리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가장힘든이유는 정신적인것, 심리적인 것에 있습니다
지금대학간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게됩니다 벚꽃놀이간다, 어디여행간다, 유학간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생겼다 과MT간다 아카라카,입실렌티 등등
심지어 음식점에 이쁘게 찍은 음식사진이 그렇게 불편할수가 없습니다

지금군대간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게됩니다 심지어 조기졸업한친구는 전역도 머지않았다고 합니다
이들에 비해서 난뭐지? 난왜이렇게 갇혀있지? 너무 늦어진 거 아니야? 
대학이 그렇게 중요해? 어디대학을 가든 친구들은 저렇게 행복해보이는데?
삼수해서 난무엇을얻었지? 잃기만했는데 많은친구들도 잃엇고 활발한성격조차 잃었고
한창젊을때의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만하나...이렇게 스무살이지나가면 다시는 오지않을텐데
수능이뭔데? 내가 왜 수능에 맞춰야하지? 다들각자개성이 있는거아닌가? 왜 60만을 똑같이 측정하는거지?
+
위에서말했듯이 처음으로 높은 성적을 받아보았지요
그때 6평성적으로 지금의 에피마크도 달게 된것이구요 
여기서오는 스트레스도 장난아닙니다

어떻게 유지해야하지?앞으로 무얼해야하나? 제대로하는거맞나? 다른애들은 막치고나가는거아냐?
시험결과가 잘오면 '아니야, 요번시험이 쉬웠어. 어렵게나오면 난 망할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성적이 앞으로 나아가질못하고 밑에 있던 아이들은 1분1초바짝바짝 쫓아오고
어떤때는 시험에서 나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틀린것을
나보다 성적이 낮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너무쉬운거아니냐고 할때도 있었구요

특히, 위에서말한 '아니야, 요번시험이 쉬웠어, 어렵게 나오면 난 망할거야'라는 생각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종로모의고사에서 과탐은 정말 쉬운편입니다 평가원처럼 새롭고 창의적인 문제를 만들지 못해
틀에 박힌 문제들이라 쉬운편입니다
그래서 제 객관적인 실력을 체크하지 못하게 되지요
하지만 저는 괜히 자기비하를 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고3때 거만이 나를 망쳤다는 것을 알고 '겸손해야지'하는 마인드로 '요번시험이쉬웠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건데
이게 위의 스트레스와 합쳐지더니 자기비하로 가게 된것이죠

게다가 24시간공부방법으로 정말시간아껴가며 공부해왔기때문에 실수로 틀리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자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 쌓아놓은걸 실수로 몇점까먹는다는게 너무 아까워서죠
자학이라고해서 정말 날 때린다는 것이아니라 일종의 자기비하입니다
왜 이런걸 틀리니

예를들어
이때부터 EBS가반영되기 시작했는데
EBS수리파이널은 어렵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모의고사를 풀면 하나틀리거나 다맞았습니다
웃긴건 이에대한 반응입니다
모의고사를 다맞으면 '시험이 쉬워서그래'
하나틀리면 '왜 이런걸틀리냐 한심하게'

그래서 모의고사를 또 풉니다
계속 같은 반응되풀이...

+

반아이들도 잘못만나서 힘들었습니다 같은반아이들 중에 거만한 친구 셋이 있었는데
한명의 대표적인 일화를 얘기하자면

수학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가 명쾌하게 대답을 못해주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부분이었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부분이었기 때문이었죠
친구가 A가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저는 A일수있을거 같다고 잘모르겟다고 대답을했지요
마침 선생님이 이쪽으로 오셔가지고 친구가 질문을 하더군요
선생님께서는 A''' 라고 답해주셨어요
그랬더니 이친구가 나에게 직접얘기하는게 아니라
앞자리에서 들으라는식으로 '뭐야 A 아니네'라고 툭 내뱉더군요

일단 A'''인것은 A하고도 관련이 있는데 아니라고 말하는것에도 화가 났지요
하지만 아주 거만한 말투로 '뭐야 , 니가 틀렸네'라고 말하는것역시 화가 났습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게 아주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이 3명과 같이 지내기엔 너무 불편했습니다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운데

(지금생각해도 화가 나는데
이3명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수기가 아니라 뒷담화가 될거같아서ㅋㅋㅋ)



아무튼 이모든것들이 악순환이되면서 점점 우울증이라고 하기엔 조금그렇지만(우울증걸리신분들은 정말 장난아니더라구요ㅠㅠ)
우울감, 불안감 이런것들이 커지게되고 식욕은 줄게되고 무기력증...
나중에는 교실에서 나와 걷는데, 한발한발디디는게 왜이렇게 힘이든지
엘레베이터 버튼 누르는 건 왜이렇게 힘이드는지

이 불안감을 수능장까지 고스란히 데려갔습니다
제가 그해 수능장에 가져간 물품을 나열해보겠습니다 필통이나 초콜렛 이런건 누구나 가져가니깐 제외하구요
슬리퍼, 보온병, 과일음료, 목캔디, 샤프심2개, 손목시계2개 등등

슬리퍼-더울까봐
보온병-추울까봐
과일음료-더울까봐 + 당보충
목캔디-졸릴까봐
샤프심2개-다쓸까봐ㅋㅋㅋ
손목시개2개-멈출까봐

이런 자신감이 제로, 완전바닥인 상태에서 대담해야하는 수능을 잘치룰리가없겠지요
등급은 321 과탐은 기억이 안나네요 평균2정도본거같은데흠...
원래 과탐은 전체에서 2개정도 틀리는 실력이었으니 많이 망친거맞지요

성적표가 나온 후
대학걸치고 반수해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그래서 지금 휴학중인 고려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 지원하게 됩니다
ㅋㅋㅋ지원할때 역시 불안증이 있어서 그런지 고대제일하위과를 지원했고
우선선발로...합격을

아무튼 대학에붙자 그나마 긴장이 놓이는것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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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점으로가자 · 414871 · 12/11/30 19:12 · MS 2012

    저 이런말하면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너무 재밌어서 빠져들고있어요ㅜㅜ 빨리 다음편 써주세요.

  • ARENA · 307311 · 12/11/30 20:21 · MS 2009

    ㅋㅋㅋㅋ아니ㅋㅋㅋ저도무슨 소설쓰는거같은ㅋㅋㅋㅋ감사합니다~

  • vividsunmi · 380573 · 12/11/30 19:31 · MS 2011

    죄송하지만 저도 윗분과 같이 너무 빠져드네요 ㅠㅠ 4번째편빨리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르피스 · 335177 · 12/11/30 19:49 · MS 2010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

  • Gaussians · 411941 · 12/11/30 20:07 · MS 2012

    제목좀 거창하게 다세요ㅋㅋㅋㅋㅋ 모르비에서는 태그없이 제목만보고 수기인줄 못알아보겠어요ㅠㅠ

  • ARENA · 307311 · 12/11/30 20:22 · MS 2009

    아흑ㅠㅠㅠㅠㅠ
    수기란에 가면 쭈루룩 나와있어서
    일부러 이렇게쓴건데ㅋㅋㅋㅋ
    그럼 5년동안시리즈ㅋㅋㅋ끈나고 다음수기제목 생각해볼게요

  • aslkgjls · 366455 · 12/11/30 20:30 · MS 2011

    평상시에 낮은지방의,연대정도 성적 나오다가 올해222111맞고 4수 생각하는사람입니다. 딱히 1년공부더하는것에 스트레스는 없고 목표인 의대에 정말 가고싶은데,사수를 할지 아니면 휴학한 학교 복학하고 학교 다니면서 수능칠지 고민입니다.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자는 실패하면 3수로 원래있던대학(서성한라인)가고 후자는 재수로 원래대학가는것인데요.맘같아선 깔끔하게 전자로 하고 싶은데, 실패하면 n수라는 압박감도 그렇고 주변에 작년보다 더 못친 사람들을 보면 1년 낭비할수도 있다는생각이 들어서요. 전자와 후자의 장단점에 대해서 알수있을까요?? 그리고 야간반 다니면 공부시간 최대로 얼마정도 뺄수있나요???답변부탁드려요..

  • ARENA · 307311 · 12/11/30 21:10 · MS 2009

    만약 제가 본인입장이라면 복학하지 않고 사수를 할거같아요
    복학한다는 얘기는 학점도 관리한다는 뜻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아무래도 좀더 투자할 시간을 뺏기게 되는것이지요~

    올해 최선을 다해서 하시고
    최선을 다해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의 하나 실패하게 된다해도
    1년 낭비했다는 생각은 드시지 않을거에요~

    저는 올해공부할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없는 1년보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 D.Joseph · 37668 · 12/12/01 02:58 · MS 2003

    제 아이민 보세요!!! 이렇게 재미있는 수기 정~말 오랜만입니다. ㅋ 준비물챙긴 마인드가 참 웃음이 절로 나는! 물론 그때는 슬펐겠지만 ㅠㅠ

  • ARENA · 307311 · 12/12/01 08:51 · MS 2009

    ㅋㅋㅋ지금 돌아보니까 참 무언가에 쫓기는듯한 불안감이 있었구나 싶더라구요

  • 디디딩 · 379574 · 12/12/01 03:19 · MS 2011

    와....3수때 수능장에 가지고 가셧던 마인드와 3수때 친구나 자신감등 저는 이번에 재수인데 정말 비슷하시네요..

  • ARENA · 307311 · 12/12/01 08:52 · MS 2009

    좀더 일찍 어려움을 맞으셧네요ㅠㅠ
    아마 어려움을 버티며 지낸것이 미래에 큰 도움이될거에요!ㅋㅋ

  • 막판처럼 · 354833 · 12/12/03 00:29 · MS 2010

    저도시계두개챙겨갔는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