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연마의 서 [925836] · MS 2019 · 쪽지

2020-10-18 22:45:22
조회수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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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지 않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를 
무슨 무슨 주의의 엿장수들이 가위질한 지도 오래 되었다.
이제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엔 
가지도 없고 잎도 없다. 
있는 것은 흠집투성이 몸통뿐 


허공은 나의 나라, 거기서는 더 해 입을 것도 의무도 없으니 
죽었다 생각하고 사라진 신목(神木)의 향기 맡으며 밤을 보내고 


깨어나면 다시 국도변에 서 있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귀 있는 바람은 들었으리라.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들이 
내 앙상한 몸통에 매달려 나부끼는 소리, 
그 뒤에 내 영혼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봄기운에 
대장간의 낫이 시퍼런 생기를 띠고 
톱니들이 갈수록 뾰족하게 빛이 나니 
살벌한 몸통으로 서서 반역하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여 


잎사귀 달린 시를, 과일을 나눠 주는 시를 
언젠가 나는 쓸 수도 있으리라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시를. 

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어
지저귀지 않아도.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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