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브어굿타임 [943492] · MS 2019 · 쪽지

2020-10-01 1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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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현재 수능 탐구 체제는 정말 너무나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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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탐구영역이 과목당 20문제/30분 체제가 된 건 05수능부터였음.

05수능부터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수능에 대격변이 일어남. 일단 언/수/외/탐구가 120/80/80/120점에서 100/100/100/200(50×4)점으로 바뀌었으며 3교시와 4교시가 서로 바뀌어서 언/수/탐/외 의 순서로 보던 수능이 언/수/외/탐의 순서로 바뀜.

종전 04수능까지는 탐구영역에서의 선택권이 거의 없었고 계열 관계 없이 사과탐을 모두 공부해서 치러야 했으나, 05수능부터 사탐과 과탐이 철저하게 분리되고 선택형으로 바뀌었다. 이때 처음으로 사탐 11개 과목(현재는 몇개 과목이 통합되어 과목 수가 줄어듦), 과탐 8개 과목 체제로 정립이 되었고 이 중 자유롭게 4개 과목을 선택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4개 과목 선택 체제 하에서는 당연히 과목당 20문제/30분이 합리적이었고 문제의 수준 자체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아마 지금 그때 문제 보면 실소가 나올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목 수가 많다보니 공부량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그 자체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4과목을 다 제대로 공부하고 수능시험장에 오는 학생들 자체가 이미 상위권이라는 방증이었음. 게다가 그 상위권들 마저도 한 과목 정도는 그냥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애초애 4과목을 모두 반영하는 학교는 오로지 서울대 뿐이었으니까. 연대만 해도 4과목 응시하되 상위 3과목만 반영 시스템이었음.

따라서 어느 과목이든 소위 "허수" 응시자가 존재했고 그 허수 응시자를 바탕으로 등급컷과 백분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잡혔다(수학 A형이 문제가 쉬운데도 1컷이 안정적인 것과 같은 이치). 47점 내지 46점 정도가 대부분의 과목 1컷이었고 그마저도 문제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상위권이 각잡고 공부하면 탐구에서 195점 이상은 무난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다기 수험생 부담 경감 및 사교육 잡기 일환으로 탐구를 4과목에서 3과목, 3과목에서 다시 2과목으로 줄이게 된다. 정말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희대의 병신짓이 아닐 수가 없는 게, 시험 범위가 줄어든다고 부담이 덜어지나? 공도벡에서만 30문제를 낸다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근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과목의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허수응시자도 줄어들게 되고 그럼 모든 과목을 전력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같은 문제 수준으로는 더 이상 변별이 불가능해진다는 소리. 결국 예상대로 문제가 괴랄해지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게다가 문제를 위한 문제를 출제하다보니 그 과목 개념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그저 즉각반응, 순발력, 컨디션 같은 시험 외적 요소가 너무 중요해져버렸다. 공부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화학은 물질의 상태와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도대체 양적 반응에서 N개니 3N개니 따져가면서 아이큐테스트같은 문제 푸는 게 화학이라는 학문의 본질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전기음성도는 왜 외워서 반사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우리중 그 누구도 표준정규분포표나 삼각비표를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그게 수학의 본질은 아니거든.

마찬가지로 대립유전자쌍 5개씩 던져주고 유전병 두세개씩 섞어서 무슨 난 이름도 모르는 내 증조할아버지부터 시작한 가계도 던져주고 분석하라는 게 생명과학의 본질인가?

이런 거지같은 문제를 출제할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탐구가 단 2과목 선택이고 그렇다고 과탐 한과목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시험문제는 20문제 뿐이고 시간은 30분밖에 안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도 예상 못하고 대책없이 과목 수를 줄인 거라면 정말 교육공무원들 싹다 목아지 쳐내야된다. 2과목으로 줄일거면 한 과목당 개념 분량도 늘리고 문제 수도 40문제 정도로 늘리고 100점 만점 아니 최소한 80점 만점 정도로는 늘렸어야 했다. 시간이야 비례해서 늘리면 될 문제.

도대체 왜 어떠한 철학도 고찰도 대책도 없이 교육정책을 입맛대로 바꾸고 수험생들을 사지로 내 모는 지.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이고. 난 이 나라가 너무 싫다. 싫은 이유는 100가지라도 댈 수 있지만 그중 정말 딱 두 가지를 고르자면 노력에 따른 보상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거, 그리고 정의도 철학도 부재하다는 거.

현 탐구영역 정말 바뀌어야한다. 3~4과목으로 늘리든지, 과목수를 못 늘리겠다면 문제수와 배점과 분량과 시간을 늘리든지

rare-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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