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비문학 파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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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수능국어를 가르치는 BLACK입니다.
2021학년도 9월 모의고사를 당일에 바로 풀어보았습니다.
생각을 조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이번 수능이 9월 모의고사와 비슷하게 나온다면, 수험생들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준비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총평
이번 시험은 전체적으로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화법/작문/문법까지는 평이하게 출제되었지만, 문학에서 지엽적인 내용들을 묻는 문제가 많아 대다수 학생들이 시간 압박에 꽤나 시달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비문학 파트였습니다. 문학 때문에 평소보다 안 그래도 시간이 촉박한데, 이번에 출제된 비문학 지문들은 하나같이 시간투입을 많이 요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거든요. 이번 비문학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
글에서 제시되는 정보들의 양이 많았고,
제시된 정보들 간의 관계를 종합/평가/재구성하는 문항들이 다수 출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시문의 절대적인 난이도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으면 이해 못 할 내용은 딱히 없습니다. 문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이 정보들을 모두 분별하며 처리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죠.
결국 이번 시험 비문학 파트의 핵심은 ‘빠르면서도’, 동시에 ‘정확하게’ 정보들을 이해하고, 그 정보들 간의 관계를 종합/평가/재구성할 수 있었느냐”였습니다.
빠름 | 정확함 |
O | O |
이게 과연 가능한 말일까요? 우리는 ‘빠름’과 ‘정확함’의 모순된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요?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해서
네. 가능합니다!
어떻게요?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선 표면적인 답부터 해 봅시다.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글에 제시된 정보들 간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20~25번, “예술에 대한 정의 / 예술비평 방법론” 지문을 살펴볼까요?
이 글에서는 모방론, 표현론, 형식론을 비교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각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각각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죠.
이처럼 제시된 정보들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집중하면서 읽는 태도와 reading skill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제시된 정보들 사이의 관계는 커녕, 각 정보 하나하나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수험생들이 태반입니다. 그들이 “정보들 간의 관계를 비교하면서 읽어야지....!!!!” 라고 마음을 먹고 글을 읽는다고 한들, 과연 그게 쉽게 될까요?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심층적인 답을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능/모의고사 기출문제에서, 외부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예술작품과, 작가의 독창적인 사상이나 관념을 ‘표현’하는 예술작품은 대립적으로 자주 출제된 것을 아시나요?
(재현 vs 표현)
예술작품의 ‘내용(content)’은 그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신적인 의미(감정, 주제의식, 줄거리 등)를 뜻합니다. 반면 예술작품의 ‘형식(form)’은, 그 작품의 내용이 전달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 역시 자주 수능/모의고사에 수도 없이 반복출제된 것을 아시나요?
(예술의 내용 vs 예술의 형식)
위와 같은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이미 갖추고 있던 훌륭한 독자들이라면, (가)의 첫 문단에 등장한 개념들을 쉽게 구별/분류하면서 글을 읽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모방론은 재현이 예술의 본질이라 보았고, 표현론은 표현이 예술의 본질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재현 vs 표현)
표현론과 형식론도 잘 구별하면서 읽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표현론에서는 예술작품에서 예술가의 감정이 표현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이때 표현되는 예술가의 감정은 예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해당합니다. 반면 형식론에서는 예술작품의 정신적인 의미가 전달되는 방식인 ‘형식’을 강조했습니다.
(예술의 내용 vs 예술의 형식)
이렇듯, (재현 vs 표현), (예술의 내용 vs 예술의 형식)과 같이, 간단한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만을 가지고도, 우리는 글에서 제시하는 정보들을 훨씬 잘 범주화시키고, 분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글이 점점 어렵고 길고 복잡하게 출제될수록, 글의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은 더더욱 중요해집니다!
하나만 자랑하고 넘어가도 될까요? 사실 이 내용은 제가 오르비북스에 출간한 DEEP BLACK이라는 책에 이미 소개된 내용입니다. 책의 388페이지와 389페이지에 나란히 위 두 개념과 범주(내용vs형식, 재현vs표현)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수능에서는 나오던 “개념과 범주에 대한 지식”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출제됩니다. 만약 위에 설명한 개념과 범주를 몰랐다면, 수능 국어 점수가 조금은 위험할 것입니다. 수능 전에 지금이라도 한 번쯤은 개념과 범주적 지식에 대해서 공부하고 넘어가는 것을 권합니다.
물론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물론 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념과 범주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면, 글을 이해하는 속도가 ‘느리고’, ‘부정확’해질 확률이 높을 뿐이죠.
수능은 실전입니다. 그냥 글을 술술 읽고 잘 이해하고 넘어가야 시간이 모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법학 지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26~30번에 출제된 법학지문에서도,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글에서 핵심은 결국 국회(=입법부)가 정부(=행정부)나 지방의회(=지방의 입법부)에게, 국민의 권리제한/의무부과를 위임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당연히 국회(=입법부)와 정부(=행정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어야겠죠.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국가의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반면 정부는 그렇게 만들어진 법을 실제로 적용해서 사람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요.
조금 더 나아가서, 여러분들은 국회와 지방의회도 구별할 수 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는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법을 만드는 곳인데 비해, 지방의회는 그 지방에서만 적용되는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러한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미리 안다면, 글에서 핵심적으로 비교해야 하는 개념들(위임명령 vs 행정규칙 vs 조례)을 잘 구별할 수 있을 겁니다!
지식요인이 갖추어지면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피지컬에 대해서
위에서 저는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매우 매우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들을 갖추기만 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정보처리 속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훌륭하게 갖추고도, 풀이시간이 모자라서 80점대 후반의 점수를 맞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분들이 이제 해야 할 것은, 이제 힘(reading power)을 기르는 일입니다. 요즘 말로 피지컬이라고도 하죠.
이제 수능까지 80일 정도가 남았습니다. 이제는 사설모의고사 많이 푸세요. 저는 평소에 사설모의고사‘만’ 풀어제끼는 양치기 학습법을 수험생들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이제는 사설모의고사로 연습을 할 때입니다. 이감, 상상, 바탕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훈련도 매우 중요해요. 일주일에 2개 정도면 적당할 것 같군요.
제가 굳이 정보처리연습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번에 출제된 ‘항미생물 화학제’ 지문에서 37번 문제가 LEET의 추리논증의 출제기조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중 캡시드만을 가지고 있는 것과, 지질+캡시드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을 인지적으로 잘 구분할 수 있더라도, 그것을 누가 ‘더 빠르게’ 정보처리 하는지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사실 IQ테스트와 매우 유사해지는 경향성인데, 수능 국어도 LEET와 유사하게 ‘재능’이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아래 추리논증 문제와 비교해 보세요. 정말 비슷하죠?
결론
-이러한 출제기조가 수능에서도 유지된다면,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에서 제시된 정보들 간의 관계를 잘 비교/대조해야 합니다.
-그 비교/대조를 잘 하려면, 가장 근본적으로는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없어도 물론 글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독자의 인지적 처리속도와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식요인을 풍부하고 넓게 갖췄다면, 이제는 막바지로 피지컬을 길러야 할 때입니다. 사설모의고사 열심히 풀어야 합니다.
저는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쓴 DEEP BLACK이라는 책에서는, 2018~2020학년도에 출제된 비문학 제시문들에서 눈여겨 볼만한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충실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맛보기 원고 페이지 : https://atom.ac/books/7574)
올 수능이 끝나면 두 번째 BLACK 시리즈가 출판됩니다. 제목은 BLACK True Wisdom (블랙 트루 위즈덤)입니다.
트루 위즈덤은 1994~2016학년도에 출제된 비문학 제시문들에서, 현대적인 수능 비문학에도 자주 출제될만한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는 기본서를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루 위즈덤은 DEEP BLACK보다 훨씬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2~5등급 독자들이 개념과 범주적 사고에 대한 지식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모두 수능 후반전을 잘 준비해서, 원하는 성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원고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쪽지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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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ㄹㅇㅋㅋ
표지 애플 광고 같아여..
'관계'의 중요성 정말 많이 동의합니다
내년엔 출판되는 책들이 어떤게있나요?? 또 올해 6.9.수능 분석이나 문제는 어떤책에 수록되어나오나요
블랙 위즈덤이 저번에 말씀하신 22년도 대비 책인건가요??
한블랙님 저번에도 그렇고 자꾸 지문 분석만 올리시는데
비문학 전체적인 문제에 대한 풀이는 왜 안보여주시나요?
행정부를 보고 정부를 어떻게 연결 지은거죠;? 정부라는 말이 한번도 안나왔는데;
행정부 = 정부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워요!!
아 한국에서 초중고를 안나와서 사회윤리 이런거 하나도 안배움요 ㅠ
그걸 누가 기억하노 ㅋ
평가원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배경지식인듯...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 법지문 힘들어해도 할말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