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비판형 문제 접근법+읽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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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형 문제 예제.pdf
수정 사항) 12 9월 18번 문제를 ㄱ에 대한 전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으로 고쳐주세요 ㅠㅜ
얼마전에 비판형 문제가 나올 것 같다고 글을 썼고
분명 뻘글이었는데 메인까지 가버려서 약속한대로 접근법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드립니다.
우선, 제가 말하는 비판형 문제는
'지문에 나오는 A의 입장을 활용하여 B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옳은 것은?' 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로지 지문의 내용에 대해 '독자가 비판하는' 유형에 대해 다루고,
이는 기출에서 채 10번도 나오지 않은 유형입니다만
여기서 말했듯이 '나올 것 같아서' 써봅니다.
먼저, '논증'과 '전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예제 두 개를 보겠습니다.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적인 노력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1995 수능 44~49번 문제
49번 : ㉢의 논리적 전제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남녀 평등은 실현되어야 한다.
② 여성의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③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④ 실질적인 남녀 평등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⑤ 편견이 여성 문제 해결의 장애가 되고 있다.
답은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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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수능 49번 문제의 답은 ②번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맞는 다른 네 개의 선지들입니다.
저 한 줄의 논증에는 여러 '숨은 가정'들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는 지금 A를 해결하기 위해 B를 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면,
이는 'A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숨은 가정을 담고 있습니다.(1번)
또, 'B한다면 A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정도 담고 있지요.(3번)
이런 것을 주장한다면 '아직 A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맥락이 있을 것이고,(4번)
'B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A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라는 주장도 담겨있겠지요.(5번)
다른 예제를 하나 볼게요.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아주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야 할 것이다. 빙하가 녹고 있다면, 해수면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피셔의 비판적 사고', 알렉 피셔 지음, 서광사
문제 9.1 위의 논증에서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피셔 교수님의 비판적 사고 교재 일부입니다.
이 글에서는,
- 지구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빙하가 녹을 것이다.
- 빙하가 녹는다면 해수면이 높아진다.
- 해수면이 높아지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라는 구조의 논증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논증에는 '해수면 상승에 대한 유일하게 가능한 설명은 지구 온난화이다'라는 숨은 가정이 존재합니다.
사실상 이러한 가정이 옳지 않기에, 논증 역시도 논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지요.
(교재의 내용일뿐, 지구온난화가 허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전제를 물어보는 지문의 경우(가령, 12 9월 18번), 이처럼 숨은 가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사실상 '논증을 비판'하는 지문의 하위 단계입니다.
전제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결론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죠.
제가 비판형 문제가 나왔을 때 학생들에게 우려하는 점은,
비판형 문제는 위의 두 예제처럼 주장-근거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으며,
밑줄도 안 쳐줄 것이고,
그 전제와 가정을 학생이 혼자 판단한 뒤 그것에 대한 올바른 지적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올바른 비판은 주장의 결과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정하는 것과 근거로 드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일 때 성립합니다.
저는 항상 학생들에게
주장-근거,
주장-FACT,
주장-예시,
원리-적용
이 넷을 연결하면서 읽을 것을 강조하는데,
사실 이런 식으로 주요한 구조를 분리하면서, 또 결합하면서 읽는다면
비판형 문제도 틀릴 일이 딱히 없습니다.
다만 이건 알아둡시다. 몇 가지 비판 형태는 애초에 건전한 비판으로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1.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주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상대의 주장을 왜곡하여 반박하는 경우입니다.
가령, A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서울대를 갈 수 있다'고 말했을 때,
B가 '아닌데? 나는 열심히 했는데도 서울대를 못 갔는데?'라고 대답한다면,
그는 A의 주장을 '공부를 열심히 하면 모두가 서울대를 간다'고 왜곡한 것입니다.
또 애초에 개연적인 A의 주장에 대해 단정적으로 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틀린 비판입니다.
2. 원천 봉쇄의 오류 (우물에 독 타기)
결론이 '이런 얘기는 해봐야 의미 없다'는 식으로 나가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인신공격하여 논증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
또는 논증 자체에 대해 비난하는 경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상 논리의 문제도 있지만 태도의 문제가 더 큽니다.
선지들 중에 과하게 띠꺼운 선지들은 제끼셔도 될 듯 합니다.
3. 논점 일탈의 오류
얘기하는 대상에서 떨어진 이야기를 하거나, 주장-근거가 올바르게 연결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쉽게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단순히 주장을 강화/약화하는 형태나, 아예 헛소리를 하는 경우는 아마 배우지 않아도 걸러낼 것이고
무지의 논증/미끄럼 논증/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등등 헛소리 유형은 많지만
비판형 문제에 선지로 나온적은 거의 없으니(비문학 소재로는 나왔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그냥 나무위키에 쳐서 보십쇼 ㅎㅎ
예제 몇 개 첨부파일로 올려두었으니 참고하세요!
좋아요와 팔로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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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 결과 언매 93 배경지식 개사기임 이거 확통 84 ㅅㅂ,,, 영어 92 듣기...

좋아요감삼당 ㅎㅎ

감사합니당항상 감사합니다! 올리신 해설 글도 잘 보고 있어요..! 사고를 따라가기가 어렵더라구요... 시험장에서 어떻게 이렇게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하다보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제 해설의 80% 정도만 할 수 있어도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당. 공부는 100% 120%로 하되 시험장에서는 부담 갖지 마시고 푸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어렵지만 도움되는 글이네요.
에피쿠로스 지문 비판 문제에서 ㄹ인가 마지막께 원천봉쇄의 오류와 같은 종류 아닌가요?
"결론이 '이런 얘기는 해봐야 의미 없다'는 식으로 나가거나"
요 부분 때문에 헷갈리신 것 같은데, 해당 지문의 ㄹ은 '이런 얘기는 의미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담론 자체에 참여하여 함께 얘기하면서 제기한 정당한 비판이기에 양상이 다릅니다. 에피쿠로스에게 가해질 수 있는 원천봉쇄의 오류는 가령 '신을 안 믿는 네 얘기는 듣는 것 자체가 죄악이야' 식으로, 논의 자체를 뭉개거나 정당한 비판조차 던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지문만 가지고 무난하게 해설하면,
고대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은 신이 야기한다고 생각되는 재해 등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고[문제 상황], 에피쿠로스는 '이러한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인간이 '행복에 이를 수 있도록(~두려움)'[목적] 자연학을 전개합니다[수단]. 따라서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는(~신) 것이 '행복에 이른다(~두려움)'는 논리, 즉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는 ㄹ로 인해 약화됩니다.
위의 내용과 연결하여 해설하면,
에피쿠로스는 인간이 자연재해를 두려워한다(~행복)는 것이 ^오로지^ '신이 그것을 야기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숨은 가정'을 보인 것인데, 이는 위의 '지구 온난화 논증'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논증을 펼친 것입니다. ㄹ은 그에 대해 critical한 비판을 한 것이지요.
예시에 담아놓은 95 수능 24번 문제 3번 선지를 한 번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ㅎ
안녕하세요 본문 중 질문드려요
가령, A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서울대를 갈 수 있다'고 말했을 때,
B가 '아닌데? 나는 열심히 했는데도 서울대를 못 갔는데?'라고 대답한다면,
그는 A의 주장을 '공부를 열심히 하면 모두가 서울대를 갈 수 있다'고 왜곡한 것입니다.
본문 중 발췌한 내용입니다. B가 위와 같이 왜곡했다고 본다면 B의 사례는 A가 말한 명제의 반례가 될 수 없지 않나요?
A하면 모두 B할 수 있다. 에는 A하면 모두가 B일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지, A한다고 모두 B임을 함축하는 것이 아니므로
Aand~B인 B의 사례를 근거로 B가 주장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서울대를 간다. 로 왜곡해야 합니다.
B의 주장과 근거의 정합성이 존재하면서 A를 반박하려면 본문에서의 가능성 진술을 단정적 진술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네요. 본문에 단정/개연 얘기도 써놓았는데 쉽게 쓰려다보니 실수를 해버렸네용,,, 맞는 지적이십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나머지 해설은 고치지 않고 ‘갈 수 있다’만 ‘간다’로 고치겠습니다.
피램에서는 이런말이있죠.
펙트인지 체크
비판대상의 주장과 반대인지 체크
저도 이거 두개면 해결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