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756919] · MS 2017 · 쪽지

2020-09-02 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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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힘든 고3 수험생을 상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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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내용은 아니지만 오늘 문자를 통해 한 학생과 상담을 했습니다.

뼈이과라서 글로 표현을 잘 못하지만 슬럼프를 겪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있을까봐 문자 내용 그대로 올려드려요.


 안녕하세요. 코로나 때문에 지치고 슬럼프 오셨으면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도 중학교 시절 정말 공부를 안하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정말 많은 슬럼프를 겪었어요. 당장 밀린 진도는 태산같고 해야되는 공부는 많은데 집중하기도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1학년때 모의고사에서 전과목 4등급 이상이 없는 성적표를 보고 정말 절망했었어요.   이대로 가도 괜찮을지, 성적이 오르긴 할지..그래도 저 나름의 방식대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시도해봤어요. 과외를 안하셔도 좋으니 그저 문자 한통의 조언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우선 플래너를 썼지만 남들이 하는 것처럼 먼저 계획을 다 적고 시간에 맞춰서 공부하지 않았어요. 그 대신 과목의 순서를 국,수,영,탐구 순으로 놓고 할당한 공부량을 무조건 끝내려 했어요. 그러고 난 뒤에 해당 과목별 걸린 순수 공부 시간을 적었어요. 그렇게 하고 나니 제가 강점이 있는 과목과 약점이 큰 과목이 시간과 효율을 지표로 쉽게 드러났고 이를 토대로 추가 공부 분배를 시작했어요. 여기까지 하고 전과목이 1등급 내지 2등급 오르기 시작했고 확실한 강점을 잡은 과목은 성적의 변화폭이 줄기 시작했어요. 이후 약한 과목에 대해서 과목별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저 같은 경우 수학이 약했기 때문에 특히 신경썼던 것 같아요. 그 결과 수학은 기출등 기존의 문제 풀이를 도구로 삼는 기술적인 과목이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기출 풀이법을 외우거나 개념을 암기하는 것은 그저 도구의 사용법만 익히는 것이더라구요. 가장 중요한건 어떤 상황에 무슨 도구, 즉 풀이를 사용할지 알고 내가 어떤 도구를 가지고 있는지 객관화하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었어요.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슬럼프와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수능에서 국,수,영 탐구 한과목 모두 1등급 나머지 탐구 하나를 2등급으로 마무리했네요. 특히 수학은 백분위 1프로를 찍어 저한테 의미가 크더라구요. 이후 현역으로 18학번 가천대학교 한의학과에 진학했고 벌써 3년이 지났네요. 3년이란 시간동안 1년은 학원 강사를 했고 2년은 과외를 했어요.   분당 강남에서 과외를 9명 정도 했는데 한 케이스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공부를 고2 여름방학부터 시작했어요. 남들은 문이과를 정하고 탐구과목을 선행할때 고등학교 1학년 수학부터 시작한 친구였어요. 밀린 1년치와 해결해야할 심화 1년치 공부량을 정말 버거워했어요. 과외할 때 많이 울기도 했고 힘들다고 매번 저에게 어머니 몰래 말하곤 했어요. 슬럼프를 겪어보기도 했고 슬럼프에 빠진 친구를 가르쳐보며 느낀 것은 바로 즉각적인 성취였어요. 자신이 한없이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생각할 때, 그래프의 하향선을 달린다고 할때 한번의 변화점이 다시 필기도구를 잡게하는 원동력이 되더라구요. 제 과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빠른 성취감과 자신감 회복이지만 제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꼭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하늘이 어두워져도 결국 해는 뜨는 듯이 결국 학생 분의 앞 날에도 밝은 시점이 반드시 올거에요. 조언을 하려고 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할 수 있어요, 조금만 힘내세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 힘드실거에요. 저도 코로나 때문에 사정이 좀 힘들어져서 여러 과외 자리와 알바를 알아보고 다니지만 수험생 분들에 비할바 아니란 걸 알아요. 올해 입시 제가 문자보낸 이 친구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꼭 일자리 구했으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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