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퉁퉁 [966486] · MS 2020 · 쪽지

2020-08-31 16: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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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힘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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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번에 한창 공부에 있어서 과도기를 맞는 고2입니다. 요근래 오르비를 자주 돌아다니는 여러분들은 저의 뻘글 아닌 뻘글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사실 원인을 가만 들여다보면 수학을 비롯한 공부에 있어서 자존감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 리얼한 글을 위해, 음슴체 사용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바쁘시면 6문단부터 읽으셔도 되어요)


 나는 중학교 때 주변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았었음. 머리 좋다는 애들 많은 경기도, 중학교 영재반에 어찌어찌 가서 애들하고 문제적 남자같은 퀴즈 누가 더 빨리 푸나 내기도 엄청 했었고, 다니던 영어학원에서는 최상반이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또 그만큼 문제도 엄청 많이 풀고 또 토플도 120점 만점에 104점 맞고 다녔음. 주변에서 나를 소개할 때 비단 부모님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아~ 공부 잘 하는 애? 라고 낙인아닌 낙인이 찍혔었음. 나는 그만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또 더 잘 하고 싶어서, 기대를 만족시켜주고 싶어서 평소 잘하는 과목인 언어에 염두를 두고 외고에 진학했음. 나름 상위권이라는 자부심하고 프라이드 때문에, 가서도 잘 하겠지라는 무서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음..


 외고 올라가서 첫 시험을 봤음. 시험기간때도 진짜 중학교때와는 상상이 안되게 똥꼬빠지게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음,, 주말에 남아서 공부하고 남들 하듯 타이머도 재면서 나름 계단을 잘 밟아 올라간다고 생각했었음. 하루 꾸준히 하면 노력은 배신 안해~ 라는 말만 믿고. 대망의 중간 시험날, 가장 많이 공부했던 영어는 그나마 잘 봤지만 국어하고 수학에서 와장창 무너짐. 국어는 그렇다치고 수학을 올리는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기말때는 정말 수학 위주로 계속 공부함. 정말 말 그대로 수학만 공부했고 부교제 풀이하고 교과서하고 좋다는 인강 커리 타면서 '아 기말때는 만회하겠지' 라는 생각을 계속함. 그렇게 준비한 기말 결과는 정말 끔찍했음. 수학은 오히려 더 떨어졌고 국어 영어에 투자했던 시간을 빼서 수학에 투자했던만큼 전체 내신은 더 떨어짐. 그래서 1학년 2학기때는 아예 수학을 버리고 일단 내신 챙기자! 라는 (말도 안되는) 전략을 세웠고 이게 좀 먹혀서 그래도 수학에 발목잡힌체로 1학년 학기말을 3.6으로 마감할 수 있었음. 수학만 매꾸면 이름있는 대학교는 가겠다! 해서 1학년 겨울방학에는 정말 수학만 팜.


 진짜 하늘이 무심한건지, 내가 핀트를 잘못 잡은건지 고2 3모하고 중간고사에서 수학시험을 진짜 개판으로 봄. 이때부터 점차 부모님도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음. 평소에는 일절 공부관련해서 터치 안하시던 부모님이 언젠가부터 수학에 대해서 자꾸 물어보고, 내가 하루에 핸드폰을 몇시간 하는지를 점검하기 시작함. 평소 공부를 자유롭게 하는 스타일인 나는 부모님의 통제 속에 들어가는게 너무 싫었고, 부모님이 나를 믿지 못한다는 생각에 점차 괴로워지고 똥줄이 타기 시작함. 가만 생각해 보니, 이 갈등과 괴로움과 눈물의 한가운대에는 수학이 있었음. 진짜, 해도 해도 안되고, 나의 발목을 턱턱 잡아대는 무시무시한 놈. 내 수시, 정시를 망치는 놈. 이런 수학에 대한 분노 가까운 정서를 가지고 한달 전부터 수학과 다시 일기토를 시작함. 


 그런데 정말 수학이란 녀석이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국어 영어는 공부하면 그래도 성적상승폭이 조금씩은 보이는 데 반해 수학이란 새끼는 '야!! 000 선생님 취약유형00공략 다했다!!' 하고 모고를 풀면 3점짜리에서 항상 두세개는 엇나가고 4점짜리에서는 우수수 틀림. 수학만 틀리면 그래도 괜찮은데, 역으로 국어하고 영어도 점차 떨어지고 있음.. 그리고 나한테 주어졌던 시간 또한 진짜 얼마 없다는게 디데이 세자리수에서 두자리수로 바뀔때 갑자기 등골을 타고 서늘하게 내려오기 시작함. 아 시발,, 수능이 백일도 안되서 이제 내 차례라고? 하는 무서운 압박감과 중압감이 나를 누르고 있음. 또 목표도 정말 높고 빡세서 (한의대), 너무 막막하고 힘듦...


 하여튼 이 두서없고 눈물나는 나의 징징글의 끝자락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림.. 지금 딱 내 심정은, 수학이라는 높고 드넓은 황무지에 누가 녹슨 괭이하고 낫을 주면서 '이 땅을 개간해라. 일주일 안에 다 갈지 않으면 너의 미래는 없어'라고 말하는 느낌임. 정말 너무 막막하고 힘듦. 개념원리를 풀어도 아,, 모르는 유형 나오면 어떡하지. 답지 본다고 이게 될까? 모고는 언제 풀지? 남들은 2학년 여름방학때 1111 찍어도 한의대 간당간당 하는데, 난 뭐지? 하는 머릿속 생각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음. 요즘 이것때문에 너무 괴롭고 자존감도 덩달아 떨어짐. 그래서 이 글을 끝까지 다 읽어주시는 오르비언 여러분들에게 부탁 하나만 드리겠음,, 조언이든 자기 경험담이든, 내가 놓치는 것들이나 수학 공부법이든,, 무엇이든 좋음. 댓글창에 한마디씩만 남겨주시면 정말 다 감사하고 뼈와 피와 살이 되는 말들로 생각하고 앞으로 인생에 철저히 반영하도록 하겠음... (꾸벅)


 음슴체라 조금 싹바가지 없게 보일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음슴체는 저의 절절한 감정을 여러분들께 보여주기 위한 도구임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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