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y307 [873910] · MS 2019 · 쪽지

2020-08-22 16:30:08
조회수 485

(재업) 응원하는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1722794

7등급. 제가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받아본 수학 성적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 공부 대신 게임으로 하루를 채우곤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롤을 했었는데 꽤 잘했었습니다. 상위 0.5%였었어요.) 당연히 고등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리가 없죠. 제가 기억하는 건 피타고라스의 공식 딱 하나였거든요. 


그랬던 제가 심한 공허함을 느끼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어요.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학은 제게 너무도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공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보니 수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저는 점점 공부 하는 시간을 늘려 하루에 12시간씩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을 꽤나 괜찮은 정도로 올리는데 성공합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3학년이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그렇게 공부를 하니 3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연고대 점수가 나왔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은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두 번째 모의고사인 4월 모의고사에서는 서울대 점수가 나오게 됩니다. 이때 제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죠. "다음 모의고사인 6월 모의고사에는 만점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공부를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6월 모의고사, 저는 처참히 무너지고 맙니다. 국어는 2등급 컷에 걸쳤고, 영어는 3등급이 나오는 등 서울대는 쳐다도 못 볼 점수였죠.


시험 본 당일에는 그냥 멍하니 몇 시간을 있었습니다. 탄식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무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끊임없이 불안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다 수능날에도 이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거든요. 제가 하는 모든 것이 수능날 잘 되지 않을까봐 불안했고,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6월 모의고사는 오히려 제가 공부를 잘하는 법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눈물을 닦고 시험지를 천천히 들여다보니 너무도 많은 문제점들이 있더라구요. 실모를 풀면서 했던 수많은 실수들이 6평에도 반복되었던 것이죠.


그것들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저는 그때부터 끊임없이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대비책을 만들자"라는 거였습니다. 그때 만들었던 수많은 행동강령들은 많은 피드백을 거쳐 수능날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6평 때 제가 만든 행동강령들은 7평에서 꽤 잘 먹혔습니다. 제가 본 모의고사 중에서 가장 잘 본 시험이었거든요. 그래도 틀린 문제들에 대하여 철저히 분석을 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새로운 행동강령을 만들고, 기존의 행동강령은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9평도 망하게 됩니다. 물론 6평만큼은 아니었지만, 다른 시험들에 비해서 성적이 좀 안 나왔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국어에서 점유소유 지문 아시죠? 그거 지문을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어서 넘어갔습니다. 결과는 망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절망하지 않고 또다시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행동강령을 수정하고, 새로운 행동강령을 만들었죠.


이런 식으로 계속 공부를 하다보니 수능에 가까워질수록 수정할 행동강령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능날, 저는 아주 잘 나온 것은 아니지만 괜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통해 제가 여러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시험을 망쳐도, 문제를 틀려도 너무 깊게 절망하지 말라는 거에요. 모의고사는 수단일 뿐이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닙니다. 틀린 문제는 문제점을 분석해서 다음부터는 안 틀리도록 대비책을 세우면 돼요.


반대로 잘 봤다고 해서 자만해서도 안 됩니다. 언제나 초연하게, 늘 그랬던 것처럼 공부를 이어나가세요.


수능이 다가올수록 더욱 불안해지는 걸 이해합니다. 수많은 의문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는 것도 알고 있구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언제나 초연하게, 문제점을 분석하고 행동강령을 만들어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실력이 부족해 만들어야 할 행동강령이 너무 많을 수도 있어요. "이게 잘 먹히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구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믿고 계속 나아가십시오. 언제나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