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융히융 [394705] · MS 2011 · 쪽지

2012-10-17 00:23:09
조회수 913

기형도 뜬금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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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 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쪽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냥ㅋ
 
좋잖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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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멸하는 밤 · 406820 · 12/10/17 01:05 · MS 2012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중 한분이여요 ㅋ

  • 히융히융 · 394705 · 12/10/17 07:04 · MS 2011

    으앙 저두여 ㅠㅠ 입 속의 검은 잎 ㅋㅋ
    근데 기형도 시인의 시가 나온 문제는 어김없이 틀린다는 게 함정 ㅋㅋㅋ 왜그런거지 ㅋㅋㅋ

  • 소멸하는 밤 · 406820 · 12/10/19 01:09 · MS 2012
    엄청 난해하잖아요 ㅋㅋ... 진짜 엄청 심오하신 분 같음.. 어둠의 다크 시인...
  • 히융히융 · 394705 · 12/10/19 07:17 · MS 2011
    다크시인 ㅋㅋㅋ 이분 결국 자살 .. 하셨잖아요 ? 젊은 나이에..
    전 기형도 이분하고 사고방식이 좀 맞나봐요 .. 아니면 정서가 좀 비슷한건가 .. 시 읽으면서 완전 공감하는데
    문제는 틀림 ㅋㅋㅋ 잘못된 공감이었나.. ㅋㅋㅋ
  • 소멸하는 밤 · 406820 · 12/10/20 00:33 · MS 2012
    저도 공감대가 맞는듯ㅋㅋㅋ..

    기형도 빈집 읽으면서 .. 하 정말 가슴이 아려왔어요 ㅋㅋ

    비슷하게 이상님의 시도 좋아요 ㅋ
  • 히융히융 · 394705 · 12/10/20 07:00 · MS 2011
    으악 님 저랑 취향 정말 비슷하네여 ㅋㅋㅋ
    기형도 이상 박완서 이청준 전혜린 윤동주
    제 베스트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