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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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친란한 뒤안길로 내던져지길 갈망하며 살아왔거늘, 막상 와보니 버릇없게 내면의 안정을 취하려고 하는 스스로가 두렵다. 곤두박질치며, 내달리며, 발버둥치며 젊음을 헤엄치겠다는 의지가 점차 일상 속에서 무뎌지기 시작한다는 것. 슬픔을 뒤로 안고 밝은 미래를 향해서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내야 하지만, 지나친 슬픔의 아픔을 전도시킬 수 있는 감정의 갑옷을 두르기란 쉽지 않았다.
나아간다는 것. 아픔을 가득 싣고 나아간다는 것. 투박한 삶으로, 거친 삶으로, 짓궂은 삶으로 나를 지탱해간다는 것. 그것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심연 속에서 나와 마주하며 고유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고유함을 찾아나서는 자는 이 외로움의 괴물에 지지 않는 굳센 마음을 지녀야 한다. 한데, 지금의 내겐 그런 강인함이 없구나.
이 굳셈을 회복하기 위해서, 의도적인 나태를 정당화시키기로. 당분간은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전에, 이 외로움의 괴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나의 젊음을 쏟아야겠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대화를 나누며 아침에 지하철을 타는지, 오전의 서점 분위기는 어떤지, 오후의 햇살 비친 카페의 느낌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깊이 느끼며 나의 삶을 다시 일으켜야겠다.
지나간 시간을 아파하며 추억을 생각하고, 이 추억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추출하는 일련의 성찰 과정을 밟아보고, 밝은 잠을 청해야겠다. 부디, 당분간의 나태가 외로움에 지친 구식 영혼을 구원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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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우리 교실에 ㅈㄴ 징그럽고 큰 날벌레(아마 벌? 나방?) 들어왔었는데 애들...
공주좌가 올려달래요 ?-?
아니면 선생님 생각임
공주!

아 글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