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0-06-19 19: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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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와 대학 교육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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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히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저도 정신이 없었고, 집에만 쳐박혀 지내다보니까 정신적으로도 힘들기 하더군요. 최근에 코로나 때문에 수험생들도 공부에 많이 침해를 받던데 참 여러모로 혼란한 시대인거 같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직접 느낀 '대학에서의 공부'와 수능 공부가 얼마나 관련성이 높은지 좀 설명해보겠습니다. 더 나아가, 석박사, 또는 교수직까지 이런 사고력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개해보겠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오르비언이라면, 고등학교 선생님이나 인강 선생님에 비해서 얼마나 대학교가 무책임하고 불친절한지 느낄 것입니다. 영어 발음 정말 안좋은 교수가 영어 수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 연구랑 논문은 정말 잘 하는데 말 정말 못하는 교수가 강의를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도 대학교에 오고나서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고 교수님들과 교류하면서, 과연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공부'란 무엇인가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은 2학년이 되는 순간 전공이라는 지옥 그 자체를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http://m.blog.daum.net/tinngem/866?tp_nil_a=2 )








 제가 누차 말해왔죠. 수능 국어는 대단히 근본적인 사고력 테스트에 가까우며, 지식의 암기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영재과학고를 간 제 절친이 심심해서 수능 국어를 풀어보았는데, 2등급이 떴다고 하더라고요. 평생 한번도 모의고사나 수능 국어를 공부하지 않은 친구였음에도.




 우리가 '글'이라는 도구, 그러니까 국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만약 제가 어떤 궁금증이 들고, 뭔가를 더 찾아보고 싶습니다. 제가 연재한 '전쟁사 이야기'를 보고 흥미를 가진 분들이 대체 어디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냐고 자주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이라던지 여러 관련 매체를 추천해주었죠.




 이렇게 저를 통해서 전쟁사에 관심이 생긴 분들은, 국어라는 도구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 전쟁사에 관해 쓴 책을 읽고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장 국어랑 전쟁사는 전혀 생뚱맞고, 각각 서로 다른 분야로 보이는데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이죠.




 저도 전쟁사를 특별히 전공을 했다던지 뭔가 대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기에, 세세한 지식은 전문가들보다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러나 저는 남들보다 국어라는 근본적인 학문에 대한 체력이 튼튼하기에, 얼마든지 궁금하고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 전쟁사에 관해 찾아보고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잠수함이나 전쟁사에 관한 영화도 많이 제작되어 밀리터리 덕후로서 나름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amsingidnr&logNo=221840784643&categoryNo=1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









 그런데 이렇게 국어를 바탕으로 전쟁사를 공부하다보면 한계에 부딪힙니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대표적인 세계 1,2차 대전의 경우 한국에는 관련 서적이 대단히 부족하거든요.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연구된 자료들을 번역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만약 제가 정말 전쟁사에 더 미쳐서,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으면 이제는 영어라는 도구를 써서 외국 논문을 찾기 시작합니다. 만약 제가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면, 영어로 된 자료를 읽고 이해할 수 없으니까 스스로 공부하는데에 한계가 왔겠죠. 국어와 비슷하게 영어도 학문적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사를 공부하다보면 구체적인 병기에 관한 세세한 설계라던지, 성능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데 미국 항공모함은 얼마나 커서 거기에 비행기를 몇대 실을 수 있었다, 각 비행기는 대충 무게가 어느정도이고 얼마나 튼튼하다 등등.




 보통 이런 지식들은 숫자로 표현을 해놨겠죠. 그럼 영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가 수학이라는 기초체력이 충분하다면 이런 부분까지 깊이 파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공대에서 왜 그렇게 수학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는지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공학이나 기술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면 이런 수학적 체력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이런 설계도면을 읽고 이해하려면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적 지식도 필요하겠죠.

https://namu.wiki/w/%ED%94%8C%EB%A0%88%EC%B2%98%EA%B8%89%20%EA%B5%AC%EC%B6%95%ED%95%A8%20 )







 흔히들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하죠. 저도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대학을 오고 나서야 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오면 각 분야의 (초)능력자들의 지식을 전수받게 됩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대학생은 아직 교수 수준의 지식을 가져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대학생은 뭔가 세부적으로 정해진 사람들이 아닙니다.(뭐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유니스트처럼 과학기술연구원은 대학생이 이미 대학원생 테크트리를 밟는 것에 많이 가깝지만요) 아직 대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중에 혹시 깊이 학문을 팔때 필요할 기초적인 사고력, 체력을 길러두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처음에는 걷기, 뛰기까지만 대학생까지 열심히 배워두는 것입니다. 그런 훈련 과정에서는 트랙에서 뛰는 연습을 하기도, 운동장에서 뛰는 연습을 하기도, 산길에서 뛰는 연습을 하기도 하는거죠. 다양한 환경에서 뛰는 연습을 통해 체력을 길러두면 나중에 새로운 환경에서 달릴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약 대학생때 다양한 전공을 겪어보다가, 특별히 어떤 한 분야에 관심을 크게 가지게 되면 거기로 대학원을 가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는 대학생때보다는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게 되는거죠. 대학생들 보다는 좀 더 세세하고 구체적인 지식을 많이 습득할 것입니다.




 그래서 석박사들에게는 대학생들보다 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를 요구합니다. 여태 스스로 학문적인 자립을 할 힘을 충분히 키워줬으니까, 이젠 교수의 세세한 말을 따르지 말고 알아서 책찾고 정보 찾아서 스스로 읽고 공부해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야하죠.










 제가 실제로 공부한 예시를 하나 들자면, 교육학과 4학년 학생들이 전공으로 듣는 수업에 참여해보았습니다. 거기서는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그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이나 혹은 발생 가능한 오류, 실제 사례 등등 수도없이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진짜 책이 엄청나게 두꺼웠습니다.




 근데 시험을 쳐보니까, 문제가 전부 논술 주관식 형태로 묻더군요. 앞서 언급한 세세한 정보를 다 암기해서 적는게 아니라, 수업을 들어보고 나름 자신이 생각해서 요약을 하고 정리를 하는 연습을 시키더군요. 이걸 보면서 느낀게, 아 학문의 기초체력은 단순 암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독해력과, 이를 다시 문장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테스트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테스트를 많이 거치고 사고력을 많이 키운 대학생은, 나중에 대학원생이 되어서 자신이 정말 관심있고 인생을 투자할 분야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제가 수능 국어를 공부하고 이해했던 과거를 되새겨보면, 어려운 비문학을 읽고 이해한다던지, 글을 읽고 큰 틀을 정리하는 연습이 모두 대학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초 체력이었구나 합니다.




 하고싶은 말도 많고 예시로 들고싶은 사례도 참 많은데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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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2ddy · 947694 · 20/06/19 21:20 · MS 2020

    제 생각이랑 비슷하시네요! 아직 대학을 다녀본 적은 없지만 친구들 이야기 듣고 또 제가 궁금한 것들 공부하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죠! 오늘 글 처음 봤는데 다른 글도 잘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