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ep.3] 당신이 역사 과목을 마주하는 자세가 삐딱한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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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백건아 역사 연구팀 출제진 너구리입니다.
오늘은 역지사지 칼럼 3편으로 수능 역사를 마주하는 자세 및 마음가짐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오르비에 홀몸으로 상주하던 작년부터 저는 오르비 쪽지 및 야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역사 과목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며 그 해결책을 제시해왔습니다.
그중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았던 고민은
"암기량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높아 어떻게 외워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수능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접한 초심자들이 흔히 성토하곤 합니다.
이런 고민이 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건 바로 당신이 모든 것을 암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작년 연계교재에 모문룡의 가도 상주 연도 및 원숭환에 의해 제거되는 연도가 짤막하게 등장했고,
저는 그 연도를 제가 준비중이던 자료에 실었습니다.
그 이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이런 부분까지 어떻게 외우나요??"
놀랐습니다.
자료를 만드는 입장과 시험을 치르는 입장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봤습니다.
지엽적인 부분은 도대체 어떻게 외워야하지?
못외웠는데 시험에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지?
틀려야하나? 찍어야하나? 평가원을 욕하면 되는건가?
.
.
.
제 물음에 답을 준 문제가 있습니다.
동아시아사 20200919는 등장과 동시에 동아시아사 응시자를 경악케 한 문제였습니다.
연도 문제인데 신미일안전보장조약과 오키나와 반환 사이의 사건을 묻다니요.
류큐는 평가원에 종종 비추었던 내용이라해도 신미일안전보장조약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해 연계교재에 짤막하게 등장했었죠.
많은 응시자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고 곧 모든 것을 암기해야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외워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있게 되었죠.
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겠습니다.
1. 평가원은 지엽적인 부분을 출제할때 힌트 없이 출제하지 않는다.
신미일안전보장조약은 분명히 새로이 출제된 지엽적인 부분입니다.
아무리 고였다고 해도 이 조약의 연도를 인지하고 문제를 푼 수험생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평가원은 힌트 없이 달랑 지엽적인 부분만 주고 문제를 풀리지 않습니다.
(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본과 소련의 약속" 이후 신미일안보조약이 조인되었다는 부분입니다.
최근 5개년 기출 다 뒤지고 연계교재 다 뒤지고 교과서 다 뒤져도 현대사 부분에서 일본과 소련의
국가간 약속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령 추가적으로 있다 한들 교육과정 밖입니다.
바로 1956년 일소공동선언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신미일안보조약은 1956년 이후의 사건이 되겠죠.
결론적으로 (가)가 우리에게 묻는 말은 "너 신미일안보조약 연도 알아?"가 아닌
"이거 일소공동선언 이후의 일인거 알아?" 입니다.
이 부분을 캐치하자 마자 선지 2개를 날릴 수 있습니다.
1번은 1955년의 일이니 탈락, 4번 자체가 일소공동선언이니 탈락이죠.
지엽적인 부분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나오지 않습니다.
항상 친구를 데리고 나오는데 그 친구는 분명히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입니다.
원래 친구를 공략해서 새로운 친구와도 친해져야 하는 것이 시험장에서의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목표가 친구의 친구의 얼굴까지 하나하나 다 알아야 하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2. 평가원 문제의 모든 부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에서 2번 선지의 선택률이 높았던 이유는 (나)를 오키나와 반환으로 착각해서입니다.
두 사건 다 연도가 1972년이니 이상함을 느끼다 가챠를 시도한 것이죠.
하지만 평가원은 일말의 애매함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나)에 반환 합의 3년 전이라고 단서를 주었으니 (나)의 시점은 1968, 또는 1969입니다.
따라서 정답이 5번으로 특정되죠.
이렇듯 낯선 부분이 나와 당황하더라도 차분히 잘 읽어본다면 분명히 실마리가 나옵니다.
새로운 친구의 인상이 어떤지, 반지를 착용했는지, 머리스타일은 어떤지 살펴보세요.
소개팅 나갈때 상대방 프로필 완벽하게 외워서 나갈꺼 아니잖아요? 말하면서 알아가는거지.
설령 외웠다 한들 대화주제 떨어지면 말하면서 대화 이어나가잖아요? 똑같습니다.
모든 걸 암기로 해결하려하면 역사 과목은 큰 산이자 벽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암기로 풀릴게 아닌데 무턱대고 암기로 해결하려하니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겁니다.
우선은 암기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으세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부담감을 가지는 순간 될 것도 안됩니다.
마음 편히 먹으세요.
그리고 기출에 등장한 사건들부터 서서히 인지 회로에 노출시키세요.
가랑비에 옷 젖듯,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천천히, 그러나 반복적으로 자극을 줘야합니다.
8월,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9월이나 10월에도 다른거 하지 말고 기출 내용부터 머리에 익히세요.
기출에 등장한 순간부터 그 개념은 지엽이 아니고 언제든지 출제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머리에 익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기출을 반복적으로 푸는 스타일도 있을거고, 음독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내용을 노출시키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각인되어 있을겁니다.
인위적으로 각인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이 상당히 오래갑니다.
기출에 대한 각인이 끝난 다음에야 EBS 및 사설 문제집 등을 보며
지엽적인 부분의 노출을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각인된 내용과 지엽적인 부분의 유기적인 융합을 머릿속에서 진행하며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겁니다.
암기에 대하여 걱정많으신 분들!
걱정은 그만하고 기출 문제집이나 기출이 잘 정리된 N제를 펴 들고 꾸준히 공부해보는건 어떤가요?
공부량이 많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주기마다 내용을 머리에 넣어주세요.
마치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는 것 처럼,,
지능 및 암기력과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도 했는데 여러분이 못할리가요.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부딪히세요!
안녕! 다음 역지사지에서 만나요 :)
**역지사지 시리즈
[역지사지 ep.1] 세계사 ‘리디아 문제’에 관한 객관적 고찰
[역지사지 ep.2] 세계사 킬러 문제의 최신 트렌드 – 지리적 개념 활용
**아직도 발렌타인데이 모의고사를 풀어보지 않았다면?
**아직도 화이트데이 모의고사를 풀어보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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