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숲 펌) 짝사랑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9291878
#45971번째포효
오빠, 안녕.
오빠 기억나?
나 재작년에 오빠한테 과외 받았었잖아.
오빠 첫 과외였다고 들었어.
나도 그렇게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사람한테 과외 받아본 건
처음이었어.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난 굳이 어색한 분위기에 나 자신을 던져두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새내기인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서 오빠를 만나기 전에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맨날 서로 얼굴 보던 학교 친구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오랜만이라 나름 신경도 좀 썼었고.
오빠 발소리가 들리는 찰나의 순간에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리고 문 열고 들어오는 게 프사로 본 그 사람이었을 때 오랫동안 딱딱하게 굳어있던 내 마음이 얼마나 몽글몽글해졌는지, 오빠는 알까.
오빠 수업 잘했어. 우리 선생님은 진짜 설명도 못하고 어렵게 가르쳤는데,
오빠한테 들으니까 한 번에 이해되는 거야.
그리고 우리 말도 잘 통했잖아. 어색함도 나름 금방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어떨지 모르겠네.
그래, 나는 오빠가 어떨지 몰랐지.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대학생인 오빠를 보니까 오빠가 멋있었어. 대학생만의 후광이 있다고 해야 하나? 복잡하기만 했던 과학 식들에는 어느새 반응의 과정만이 아니라 내 간지러운 마음까지 얼기설기 얽혀있었고, 식의 답을 찾아내면 오빠는 내가 잘 한다며 추켜세워줬지.
난 기쁘지 않았어. 내 식의 답은 오빠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오빠가 날 학생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을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어. 대학생의 입장에서 과외 학생을 이성으로 보는 거, 있기 힘든 일이잖아. 가능성 없는 일에 내 마음을 걸고 싶지 않았어. 또 다른 이유로 절대 선을 넘을 수 없기도 했고. 그래서 난 내 답을 공백으로 남겨놓은 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문제를 풀었지.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오빠와의 수업 횟수가 늘어갈수록 내 마음은 이제는 공백에 낙서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간지러워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져갔어. 오빠를 만나러 가는 길도, 과외 시간도, 과외가 끝나고 둘이 같이 역으로 걸어가는 길도, 내게는 오랫동안 곱씹게 되는 순간들이었어.
그리고 곱씹을수록 가슴이 미어지는, 짝사랑이었지.
애초에 내신시험 준비를 위해 과외를 받았기에 오빠한테 오래 과외를 받지는 못했잖아. 마지막 시간에는 나도 시험 직전이라 정신이 없었고, 시험 잘 보라는 오빠의 말 한마디를 뒤로하고 허겁지겁 스터디 카페로 뛰어갔으니까.
그 뒤로 나도 고3이 되어 바빠서 연락도 못했고, 연락할 이유도 없었지. 과외는 끝났고 더 이상 만날 이유는 없으니까. 나는 그 기억이 조금 아린 짝사랑으로 끝날 줄 알았어. 길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그렇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줄 알았어.
근데 아닌 거야. 2년이 지나 오빠는 군대에 있고 나는 새내기가 된 지금까지도, 조금 호감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금방 오빠가 생각나더라. 이런 거 보면 내 마음이 단순히 대학생에 대한 환상은 아니었던 것 같아.
아직까지도 내 식의 정답은 비어있어.
얼른 오답 표시를 하고 넘어가야 할 텐데, 해답지가 없잖아. 그 핑계로 아직까지 오답 처리 안 하고 계속 냅두고 있잖아.
나는 용기가 없어서 오빠 대학교의 대나무숲에 이 글을 쓰지도 못하고, 그냥 내가 다니는 대학교 대숲에다가 아직까지도 공백으로 남아있는 내 마음 위에 낙서를 끄적거릴 뿐이야.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사이이고, 이제는 너무 오래전 얘기니까.
오빠 내 쓰잘데기없는 질문 하나하나 잘 받아줬었지? 이번에도 알려줘. 이 식은 어떻게 채워? 지금 질문해도 받아주나?
0 XDK (+82,250)
-
20,000
-
50
-
500
-
1,000
-
5,000
-
5,000
-
500
-
500
-
5,000
-
난님들이 부러움 0
지금뭐 다들힘들겠지만 올해가면 내년에 내년에가면 내후년에 20초중반의 대학생활즐길수있자나
-
트로트 7080유행 100선이나 듣고있다니..끄고 빨리 제이팝 틀어줘요
-
하루에 한 세트씩 풀고 있는데 오래 걸릴때 시간 14분이고 빨리 풀면 11분인데...
-
학습상담 길게 해줬더니만 또 우려먹으려고 창 열어둠 ㅅ발 내가 700원받고 이런...
-
날씨좋다 1
맛점하세요!!!
-
저출산
-
고양이 사진 0
왤케 많지
-
잘하다고까진 못 하겠는데 일본발 스팸문자가 번역기 없이도 읽히는 게 맞나 ㅋㅋㅋ
-
재수생 헬스 1
안녕하세요 저는 재수생이고 오늘 글 처음 씁니다. 작년에는 학교 다니면서 몸을 많이...
-
5월 5일에 대치 학원에서 시험이 잡혔는데 거리가 꽤 돼서 전날에 가서 그 근처에서...
-
어제 날씨때문에 0
개고생함
-
시이이이이바아아아알
-
계속 하아아아암 후아암!!!! ㅇㅈㄹ하는데 자기 피곤한거 알아달라는건가
-
별 의미도 없는 일을 깨작깨작 하는게 ㅈㄴ 몬가몬가임...저렇게까지 할 할 일인가◕‿◕
-
일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자대 사람만.
-
형누나친구동생분들 슬럼프기간, 극복방법 제발 도와주세요 5
안녕하세요 요즘 공부가 재밌고 스스로 안하면 불안하고 누가 말려도 공부를 하는...
-
공부 재밌다 6
행복함
-
둘중 하나인듯요 일반 회사 가면 불안해서 일이나 제대로 할수있을까요
-
한지 못해먹겠어서 세지 가려하는디 본인이 축구 좀 좋아하고 좀 관심있어서.. 시기가...
-
자연천... 상제천... 의리...천...
-
그냥 모르겠어요 리터럴리 모르겠어요 라는 말만 써둔 질문
-
AiScReam - 愛♡スクリ~ム! (러브 라이브!) x 오렌지캬라멜 (Orange...
-
작년에 기숙학원 다녔었는데, 등록비 외에 교재랑 인강 이런 걸로 계속 추가 결제...
-
[속보] 한덕수 대선 출마 "3년 안에 개헌하고 대통령 그만두겠다" 5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다음 시대를 여는 '개헌...
-
독서 기출 최근 10개년치를 보고있는데 작년에 너무 많이 봤던 지문들이라 다...
-
분명 맞말인데도 니들이 할 말인가 싶어서 빡치네 메신저의 중요성인가?
-
물1 질문 1
B의 질량이 2/3m 이고 3초일 때 B의 가속도가 5까지인 것까진 풀었는데요 3초...
-
오늘의 비문학 10
ㅎ v ㅎ
-
구글계정 4개 돌려쓰면서 꿀빨고 있는데 주변에 유료결제 했다는 사람이 꽤 많아서 좀 고민 중...
-
챗지피티 그림 0
지구멸망 산불내고앉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
흐아앙
-
마지막문제는 사실 답내긴 어렵지 않은데, 왜 오답선택지가 정답이 못되는지 설명하긴...
-
모닝 0
스카가야지
-
뱃지나 받고싶다
-
대학가에 왜 꼬맹이들보이냐
-
의대간 다음에 주변에다가 서울대 줘도 안간다고 말해보고 싶다
-
내가 버스 다 놓쳤다 ㅋㅋ
-
정시파이터 질문 1
정시파이터라 조퇴 자주 하는데 조퇴 몇번 하면 결석으로 인정되나요?
-
몇번때 난이도까지 있나요
-
맨날 가던 그 경로가 카카오맵에 이제 안 뜨네
-
추천받아요
-
현역~재수까지 탐구를 생1지1으로 해왔습니다. 그런데 생1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
1명 잠수타네 1
내가 어떻게 일어났는데 ㅅㅂ
-
지금 고3 현역이고 3모 2등급인데 영어 1 꼭 맞추고 싶어용 .. 혹시 라이브로...
-
석가모니는 출가전 고대 인도국 카펠라의 왕자였고 부인도 있았으며 자식도 있었다...
-
얼버기 0
-
뭘 먹어야 할까...
-
나카마가 어떨때 쓰이지 진짜 애매하네
아까봄 고대숲인가
시발
키요오오오오옷

내식의 답은 오빠 ...이거 연대전이에요?? 어디임?
아 고대구나
시바
아 과외하면 저런건가
*아닙니다
ㅋㅋㅌㅌㅌㅋㅋㅋㅋㅌ
시발 내상황이랑 약간 다르지만 비슷해서 공감가네...
와..

옯붕이들아 이거보고 과외할 생각하지마라 니들 얘기아니다와!
미친 글 개잘쓴다
간질간질하네..

내년에 의대가서 꼭 과외해야지...ㅋㅋㅋ 아 ㅋㅋ 계속 치고 싶은데 금지 단어라 못 치겠네
햐 간질간질함
고대생없는 고대숲 ㅋㅋㅋ
아래부터 보고 나루토 없나 확인했다
ㅋㅋㅋㅋ 저도 나루토나오는줄알았는데
입금
오빠, 안녕
부럽...다
아 ㅋㅋㅋ
입금왈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