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 작품의 지은이 [79922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3-26 23: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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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기출 분석 왜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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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끌었다...가 아니고


저는 지금까지 국어 기출 분석의 주된 목적이 ‘출제자는 문제에서 무엇을 묻고자 하는가?’를 바탕으로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아래 내용은 제가 과거에 쓴 글의 일부입니다.


“문제의 선지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이건 출제자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하는 걸 정리해봐요.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이항대립, 필요/충분조건, 인과 등등의 논리적 장치들을 묻고 있다는 걸 알수있어요. 그럼 이런 장치들에 처음 읽으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를 생각해보는 것, 이게 기출 분석인 것이에요.”


기출문제를 보면서 각종 논리적 장치들이 어떻게 선지로 이어지는지를 관찰하고, 그 장치들을 처음 읽을 때부터 발견하려면 어떤 식으로 글을 읽어야 할지에 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계획이라고 하는 것에는 각종 표시를 하는 것, 머릿속으로 주목하는 것 등등이 있겠죠.


그런데 설의유 이쉑은 옛날에 했던말 또 할 거면서 왜 쓸데없이 글을 새로 쓰냐? 그것은 제가 지난주에 옯클래스 QnA를 진행하던 중, 어떤 학생이 거미손에서 사용하는 기호 즉 < >, ( ), [ ] 에 대한 질문을 남긴 것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기호들은 수능에 적합한 글 읽기=생각하며 글 읽기를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제가 거미손을 검토하면서 이 책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느꼈던 이유가, 제가 수험 생활에 걸쳐 내린 암묵지로 된 결론이 아주 명쾌한 명시지 즉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의 형태로 책에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도, 도구 사용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그 도구의 목적인 ‘생각’이 방해받게 됩니다. 괄호를 표시하는 것은 그것을 눈에 보이게 해서 생각을 돕기 위함이지 그 괄호를 표시하는 행동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제가 자꾸 말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뭘까요. 다음의 예시들을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1) 정의


우리는 ‘정의’가 중요하다는 말을 계속 하고, 거미손에도 정의에 < > 표시를 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일까요? 다음 문장을 보죠.


의사 표시를 필수적 요소로 하여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들을 법률 행위라 한다. – 2019학년도 수능 [16~20]


“A를 B라고 한다”라는 구문이 정의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 이것이 정의구나 하고 체크를 하겠죠. 그리고 우리가 수학에서 배웠듯이 ‘정의’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즉, a. 모든 법률 행위는 의사 표시를 필수적 요소로 하여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이다. b. 의사 표시를 필수적 요소로 하여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모든 행위는 법률 행위이다. 라는 두 진술 중 하나 이상이 이후의 판단 과정에 영향을 미치겠군요.


이제 문제를 보겠습니다.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과 동시에 일정한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유언자의 의사 표시만으로 유효하게 성립하고 … - 2019학년도 수능 19번 <보기>


앞서 우리는 법률 행위의 정의에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보기>의 진술에서 우리는 유언이 i.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ii. 유언자의 의사 표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1)-b에 의해 의사 표시를 필수적 요소로 하여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모든 행위는 법률 행위이므로 유언도 법률 행위입니다. 선지를 볼까요?


① 증여, 유언, 매매는 모두 법률 행위로서 의사 표시를 요소로 한다.


평가원은 의도적으로 유언이 법률 행위라는 진술을 명시적으로 써 주지 않았고, 수험생이 이를 추론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계속 주장하듯이 평가원이 비문학에서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논리적 장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다른 예시들을 검토해 보도록 합시다.


2) 포함 관계


아까와 같은 <보기>의 문장을 가져와보겠습니다.


증여는 당사자의 일방이 자기의 재산을 무상으로 상대방에게 줄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 2019학년도 수능 19번 <보기>


“A는 ~~~인 B이다.”, “A는 B의 일종이다.” 등등의 구문은, A가 하의어, B가 상의어라는 것을 의미하죠. 저는 이 구문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휘의 상하 관계에 대해 평가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 상하 관계에서는 하의어들이 상의어의 의미를 이어받아 상의어를 의미적으로 함의한다. … 하의어 ‘장끼’는 상의어 ‘꿩’의 의미 자질들을 가지면서 [수컷]이라는 의미 자질을 더 가져, 결국 하의어 ‘장끼’는 상의어 ‘꿩’보다 의미 자질 개수가 더 많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11~12]


왜 갑자기 문법 얘기를 하냐고요? 어휘의 상하 관계가 비문학에서 개념의 상하 관계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A가 B에 포함된다는 진술을 보면 자동으로 A는 B가 가진 속성을 모두 가진다는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이제 선지를 볼게요.


③ 증여는 변제의 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매와 차이가 있다.


변제? 지문에서 변제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봅시다.


(계속 계약 얘기 하던 중) 이행을 해야 할 의무가 채무이다. …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대로 이행하여 채권을 소멸시키는 것을 변제라 한다.


즉, ‘채무자에게 변제의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은 계약의 속성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증여가 계약의 어떤 종류라는 것에 집중했으므로, 증여는 계약이 가진 속성을 모두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죠. 따라서 증여는 변제의 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선지의 진술은 거짓입니다.


역시 ‘포함 관계’라는 논리적 장치를 잡아낼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3) 이항대립


이항대립, 대조.. 뭐든 좋습니다. 어떤 개념을 둘 이상의 서로 다른 개념으로 구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A를 A1과 A2로 구분했다고 해 봅시다. 여기서 우리가 분류 기준, 즉 A1과 A2의 차이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죠. 예를 들어 볼까요?


17세기 웅명우와 방이지 등은 … 중국 고대 문헌에 수록된 우주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성리학적 기론(氣論)에 입각하여 실증적인 서양 과학을 재해석한 독창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 17세기 후반 왕석천과 매문정은 … 서양 과학의 우수한 면은 모두 중국 고전에 이미 갖추어져 있던 것인데 웅명우 등이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성리학 같은 형이상학에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 2019학년도 수능 [27~32]


완벽한 이항대립입니다. 웅명우, 방이지는 중국 고전을 부정, 성리학을 긍정했고 왕석천, 매문정은 중국 고전을 긍정, 성리학을 부정했다고 단순화시킬 수 있겠네요. 실제로 문제에서도 이를 묻고 있습니다.


⑤ 성리학적 기론을 긍정한 학자들은 중국 고대 문헌의 우주론을 근거로 서양 우주론을 받아들여 새 이론을 창안하였다. - 2019학년도 수능 30번


성리학과 중국 고대 문헌은 이항대립에서 반대편에 위치하므로 ⑤번이 거짓이라는 것은 손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출제자는 이항대립에서 두 항 사이의 차이점을 잡아냈는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 ‘차이점’만 중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2)에서 우리는 상위 개념의 속성이 하위 개념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A와 A1, A와 A2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요? 즉, A1과 A2가 모두 A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는 그들의 공통점이 되지 않을까요? 역시 출제자는 이 부분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통화 정책은 민간의 신뢰가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정책 신뢰성이 손상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이 특정한 정책 목표나 운용 방식을 ‘준칙’으로 삼아 민간에 약속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는 ‘준칙주의’를 주장한다. … 준칙주의와 대비되는 ‘재량주의’에서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신축적인 정책 대응을 지지하며 준칙주의의 엄격한 실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22~25]


준칙주의가 재량주의가 이항대립을 이루고 있네요.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즉, 둘의 차이점은 어디서 생기나요? 지문에 나와 있듯이, ‘어떻게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가 둘의 구분 기준입니다. 그런데 두 견해 모두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둘의 공통점이죠. 선지를 보겠습니다.


⑤ ㉡(재량주의)에서는 ㉠(준칙주의)와 달리, 통화 정책에서 민간의 신뢰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24번


㉠은 통화 정책에서 민간의 신뢰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고, ㉡은 ㉠의 반대이므로 ㉡에서는 민간의 신뢰 확보를 중요하지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을 걸러내기 위한 선지였습니다. 역시 평가원은 논리적 장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생을 원합니다.


4) 인과, 비례 관계

인과 역시 다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이죠. 사실 평가원은 인과 관계 하나만으로 어떤 의미 있는 선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인과 관계에 다른 걸 섞거나, 인과의 일부를 가려서 학생들을 혼동시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학생을 원하는 것이죠. 다음 지문을 보겠습니다.


보험 계약 체결 전 보험 가입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리면 고지 의무를 위반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 상법은 보험사에 계약 해지권을 부여한다. … 해지를 하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게 되며,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그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 그런데 보험사의 계약 해지권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계약 당시에 보험사가 고지 의무 위반에 대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알지 못한 경우에는 보험 가입자가 고지 의무를 위반했어도 보험사의 해지권은 배제된다. - 2017학년도 수능 [37~42]


보험사의 해지권이 배제되는 원인에 대해 서술하고 있네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출제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보험사 A는 보험 가입자 B에게 보험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한 후, B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내에 보험금 반환을 청구했다. - 2017학년도 수능 41번 <보기>


③ 계약 체결 당시 A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고, B 또한 중대한 과실로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 A는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이시나요? B가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고의인지 과실인지는 A가 보험금을 돌려받는 것과 인과 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B 또한 중대한 과실로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은 말 그대로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연막인 것이죠. A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A의 해지권이 배제되므로 보험금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끝.


이처럼 출제자는 선지에 연막을 쳐서, 수험생이 지문의 인과 관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를 테스트하고 싶어합니다. 다음 지문을 보죠.


단기에는 … 국내 통화량이 증가하여 유지될 경우, 물가가 경직적이어서 실질 통화량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시장 금리는 하락한다. - 2018학년도 수능 [27~32]


단기에는 통화량 증가⇒실질 통화량 증가⇒시장 금리 하락 이라는 인과 관계를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이제 문제를 볼게요.


A국에 투자되고 있던 단기성 외국인 자금이 B국으로 유출되면서 A국의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B국에서는 해외 자금 유입에 따른 통화량 증가로 B국의 시장 금리가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A국의 환율 급등은 향후 다소 진정될 것이다. 2018학년도 수능 29번 <보기>


① A국에 환율의 오버슈팅이 발생한 상황에서 B국의 시장 금리가 하락한다면 오버슈팅의 정도는 커질 것이다.


어떤가요? 바로 틀렸다는 걸 판단할 수 있겠나요? B국의 통화량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보기>에서 언급한 B국의 시장 금리 변동은 시장 금리 하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기>에서 B국의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A국의 환율 급등이 다소 진정될 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B국의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A국의 오버슈팅의 정도가 커질 것이라고 하는 ①번은 거짓입니다. <보기>에는 인과 관계 중 하나가 가려져 있는데 그걸 풀기 위해서 지문의 인과 관계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죠.



쓰다보니 길어져서 5)부터는 내일 올립니다. 근데 내일 아닐수도있음..

rare-민.초.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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