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종원씨 [941082] · MS 2019 · 쪽지

2020-03-15 20:51:33
조회수 1,385

콜센터 알바할 때 변태고객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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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콜센터 알바 때 생각나니 기억나는 변태고객이 있다.


내가 일했던 콜센터는 홈쇼핑 콜센터였다.

아줌마들이 집에 혼자 남는 한 12~4시 부근부터는

아줌마들에게 필요한 속옷이나 옷,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저녁시간대에는 주로 갈비, 조기같은 음식들,

밤에는 주로 렌탈제품들을 광고한다.


그래서 12~4시가 1차 피크, 7~10시가 2차 피크다.

그 이외 시간대는 사실 그렇게 바쁘지는 않다.

쉬엄쉬엄 폰으로 웹툰이나 꺼무위키, 오르비 보다가

전화 오면 받으면 되니까.


전화를 어떻게 받는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쉽게 얘기하면 룰렛이다.


고객이 전화를 하면, 서버에서 지금 상담원들 중에

업무중이면서 전화 안받고 있는 직원을 골라서

그 전화를 직원에게 바로 연결시켜주는거다.


직원은 그러면 헤드셋 끼고 항상 준비태세로 있다가,

전화가 오면 바로 "안녕하세요, OO홈쇼핑 상담원 OOO입니다."

이렇게 인삿말을 해줘야 한다. 다른 말 하면 평가에서 감점됨.


그리고, 전화가 오면 모니터에 바로 팝업창이 뜬다.

그 팝업창엔 고객의 인적사항과 진상여부, 메모가 쓰여있다.


-

이름 OOO          생년월일 1999-10-10      전화번호 010-0000-0000

주소 오르비특별시 클래스구 국어동 피램아파트 101-1301

메모 이 고객 계속 꼬치꼬치 묻기만 하고 정작 구매 안함

-


이렇게 되어있어서 메모장에 뭐가 쓰여져 있으면 자동 긴장,

아무것도 안쓰여져있으면 좀 안심한 상태였다.


다만, 이런 시스템에서 문제가 뭐냐면,

블랙리스트 (좀 이따 얘기하겠음)에 오르지 않는 이상,

진상이거나 미친 고객들은 내가 끊어냈어야 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변태 고객.


이 변태 고객은 항상 란제리 광고를 하는 2시 부근에 전화를 한다.

상담사 특성상 여성 분들이 90%기 때문에 그걸 노린다.


따르르릉-


상담사 - 안녕하세요, OO홈쇼핑 상담사 OOO입니다.


변태고객 - 아...하응... 안..녕하세요....?


상담사 - 고객님, 어떤 것을 도와드릴까요? ^^


변태고객 - 저.. 브라자... 상담사 분도 입어보셨어요...?


상담사 - 변태새끼!


보통 이런 식이다.


근데 문제는 나는 남자다.

목소리가 나름 중저음이다.


그런 나에게 전화가 왔다.


따르르릉-


메모장에는 맨날 오후 2시 란제리 광고때마다 전화해서 신음소리 내는 ㅁㅊ 변태 ㅅㄲ

진짜 이렇게 쓰여있었다.


나 - 안녕하세요, OO홈쇼핑 상담사 옯창쉑 입니다.

변태고객 - 아... 하응.... 안녕... 하세요...? 흐윽....


순간 여기서 진짜 씨팔새끼야! 를 외치고 싶었다.

딱 봐도 목소리가 4~50대쯤 되는 아재였기 때문이다.


근데 웃긴건, 이 새끼가 내 목소리를 못들었는지

내 목소리를 듣고도 끊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 해보자는건가? 그래도 나는 먼저 끊지 않았다.

이 새끼가 어떤 놈인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나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변태고객 - 하응.. 상담사님은... 저거 입어보셨어요...?


팀장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당장 끊으라고 했다.

하지만 어차피 잃을 거 없는 재수생에게 팀장의 말 따위 들을 필요 없었다.


나 - 고객님, 지금 광고중인 상품은 제가 입어본 결과 꽉 찼습니다. ^^ 도움이 되셨나요?

내가 목소리를 좀 더 깔고 이야기를 하니 그제서야


어.. 음.. 어...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옆에서 휴식하던 아줌마는 미친듯이 웃고 있었고

팀장은 날 부르더니 존나 혼냈다. 왜 그랬냐고.


그래도 그 후로 그 고객은 전화가 안왔다고 한다.


여기 그만둔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가끔 지나갈 때마다 궁금하다.

다들 잘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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