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뭔가를 가르치는건 인간에게 중요한 쾌락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8537409
고등학교때 저를 아주 예뻐하신 국어 선생님이 계십니다. 1학년 때 글 쓰는걸 보시고선 인상을 받으셔서 2학년까지 그 선생님이 하시는 문학 동아리를 제가 가입하기도 했었고, 여러가지 교류를 많이 했었고 졸업 후 지금도 가끔 시 첨삭을 받거나 종종 연락을 나눕니다.
이 선생님은 시인으로 등단하셨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매우 좋아하셔서, 만약 집안이 좀 유복하셨다면 학자나 교수로 나가셨으리라 예상합니다.
평소 저에게 프랑스 유학을 가서 예술도 배우고 거기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성장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시 첨삭을 받으며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선생님은 올해 시집을 출판하실 정도로 문학적으로도 활동을 많이 해오셨고, 책도 참 많이 읽으시고 생각의 깊이도 저와 맞아 잘 지내셨던 분입니다. 이번에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확실히 느껴지는게 있습니다.
'남에게 가르치는 일은 인간에게 중요한 쾌락 보상을 준다'고요.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게임에 가면 보통의 고인물들은 질문에 아주 친절하고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진짜 심각한 문화를 가진 일부 게이머집단을 제외하고서는 대체로는 새로온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것을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비슷하게 학자들도 누군가가 자신의 글이나 업적, 연구 분야를 열심히 경청하고 들어준 것에 대해 좋아합니다. 제가 만난 교수들도 대부분 학생의 강한 호기심에 긍정적이며 신경을 많이 써주려고 노력하십니다.
제가 돌이켜볼때 제 인생에서 가장 행운이었던 부분은 공부 많이한 이런 괜찮은 사람들을 우연히 많이 만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부산대를 잠깐 다닐때는 어느 컴퓨터 기초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끝내주는 교수님을 만났었습니다.
지금 제가 정립한 학습 이론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아주 명료하고 구체적이고 깔끔한 학습 방법으로 정말 공학적인 수업을 하셨는데, 이런 수업을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얻어가는게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걸 가르치던 교수님 입장에서는, 맨날 열심히 듣는 제가 아주 보기 좋으셨었나 봅니다. 종강때 악수 하고 헤어졌습니다.
비슷하게 재수학원에서도 아주 뛰어난 영어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처음엔 몰랐지만 알고보니 자기 지역 내에서는 아주 유명한 영어 선생님이라고 하시더군요. 오래 지켜보았더니 확실히 그 영어 선생님의 수업과 철학은 깊은 사고력이 있었고 이 또한 제가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참 가치있고 배워가는게 많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 선생님도 열심히 들어준 저가 고마우셨나 봅니다. 나중에 수능때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가니까 "수업 열심히 들어줘서 고마워요"라고 하시더군요.
별로 생각없이 행동하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까 살짝 놀랍기도 했었습니다. 그만큼 반대로 말하자면 집중력 잃고 편안히 수업을 보내는 친구들도 많다는 것이겠죠.
(우리에게 진정한 행운이자 복이 뭘까요 과연
https://wonderfulmind.co.kr/attract-good-luck/ )
사람들이 남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주는 행위는, 그 행위자에게 큰 정신적 보상을 안겨준다고 봅니다. 아마 인간에게 이런 근본적인 쾌락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위를 그닥 열심히 하지 않았겠죠. 그러나 다행히 대부분에게는 이런 욕구가 있기에 사회적으로 지식의 전수가 자주 일어납니다.
이런 내재적 본능 덕에 태어날때 뭐 하나 쥐고 태어나지 않은 저도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마찬가지이며, 만약 제게 이런 보상 체계가 없었다면 나름 열심히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하지도 않았을 껍니다.
예전에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그 사람들은 '관찰력'이 높은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공부를 많이 하면서 사고력보다는 오히려 관찰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경우를 많이 경험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에 '기회'는 충분히 많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남에게 자신의 것을 가르치는 것에 쾌락을 얻으니까,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이런 기회들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케 해야할까요... 실모 풀때마다 실수가 계속나와서 스트레스네요
-
물리학과 + 의학과 복수전공해야됨 ㄷㄷㄷ
-
5덮 결과 0
화작: 90 ( 23, 27, 32, 34) 독서론은 1번이 너무 이상한 답이어서...
-
점수맞히면 5000덕 11
힌트1 고2 20년 6월 수학 힌트 2 컨디션 저조하고 머리아픔 힌트 3 고2 3모...
-
확통 기출 2회독 거의 다 끝나가는데 교사경 vs N제 추천 좀 0
확통은 교사경이 나아요 아님 N제가 나아요? 2개다는 못 풀 듯 수완풀고 수완...
-
새 햄스터를 사오면 삼천원…
-
작년엔 이맘때였는데 정확한 날짜아시는분 계실까요?
-
사실 트렌드라 하긴 좀 뭐한데 암튼 그런게 체육이랑 심리학, 물리치료랑 재활치료...
-
원래 디자인 관심 없는데 이건 지리누 ㄷㄷ
-
우리집 수원이랑 한시간 - 한시간반 거린데 얼마나 쳐 놀앗으면…
-
블러드파운틴 0
-
센츄되네 9
이왜센 ㅋ
-
반수공부 ㅜㅜ 1
22333 화미물지였고 6모 응시 신청해놨고 물지->생윤사문 사탐런이고 작수끝나고...
-
풀어보죠. 9월은 수열 무서웡
-
왜 6시간 남음?ㅠ
-
돈을 못벌겠네
-
3,7,29
-
지하철 두 정거장 지나침ㅋㅋ 다시 빽해야지
-
근데 아싸라 축제를못감..
-
님들은 다이어리 왜 쓰시나요
-
어렸을때 천식 있었는데 감기도 약간 천식성 기침하고 그랬는데 수업 시간에 기침이...
-
ㄴㅇㅅ~~
-
6모 대비 실모 0
임정환t랑 이명학t는 대비 실모 안 나오나요? 일주일전부터 시뮬 돌리면서...
-
엉엉
-
도대체 어디서 보는거임? 열렸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어디서 보는지 ㅁㄹ겟음 설마 하루...
-
소득 상위구간들이나 누적 재산 많은 구간에다가 국내 소비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거임...
-
심찬우 현강 1
지금 현재 언매 5등급이고 심찬우 현강 듣는 현역 학생입니다.. 지금 인강이랑 현강...
-
언어와 매체 질문인데 4번이 왜 답인건가요? ㅓ는 ㅣ 모음이 아닌건가요? ㅣ 모음의...
-
후기 남김ㄱㄷ
-
수험생커뮤니티에 3
중독된 나
-
다니시는 분들 분위기 괜찮나요? 6평 이후에 가볼까 생각중인데 추천하시나여
-
부자보단 카푸어 느낌이 강해져서 그런지 강남엔 포르쉐가 더 많이 보이는듯
-
오늘의 실모 0
이감 3-1 언매 91 킬캠 2회 88(15,28찍맞) 더데유데 2회 80...
-
아니면 그냥 시간되면 바로 눌러도 되나요
-
낙곱새같은 맛인가용
-
건동홍은 좀 림들거같은데
-
너무 모르는 질문을 하는듯ㅡㅡ 그런가요???
-
교생쌤이 내번호따간후 오마카세 사줌 늦은 시간대라 교생쌤집에서 잠 쌤한테 나한테 왜...
-
1학기는 학점 채워서 들었고 2학기는 6학점(최소학점)만 듣고 반수 도전하고 싶은데...
-
어떻게생각하심?
-
사문 정답률 70%이하 문제들(개쳐쉬운 건 아닌데 어렵진 않은 문제들) 푸는 데...
-
출근 완 22
존나덥네시발
-
응깃 퇴근 4
좀만 자고 귱부해야지
-
영어 3초 생명 2후 수1 2후 윤사 3초가 떠버렸는데 다 100점 맞고 운좋으면...
-
안녕하세요, 자이오노스입니다. 이 글은 우울한 글입니다. 그러므로 우울한 글을...
-
서연고 뱃 들어오세요 20
명령합니다 저의 26수능을 대신 응시해주세요
-
기쎈 사람이 너무 많앗음 세븐하이 이세돌 현규가 쎈데 여기에 한명은 정치질만하고...
굳굳
ㅇㄱㄹㅇ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