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막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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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국 자기 얘기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
경험담이다.
어째서 사람은 사이비종교에 빠지게 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은 겪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고, 요즘이야 뭐.. 사건들이 있으니
남일로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하고있다. 남의 이야기.
사실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게도 남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로는
사람이 종교에 빠지는 이유는 큰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혹은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의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갔었다.
아마도 위와 같은 이유로, 어머니께서는 교회에 가셨다고 들었다.
집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싸우곤 했었다. 그릇이 깨져나가는 것은 일상이었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여러 폭언과 여러 싸움들을 보고 자랐었다.
아버지는 사업을 하신다. 아버지는 내가 2살때부터 어머니를 쫓아서 그곳에 가는걸 막으러 다녔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사업이 잘될리가 없었다는 걸 지금은 이해한다.
집 사정은 참 안좋아져만 갔다. 그 탓을 모조리 어머니의 종교로 돌리는 가장의 모습은 악해보였다.
나는 어쩌면 악함에 대응하여 선함을 찾았던 것 같다.
교회를 다니면서, 주변에서의 평이 좋지 않음을 들으면서,
인터넷과 같은 곳, 뭐 세상의 것들은 악마들의 소굴이라는 것을 들으면서
그들이 하는 말보다 하나님의 말을 의심하지 말라는 것을 듣고 믿으면서
나는 나의 자신감을 교회에서 찾았었다.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일반적인 곳과는 달리,
예수님만을 믿는 세상의 많은 교회와는 달리,
하여튼, 그런 일반적인 대다수와는 다른 특별함.
그것은 돈도, 공부머리도, 뭐 잘하는 것, 있는것 하나 없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되었다.
어떠한 특별함은 점차 우월감으로 변하여 나를 만들었다.
더욱더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는 내가 되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공부 잘해서 대학 좋은데를 가라고 하지 않으셨다.
언젠가부터. 그때가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어머니는 공부하지 말라고 하셨다.
놀지 말고, 공부하지 말고, 무언가 더 사랑하는 것 없이, 교회를 사랑하라고,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했다.
이상했었다. 언젠가는 토요일에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신 적도 있으셨다.
물론 잠깐 하셨지만, 좀 이상했었다.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공부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나쁘게 보시는걸까.
그때쯤에 여러가지 재밌는 것들도 많았다. 게임도 그렇고 컴퓨터 하는 것이 좋았다.
그쯤에 교회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것에 대해 용납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몇번 혼난적이 있었다. 나는 근데 책도 열심히 읽었고, 공부도 시험기간때는 정말 열심히 했었다.
사실 이해가 잘 안됐다. 이상했었다. 그런 하나의 의심이 꽤 많은 의심으로 뒤따라왔었다.
종교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런 것일테다.
의심을 애초에 하면 안된다는 교리.
의심을 부적절한 마음으로 보는 교리가 제일 문제인 것 같다.
의심을 해보고 생각을 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을, 의심을 하면 안된다고 하니 벗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형은 이맘때쯤 번번히 나에게 폭언을 하고 때렸다.
나는 이때부터 의문을 가졌었다. 뭐 형이 미워서인 것도 있겠지만, 그 교회엔 이전에 악하게 산 사람도 있기도 했었다.
죄를 지었던 사람이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갈까? 죄를 안짓고 믿지 않은 사람이 천국에 갈까?
어머니는 믿을 때 천국에 간다고 말씀하셨었다.
정말 이상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해를 입힌, 누군가의 원수가 천국에 가는 것이 이상했다.
많이 이상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어머니는 아마도 그런 나를 악마에 씌인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울면서 가스불을 켜고 [지옥불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너는 아느냐]고 물어봤을 때.
그리고 성경구절 어딘가에 [눈을 뽑고서라도, 다리를 잘라서라도 천국에 가는것이 낫다]라고 말했을 때.
그때부터였다.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가.
나는 도망쳤다. 언덕을 내려와서 버스를 타면 461번인가. 153번인가.
하여튼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고. 그걸 타고 40분정도 가면 광화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가 있었다.
하루종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책을 읽던지, 멍하니 있던지 했다.
그 선행이라는 것.
복이라는 것은 결국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었다.
그래야 천국 더 좋은 곳을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15살에 큰 고민을 했었다. 내가 옳은 이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무서움을 계속 참아야했었다.
내가 옳은 이유를 버리고, 내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뛰어난 것이 없는 보통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용돈 받아서 1시간에 500원 하는 피시방에 줄창 다녔다.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 없고, 그냥 놀기로 했다. 어차피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도 없었다.
그냥 노는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이전에는 천국에 가기 위해.. 뭐 이런말을 했겠지만
이 이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인생 한번일 뿐이고 그냥 살아야지 싶었다.
16살. 중학교 3학년 가을 때, 여느때처럼 학교 끝나고 피시방을 가던 길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왼발이 부러지고, 병원에 갔다. 생각해보면 아프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30분내로 병원으로 달려오면서
맨 처음 나에게 이 말을 건네었었다.
[네가 그래도 하나님이 계시니 다리 하나로 끝난 것 같아.
만약 하나님이 없었다면 죽었을지 어떻게 아니?
하나님께 정말 감사를 드려야겠구나.]
그 말을 하는 어머니의 어조는 놀람과 슬픔, 그리고 약간의 안도감이 있었고
간단한 텍스트로는 전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때 겨우 알았다.
어머니는 분명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시는구나.
그것이, 사고 후 한시간 뒤에 찾아오는 몸이 찢어지는 고통과
같이 수없이도 되뇌어져서 끔찍했었다.
삶의 막장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3)으로 이어집니다.
(2)내용은 두유공신 같은 얘기라서 굳이 적을필요 없을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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