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404546] · MS 2012 · 쪽지

2012-03-29 22:58:16
조회수 989

저 '도를 아십니까' 류에 걸려든 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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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캠퍼스 돌아다니다 보면, 길 가는데 유독 붙잡고 말거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더군요.
종교 모임, 설문조사... 참 많은데, 그 때마다 웃으면서 거절하더라도 공손하게 하고 그랬는데요.

한번은 어떤 여자분이 미술심리에 관하여 설문테스트를 한다고,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 하셨어요.
마침 여유도 있던 참이고, 뭐 전공과 관련해서 조사하는 거라면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승낙을 했구요.
한편으로는 요즘 제 고단한 정신 상태에 대해서 간단하게 상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구요.
대학에 적응하지 못해 외롭고 힘든 상황에서, 그냥 간만에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게 조금 반갑기도 했어요...

설문지를 보니, 인터넷에서 여러번 봤던 미술 테스트더군요. 솔직히 흔하게 접하는 테스트여서.
의심까지는 안했는데 의아하긴 했어요.
뭐 직접 사람들을 상대로 확인해보려는 시도이겠거니 생각하고 테스트를 어쩌니 저쩌니 설명하다가..
개인적으로 힘들어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그 때엔, 낯선 사람이었지만, 고민을 얘기하는 것이 좋았구요.
나무를 그리는 것도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것에 대해선 나중에 얘기해주겠다 해서 연락처까지 주고..

다음에 연락이 왔는데, 따로 만나자길래, 이렇게까지 만나서 미술심리결과 얘기하는 건
좀 오버다 싶었고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학교 수업이 있는 오늘로 미뤘어요.
전 수업 끝나고 그냥 잠시 만나서 간단히 얘기하는 줄 알고 만났는데, 선배라는 사람까지 옆에 두고는 맥도날드로 끌고 가더군요.
여기까진 크게 의심 없었어요. 그냥 심리학과 선배겠지 생각하고.
별 무리 없이 얘기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그 원래 얘기하기로 했던 사람이 급하게 약속이 생겼다면서 쑥 나가더군요.
그 선배라는 사람은 심리와 고민상담에 대해 얘기하는 척하다가 말이 엉뚱한데로 넘어가고;;
뭐 이름 풀이 사주 얘기 할 때부터 '아 걸리고 말았구나. 이것이 그것인가' 생각이 들고.ㅋㅋ;

전혀 상관 없는 불교관 얘기를 하더니, 윤회, 정신,업보, 환생 이런 쪽으로 막 몰더라구요-_-;;
전 기분 안좋아지고 맘같아선 그냥 때려치우고 나오고 싶었는데... 막 틈을 안주더라구요ㄷㄷ 그냥 듣고만 있으면 안놔줄 것 같고..
결국 빠득해서 그 사람이 말하는 것들 잡아서 이의 제기하고 반론하고...
이러저러하다 빈틈에, 요점만 말하라. 시간이 없어서 가겠다. 토론한 것 같아 즐거웠다.ㅋㅋ 하고
다시 만나자는 말에 빈말로 대답하면서 바로 나왔어요.
횡설수설 하던데 결국은 업보에 대한 얘기.
연락한 사람은 지금 차단해놓았어요.
다시 만나려고 하는 투여서...

이게 흔히들 말하는 도를 아십니까? 이거 맞나요?
뭔 혼연일체, 석가모니, 해탈 이런거 말하던데요. 서양 중심의 사고관 버려야하니 뭐 어쩌니 하면서.
불교도 이렇게 접근하나요?;

정말로 고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조언을 구하고 싶었는데,
사람도 좋아보이고 설마 다른 목적이 있을까 해서,
설문도 하고 연락처도 주고 후의 약속에도 응했는데...
애초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다니 많이 씁쓸하네요.
완전히 속은 기분이에요. 그 선배라는 사람 말하는 거에 반론하니까, 속고만 살았냐며 왜 그리 회의적이냐며 그러더군요. 제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면서 하기 힘든 얘기까지 했는데. 내가 완전히 이상한 사람이 된듯한 기분이었어요. 상담은 커녕 엉뚱한 말만 줄창. 최악의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자존감을 상실한 사람은 최적의 사냥감이겠죠. 어쩌면 그 사람이 진리라고 믿는 것들로 불쌍한 영혼 구원해 줄 요량이었는지도요. 그냥 덥석 물고 낯선 사람한테 솔직히 얘기하고 위안을 기대한 제가 바본가요..
이거 제 추측대로 일부로 접근한 거 맞나요?
아니면 제가 삐딱한건가요?

화가 나기보다는 씁쓸하네요. 가뜩이나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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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군 · 341438 · 12/03/29 23:09 · MS 2010

    요즘 진짜 치밀한듯....

  • 향기로운 · 404546 · 12/03/29 23:14 · MS 2012

    분명 의심이 되는데 괜히 오해하는게 아닌가 하기도 하고.. 대단하네요..

  • 포카칩 · 240191 · 12/03/29 23:21 · MS 2008

    도를 아십니까 '류' 맞는듯..

    예전에 코엑스 밤 11시에 혼자돌아다니다가 여자 두명한테 끌려간다음에 은밀한 곳에서 나무 그림 그린다음에

    "요즘 힘든거 있니" (힘든거 없는사람이 어딨음)

    라는 식으로 누구나 그럴듯한걸로 당했음

  • 향기로운 · 404546 · 12/03/29 23:25 · MS 2012

    제대로 낚였네요.. ㅋㅋ아 나무 그림...;;
    심리테스트 결과 안좋은 것만 나왔더래요...

  • 은하수로 · 405448 · 12/03/29 23:34 · MS 2012

    아... 저도 작년11월에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길에 수원역에서 어떤 여자 두분이 저보고 조상의 좋은 기운을 지니고 있다고 ㄱ-....
    그 기운을 사용할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조상님들에게 기도드려야 한다는 거에요...ㅋㅋㅋ
    아 진짜 어이가 없었는데, 제가 딱 잘라서 거절을 못해서 우물쭈물 하고 있다가 다음번에 기회되면 하겠다고 이랬더니,
    안된다고 보통 그러면 안하게 된다고. 오늘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조상님 거들먹 거리면서 기도 안드리면 미움 살꺼라고 그러고... 자기들을 기도 드렸더니 일이 다 잘 풀린다고.. 참나.. ㅋㅋ
    아 진심 빠져나오고 싶어서 좀 정색하면서 시간없습니다. 이만 가보겠다고 했는데, 조상님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냐면서 ㅡㅡ;;
    그러면 어려운 이웃 도우라고 기부를 하라더군요.
    제가 학생이라 돈이 없다고... 그랬더니 액수가 중요하지 않대요.
    그래서 먹고 떨어지라는 심정으로 울며겨자먹기로 천원 드렸더니 천원 가지고는 안된다는거에요 ㅡㅡ;
    숫자 3이 좋다라는 거에요... 아 그래서 2천원 더주고 빠져나왔어요 ㅋㅋ 이 짓하느라 약속시간 40분 늦고... 뭐 이런일이 있었어요 ㅠㅠ

  • 까프레 · 401315 · 12/03/29 23:38 · MS 2012

    천원 돌려 달라 그런 후
    300원 주고 오시지 그러셨어요ㅋㅋㅋㅋ

  • 은하수로 · 405448 · 12/03/29 23:43 · MS 2012

    ㅋㅋㅋㅋ 아 멀쩡하게 생긴 두분이 20대 중반정도 되보이시던데... 그냥 불쌍한 사람 돕는단 심정으로 기부했죠 뭐 ㅠㅠ

  • 향기로운 · 404546 · 12/03/29 23:40 · MS 2012

    하아ㅠㅠ 이런 상황에서 단호히 거절해야하는데, 성격상 그게 안되는 사람은 정말 힘들죠ㅠㅠ

  • 향기로운 · 404546 · 12/03/29 23:40 · MS 2012

    하아ㅠㅠ 이런 상황에서 단호히 거절해야하는데, 성격상 그게 안되는 사람은 정말 힘들죠ㅠㅠ

  • 은하수로 · 405448 · 12/03/29 23:44 · MS 2012

    네... 진짜 빠져나갈 틈을 안줘요... ㅋㅋㅋ

  • 향기로운 · 404546 · 12/03/30 11:50 · MS 2012

    알아보니, 대순진리회라는 사이비 집단이였네요. 다른 분들도 조심하세요.

  • 미친아랍인­ · 300365 · 12/03/30 13:42 · MS 2009

    그냥 표정 정색빨고 예만 계속해보세요 한심하다는듯이

    지들알아서 떨어져나감 난감해하면서

  • 향기로운 · 404546 · 12/03/30 19:23 · MS 2012

    사실 대화하는 내내 그런 충동이 확 올라왔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