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재수학원생들의 테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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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개강 후
처음에 학원 분위기도 서먹하고, 좁은 교실에서 다시 수업을 듣는게 어색하다.
반에서 떠드는 애들은 거의 없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오는 정도? 복도에서는 간간히 각 학교 애들끼리 만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학원이 끝나고 자습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아직 공부 자세가 안 잡히고 컴퓨터를 하던 버릇이 남아있어 오르비를 눈팅한다.
가끔 우리반으로 추정되는 친구가 글을 올리면 반가워하고 닉네임을 기대해둔다.
아침에 찬공기가 낯설고 내가 재수를 한다는거에 대한 감회가 느껴지곤 한다.
- 3월, 4월
차츰 학원 분위기도 익숙해진다.
수업 들어오는 강사진에 대한 파악도 어느정도 마쳐 이 선생님은 어떤지, 저 선생님은 어떤지, 자습을 해야하는지, 숙제를 잘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끝나간다.
반 애들도 슬슬 말을 트기 시작하고, 이제 밥 먹을 때 조용히 혼자 먹진 않는다.
친구들의 이름도 알게되고, 한 두번 모의고사를 보면서 반에서 몇등 하던 성적표 대신 반 몇십등 하던 성적표를 받고 충격을 받게된다.
다시금 느슨해진 마음을 붙잡게 되고, 공부를 하는데에 자극이 된다.
이제 쉬는 시간에 복도에선 꽤 어수선하며, 수업시간의 긴장감도 많이 누그러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어색함이 남아있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오면서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한다. 싸이 페북 등에 올라와있는 친구들 사진을 보고있노라면 현재의 내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 5, 6월
대부분의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게 되고, 학생들에 대한 파악도 끝난다.
주위에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며 밥 먹는 멤버가 구축된다.
점점 타성에 젖게 되며, 저녁 먹고 야자를 안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6월 모의평가를 보면 현역 수능 때보다 오른 성적으로 내 목표대학과 다시금 비교해본다.
이때 대부분은 자만심을 갖게되며, 그간 공부해온거에 대해 만족하게 된다.
- 7, 8월
반애들과 많이 친해지며, 그들과 재수생들만의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간다.
종종 술을 마시러 다니는 친구들이 있으며, 보통은 카페나 운동장 등으로 자습실을 옮겨서 머리를 식히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운동장이 있는 경우 반대항 축구(or족구) 시합을 갖게되며, 이로인해 며칠 자습을 빼먹게 된다.
더운 여름날씨에 몇몇 학생들이 결석을 하기 시작하고, 아침에 통학할때 점점 힘들어지는 걸 느낀다.
재수생이라는 신분을 잊게되고, 대학을 간 친구들과 만남도 생기게 된다.
그들의 푸념에 대학생활이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라는걸 알게되고, 내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학기 초에 열심히 숙제 해가던 태도와는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만, 더운 날씨 탓에 의자에 앉아 있는게 힘들어진다.
- 9, 10월
이곳저곳 수시를 지원하고, 원서를 쓰기에 바쁘다.
모교에 돌아가 수능접수를 하고 선생님들과 몇마디 나누고 나오면서 이제 수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학원 분위기는 점점 어수선해지면서도, 수능의 분위기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수업시간에 자습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몇몇 학생들을 학원을 그만두기도 한다.
선생님들은 마무리 학습을 하기 시작하신다.
이 때 쯤 9월 평가원을 보고, 다시 한번 목표대학에 맞춰 나 자신을 점검한다.
추석 때 쯤 내 시간을 가지며, 마지막으로 수능에 몰입되어 간다.
그간 어수선했던 마음을 다잡고 점점 긴장이 되어간다.
- 11월
학원이 종강한다.
사물함에 있던 개인물품들을 가지고 종강날에 학원 문 밖을 나오면서, 처음 학원에 오던 날, 개강날들이 눈앞에 지나간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와 마무리 학습을 한다.
몇몇 후회되는 부분들도 생기고,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주위에 지인들로부터 수능을 잘보라는 덕담과 함께 각종 초콜릿, 과자 등을 받는다.
수능 전날 친구들과 잘보라는 문자를 나누며 잠자리에 든다.
- 수능
새벽녘 어스름한 황혼을 바라보며 수능시험장에 향한다.
반에 아이들이 차기 시작하고, 작년의 수능시험장의 기억이 떠오른다.
1교시 언어시험이 시작하며 언어영역 표지에 씌여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글자를 보며, 재수생활이 다시 한 번 지나간다.
정신없이 수능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 답을 맞춰본다.
- 그 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논술을 보러 다닌다.
논술이 끝나고, 수능성적표를 받으면 입시사이트를 눈팅하며 원서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수시를 합격하지 못하면 마지막까지 고심하며, 원서를 접수하게 되고, 아쉬움과 홀가분함을 느낀다.
주위에 친구들이 수시에 합격한 소식을 듣게되면, 겉으론 축하해주지만 마음 한 쪽은 쓰리다.
원서접수가 끝나면 발표일까지 시간이 남게된다.
이때 그동안 못해두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면허, 여행, 친구들과 만남 등...
여러가지 일들을 시작하지만 딱히 손에 잡히지가 않고 계속 입시사이트를 보며 내 점수를 남들과 비교해본다...
심심해서 써봐요..
뒤에는 열린 결말로 할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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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고3테크트리보고 설마 저렇게될까 했었는데 진짜 하나도안틀리고 자연적으로 시행되더라고요 ㅋㅋ
이번엔 제발 그대로 안갔으면합니다. 학원은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저만은 달라져야겠어요 ㅠ
고3 테크는 어디있나요?ㅋㅋ궁금하네요ㅋㅋ
고2 겨울방학전 나온 학교신문에 있었어요 ㅋㅋ
아ㅋㅋ어떤 분이 오르비에 쓰셨다는줄 알았네요ㅋㅋ
밤에 심심해서 들와봤는데... 쩝 옛날생각많이나네요 ㅎㅎ
저의 작년과 거의 똑같네요! 혹시 강남대성다니셨나요??ㅋㅋ 싱크로율이 너무 쩔어서... 아니면 모든 재수생들은 한마음인가봅니다..
가장 단조로우면서도... 역동적이었던(?) 1년이었네요. 지금까지 살아온 해들중에 작년을 제일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네 ㅋㅋ 저도 강대요. 근데 다른학원도 다 비슷비슷하더라구요ㅋㅋ
개념글
거기다가 연애 얘기만 좀 들어가면 나름 완벽
저도 그 생각ㅋㅋㅋ
연애나 반에 쫌 괜찮은애 생각나는거 나름 재수생활의 한 축인데
연애는 워낙 다양하게 해서 일반화하기 어려웠어요 ㅋㅋ
같은 반이나 옆반에 눈에좀 띄는 애한테 고백할까 말까 나는 재수생인데 이래도 되는건가... 하다가 친구가 걔한테 고백한다 그러면 이 ㅅㅋ를 팰수도 없는거고 그런 진부한 스토리
얘기해주세요 궁굼 ㅋㅋ
산타클로스의 선물인가요
정리해놓고보면 참 빠르네요 막상겪을 당시엔 시간이멈춘것처럼 안갈때도 많았는데...
지금 시간이 멈춘것 같아요 아
으....그쵸 2월이 딱 그럴때인듯 하루하루는 긴데 일년다보내고나면 그일년이 어디로 갔나 싶어요.
12월 말에 선행반부터 시작했는데..
아직도 적응이 덜된듯...ㅠㅠ
근데 신기한건
하루는 진짜 뭐같이 안가는데
한달은 빨리가는
불편한 진실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수가 읎네요...
그러면..테크트리를 잘 따르면 대학은 어디로 가나요?
이렇게하면 대부분 평타 이상은 하던데요ㅋㅋ
아싸로 살아가야겟군요...
지금도 일부러 친구를 안사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ㅎㅎ
제가 아싸로지냈는데 제 경험으로는 위험한점이 많네요
처음에는 인간관계때문에 공부시간을 늘리는 이점이 좋았는데
수능이다가올수록 인간관계에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구요
신중히선택하시기를..
심적으로 힘들 때 친구 없으면 못 버텨요
남들 서로 도우면서 할때 끼지 못하는 설움도 크니 주의하시길.
제가 작년에 7월까지 아싸였다 결국 친구 사귄 데는 다 이유가 있는겁니다..
진짜 저도 혼자 잘노는 타입인데 나중가면 외로워요 ㅜㅜ.. 너무 아싸되려고만 하지마세요...
2월 테크가 너무 똑같아서 저대로 될것같은데...... 제 성격상 7-8월 테크 타게되면 작년꼴나는데 안그러도록 노력해야겠어요......ㅜㅜㅜㅋㅋ
싸이, 페북에 친구들 얘기 레알 공감이네요...ㅋㅋㅋㅋㅋ
근데 친구들이 대학 푸념 늘어놔도 걍 마냥 부럽더라고요 저는 ㅠㅠ
새퀴들.. 배부른소리 하네... 이런 마음이었음
영화로만들어도될듯...ㅠ
뒤에 결말: 그러나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학원을 다시 다니게 되는데.....
ㅠㅠ 제발 그런일은 없길 바랍니다.
전국에있는 재수생,반수생,n수생 화이팅!
3수를 n으로 쓰지 말아주셈
왠지 암울해짐 ㅜㅜ
아. 그마음 이해합니다.ㅠㅠ 고칠려고 해도 안고쳐 지네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