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에 마스크 보낸 단체 간부 "정부가 300만개 맞추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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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대 한국총동문회 간부 인터뷰
"우한에 사는 선배가 울면서 전화… 동문회 차원서 도우려 했는데
정부가 중간에 끼어들어 보도자료 내놓고 감당 못한 것"
"중국 우한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현지 교민을 도우려 했는데, 정부가 보도 자료를 크게 냈다가 번복하면서 우리도 곤란해졌습니다."
우한대 한국총동문회 고위 간부인 A씨는 5일 본지 통화에서 '마스크 300만개 중국 지원' 논란과 관련한 전말을 자세히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외교부가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을 중국에 지원한다"고 낸 보도 자료 속 그 민간단체다. A씨는 마스크 준비 과정을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청와대/ 조선일보
A씨는 우한대 한국동문회가 중국으로의 마스크 지원을 검토한 것은 설 연휴 및 중국 춘제를 앞둔 지난달 24일부터였다. 그는 "우한에 사는 동문 선배가 "병원 의료진만 60명이 감염됐다"며 울면서 전화가 왔다. 동문 전체 단톡방에도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 전화를 계기로 동문회 차원에서 32억원가량의 긴급 성금이 모금됐고, 국내 회원들이 마스크 수급에 나섰다고 했다. 동문들 중 기업인이 많아서 빠른 시간 내에 해당 금액을 모금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마스크를 보내려니 정작 우한행 항공 노선이 모두 폐쇄된 상태였다"고 했다. 그래서 우한대 한국 총동문회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게 "우한 교민을 실으러 가는 전세기 편에 마스크를 보낼 수 있냐"고 의논했고, 박 의원이 "외교부에서 전화가 갈 테니 한번 의논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외교부 한 사무관과 전화로 협의해 해당 전세기에 마스크를 실어가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마스크 300만개 중국 지원' 방침 발표에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인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5일 당초 발표와 달리 "민간단체가 보내는 것을 정부는 전세 화물기 편으로 운송만 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4일 이인영 원내대표도 "마스크 지원은 한·중 민간 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일로, 200만장이 목표이며 이 중 전달된 물량은 12만장"이라고 했다. '마스크 300만장 지원'은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A씨는 "정부와 여당이 참 순진한 것 같다"면서 "준비한 우리가 (300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라고 했다. 그는 또 "외교부가 먼저 보도 자료에 (마스크 지원은) 민·관이 하는 것이라고 써도 되냐고 해서 '우한 총동문회든 외교부든 좋은 일이니 마음껏 하시라'고 했다"고 했다. 여론이 나빠지니 뒤늦게 정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빠지려고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A씨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 준비한 마스크 물량이 모자라자 외교부 측에서 이미 보도 자료에 300만개로 나갔으니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물량을 맞춰야 한다고까지 했다"고 했다. 이 단체가 지난 3일 중국으로 보낸 물량만 150만장이었다. 물론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 편으로 보냈다.
A씨는 "동문회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하려 한 건데 (정부가 중간에 끼어들어) 보도 자료를 내놓고는 감당을 못 한 것"이라며 "정부가 도와준 건 고맙지만 일이 이렇게 돼 속상하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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