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삘받아 싸지르는, 올 한해 가장 좋았던 걸들의 노래 5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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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단어 선택은 멍청합니다ㅎ)
1) <고래> - 명콜 드라이브
솔직히 말해서, 이트라이브는 <냉면>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딱히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고 허락된다면!)후킹에 대한 언급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곡 구성을 넘어서 '기승전전전'하는 가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슬슬 박수칠 때 떠나야 할
후크송의 운명을 생각할 법도 했다. 하지만 이트라이브는 아직은 아니라며 <고래>로 돌아왔다.
사실 내가 제시카보다 니콜의 목소리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앗 차, 차, 차가워'하는 도입부나, 'Oh my god Oh my heart 어쩜 이럴수가'에서 시작해
후렴부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연결되는 부분은 이 노래의 백미였다고 생각한다.
(Oh my god Oh my heart 부분은 사실 니콜이 너무 발음을 꼬는 바람에,
가사집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무슨 의미없는 허밍쯤으로 생각했다.)
<고래>는 올 한해 차를 몰면서 가장 자주 틀었던 노래이기도 한데,
이 노래를 박명수 대신 이재훈이 부르면 어땠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곤 했다.
(때문에 슬프지만 덧붙이는 and, 이 노래는 박명수가 부르기에 너무 아까웠다!)
2) <2 Different Tears> - 원더걸스
어떻게 생각하면 <노바디>처럼도,
어떻게 들으면 <텔미>처럼도,
어떻게 보면 <쏘핫>처럼도 느껴졌던 <2DT>는
올 한해 JYP의 그 안좋았던 결과물들 중에서 기어이 연명한 미친 존재감 쯤일 것이다.
원더걸스라는 브랜드의 입장에서 보자면 <2DT>와 그녀들의 한국 원정이
누군가에겐 궁여지책으로, 누군가에겐 망한인증으로도 보였을 지언정,
<2DT>라는 노래만큼은 딱히 지적할 건덕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래가 잘 빠졌다. <텔미>로 한국사람들의 귀를 이미 훈련시킨 때문일까..?
나는 기대했던 노래가 발매되면 무대 장면을 최대한 피하고, 스튜디오 발매본을 가장 먼저
들어보려는 습관이 있는데, 그 기준에 따르자면 첫인상이 가장 좋았던 곡으로 이 노래를 꼽고 싶다.
물론, 가장 나빴던 첫인상은 <훗>이었다. 훗!
(따라서 <2DT>는 원더걸스의 무대장면으로 보기가 더 꺼려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나는 무대에서 원숏으로 잡히는 혜림의 얼굴을 미안하지만 보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2DT>에서 가장 큰 의의라고나 할까, 여튼 높게 치고 싶은 부분은 오토튠의 배제다.
나는 이것을 거의 신경질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JYP가 딱히 오토튠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그 결과물에 회의한 적도 없었을 터인데 왜 원더걸스에게는?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떻게 보면 JYP 마지막 프라이드로도, 어떻게 보면 (<텔미> 시절의) 원더걸스 부활의 갈구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3) <A> - 레인보우
대단한 이유는 없다. 단지 그들이 신인이라는 것.
올해 수많은 걸그룹 중에 가장 무대장면을 '보며' 노래를 즐길 만했다는 것 등은
상당한 플러스 요소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느낌이 심상치 않아서 알아보니 역시 DSP 소속이었다.
<루팡>이 너무 단호한 표절로 날 실망시키고, 그 이후와 이전을 통틀어도
<프리티 걸> 이상을 보여준 적이 없는 카라에게서 내가 은연 중에 원해왔던 갈증을
<A>가 해소시켜줬다고나 할까.
이 노래의 백미는 노래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원 톤으로 이어지는
'둥, 둥'의 비트라고 생각하는데, 때문인지 덕분인지는 몰라도 후렴구보다도
'just U`r collection line, ez acess line, 스스로 매인, A A A A'의 도입부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현란한 배꼽춤이 있었던, 그래 거기 그 부분 말이다.)
4) <잘해줘봐야> - 걸스데이
사실을 말하자면, 이 곡 때문이었다.
유치할 각오하고 진지먹은 이 게시물 작성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이 노래다.
걸스데이의 연혁 따윈 궁금하지도 않다. 그들의 태생이 대놓고 아류이건, 다리를 얼마나 찢었든,
무대에서 각설이춤을 췄든 안 췄든 그런 것에는 사실 관심도 없고 애정도 없었다.
(아마 예전에 내가 리플로 걸스데이를 거지같은 애들이라고 언급했던 적까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잘해줘봐야>는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유행과 지루의 교착점에서 어디선가 휙 뛰어넘은 것이 나타났다고 표현해야 할까.
이제는 국적과 출신조차 모호해진 후크송이나 힙삘의 뽕삘웨이브 댄스 등이
(아직까지도 난 이것을 한국형이라고 부를 용기가 없다)
어쨌든 판세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기이한 난국 속에서, 걸스데이는
그 옛날 Ace of Base, La bouche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할 것 같은 유로댄스 비트를 가져왔다.
더 놀라운 건, 그것도 어떠한 개조나 보수도 거치지 않은 채 날 것을 덩그러니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대체 무슨 용기인가?
이건 역행의 수준이 아니라 그냥 퇴보처럼만 보였다.
(베이스에 깔리는 드럼비트에서는 그 옛날 터보나 김현정 노래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나는 이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던 그 즉시 두 가지를 상상했었다.
우선 좋은 상상.
이 노래가 뜬다면 이 나라에 아직은 빠심으로 가지 않은 영역이 남아 있다는 희망일 테고,
이 노래가 망한다면 이 나라에 이젠 서양물이 빠져도 된다는 방증일 것이다.
(나쁜 상상은 그 역이다.)
하긴, 결과적으로 이 노래는 망했으니 이런 상상이 더 이상 소용없긴 하다.
<잘해줘봐야>는 굉장히 단순한 구성이다. A-B-C-A-B-C & D-C' 라고 보면 적당한데,(C는 후렴이다)
이 ABC 사이의 차이가 확연해 후크를 듣는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멀쩡한 발라드 구성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그리고 A라는 도입부가 그저 그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구성이나 도입부의 헛발질을 뛰어넘는 매력으로
(A가 초칠뻔한 분위기를) B에서 급박하게 클럽댄스로 전환하는 사태수습이나,
3분 25초의 짧은 곡에서 종반부에 무려 40초나 할애한 C'의 페이드아웃하는 리듬감 등을 들고 싶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노래가 큰 파도가 되길 바랐으나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걸스데이도 딱히 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진 않겠지. 망한 카드일 테니.)
그리고 그것은 걸스데이의 행보를 주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나오는 많은 걸들의 타이틀곡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들어오면서
'다르고 싶은' 움직임을 찾아내는 과정이 될 것임을 말한다.
5) <좋은 날> - IU
이건 정말이지 오래된 반가움이다.
구체적으로는 토이의 <좋은 사람>을 처음 들었을 때나,
김형중의 <그녀가 웃잖아>를 처음 들었을 때의 멈춰지지 않는 떨림에 가깝다.
나는 여태껏 아이유 음악이 <Boo>에서 아주 좋았다가, 점점 나빠진 다음
<잔소리>에서 슬쩍 지루해졌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수순에 관계없이,
그녀의 노래 중 <Rain drop>이 가장 좋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나는 '지루해졌다'는 것이야말로 (다음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빠졌다'보다도 더 곤란한 상황이라 본다.
(우리는 이수영과 성시경의 마지막이 어땠는 지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Gee>이후의 소녀시대를 우려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가정이다.
다시 말해 3단 부스터가 나오든 20대 메이크업이 나오든 간에,
내가 그린 아이유에 대한 어떤 예상도에는 <좋은 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나는 이것을 반성한다.
그녀가 <Boo>나 <마쉬멜로우>같은 소위 좀 '깨는' 노래들로 흥미 유발을 시키다, <잔소리>로
드디어 궤도에 올랐다고 보여지는 과정에서, 이제부터는 (결국 또) 발라드로 가겠구나 라는 예상도는
나로서 굉장히 설득력 있는 논리로만 생각되었고, 아이유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바란 적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좋은 날>인 것이다. 전부터도 아이유의 노래가 꽤 풍성한 사운드라는 점은 인정해 왔으나
이 정도까지 올라올 줄은 정말로 몰랐다. 심지어는 이번 EP의 타이틀인 'Real IU'라는 멘트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배에 힘 딱 주고 주장하는 것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목소리. 사실 그녀 스스로 인정하듯, 기교나 파워는 애당초 배제된 채
그저 음색으로만 남아있던 아이유라는 목소리에 <좋은 날>이란 노래가 입혀질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 조화로움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아무래도 아이유를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아니 아이유와 아이유를 빚어오던 그 손길들 전체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이 노래는 올 한해 발표된 걸들의 수많은 노래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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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도 잘해줘봐야가 괜찮았지만 아직 그리 데뷔후가 길지 않다 보니 인지도가 많이 오르기에도 기반이 좀 부족했습니다
계속 비슷한 괜찮은 곡들이 나와주면 괜찮을거 같네요 꽃다발도 자주 나오고
솔직히 원걸 2DT 결과가지고 망했다는 얘기도 종종 나오는데 그 정도 결과가 나왔는데 망했다 소리 들을 정도라는 걸로
과거 원걸의 위세를 알게 해주는듯
좋은날은 들은지 얼마 안돼서 편파판정이 될 수 있으므로 빼고 순위를 매기자면
2DT>고래>잘해조바얌>A
어때염? 개념 순위졈?
좋은 날>을 제외한다면, 순서에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ㅎ
소녀시대가 없다니...
없을만한듯.;;;;;
첨 들어본 노래도 있네요
그냥 아이유를 올리고 싶어서 만드신 듯;;
올해좋았던 곡이라고 해놓고 전부 거의 2달안에 나온 곡들이네욬ㅋㅋㅋ고래를 제외하고는...
고래는 들어본적없고...
레인보우는 마하가 훨씬좋지않았나요?
미스에이곡이없다니ㅠㅠ으앙
물론사이사이글은 안읽엇어요
음 저는 시스타 가식걸 미쓰에이 배드걸굿걸 레인보우는 그닥.. 아 그리고 포미닛노래 뭐더라ㅋㅋ 여튼 그거세개가 제일좋은듯
지극히 주관적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