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생의 수학의 단권화 학습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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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21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검정고시를 봐서 원래 나이보다 1년 빠르게 수능을 보게 되었고 현재 예비고3이자 재수생의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김지석 선생님의 수학의 단권화 가형을 체험하게 되어 오르비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생일 때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높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에 평소와 같이 공부 안하고 체육관만 다니다가 중1 첫 수학시험에서 60점이라는 성적을 받은 이후로 나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인가 보다 단정 짓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속으론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도서관에 가면 하루종일 수학/과학책만 읽는 등 흥미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적에 따라 조에서 번호를 정했는데 (가장 높은 사람 1번~가장 낮은 사람 4번) 3번을 받았을 때, 그리고 뒤에 칠판에 나가 문제를 푸는데 틀렸을 때 자존심이 그렇게 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학교에서 유일하게 교육청 과학영재원에 합격했는데 애들이 과학영재라면서 왜이렇게 수학을 못하냐고 했을때는 너무나도 속상해서 방에서 혼자 조용히 울 때도 많았습니다. 수학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질문도 많이 하러 갔는데 개념부터 다시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오르겠지, 내 공부 방법이 틀렸겠지, 이번 시험이 어려웠겠지 하며 스스로 합리화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자존심만 센 바보였고 멍청한 생각이었습니다. 중3까지 유도선수 생활을 했고 학원이라곤 합기도, 태권도, 마샬아츠, 킥복싱 등등.... 무술 관련된 학원만 열심히 다녔습니다. 막차 끊겨서 택시타고 오고, 그러면 시간도 늦고 피곤해서 공부도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수학 성적도 바닥을 쳤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져온 목표도 컸고 그 목표를 이루고 싶은 열정도 있었습니다. 당시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 여고에 입학하게 되었고 다시 수학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서 공부를 안했으니 고등학교 수학도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중학교 3년치를 복습을 빠르게 하고 고등학교 수학 (상) 개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행은 거의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첫 수학시험. 24점이었습니다. 공부가 아니라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를 택했습니다. 다음 시험을 준비할 때 하루 3시간만 자며 수학 공부를 해서 성적을 정말 많이 올렸으나 학생부를 잘 채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담임도 잘못 만났고 친구도 없었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오랜 고민 끝에 자퇴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학 (하)는 보지 않았고요. 당장 2021수능 범위라는 수1, 미적분, 확통만 공부 했습니다. ( 수2는 공부 하지 않고 미적분 문제를 풀 때 빠진 개념이라고 생각되는 것만 따로 공부했습니다. )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고 수학 개념부터 찬찬히 겸손하게 공부해 나갔습니다. 수1, 미적분, 확통, 진짜 마지막 정리 노트까지 4권을 개념 정리만 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공부하니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살짝 변형된 문제를 보면 막히니까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 바닥만 기는 성적을 받을거냐는 생각에 모르는 유형은 그냥 외웠습니다. 진짜 머리가 멍청하고 수학머리는 1도 없는데 시간과 깡만 있었습니다. 겨우겨우 개념 돌리고 지금은 기출 위주로 공부하는 중입니다.
제가 수학의 단권화라는 책을 배송 받았을 때, 다시 한 번 수학공부에 대해 겸손해지기로 했습니다. 2020학년도 수능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점수를 받고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을 때 교과서 전체의 개념을 7일 만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기출 문제를 풀면서 수학 (하)부분과 수2에 나왔던 개념이 탄탄하게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빠르게 관련 개념만 학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보고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 책임을 느꼈습니다. 가독성도 낮고 다시 보기 어려운 제 노트들과는 달리 수능에 관련된 개념들이 2021학년도 수능 범위에 맞게 손글씨로 정리되어 있어 학습하기 편했습니다. 답지 책을 보며 옮겨 적으면 되니까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드는 부담감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수학 (상), (하)를 제외한 범위가 7일 만에 끝나는 것도 좋았어요. 개념을 처음부터 복습하는데 7일이면 짧고 알찬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그래프도 그리고 색깔도 다 똑같이 필기했는데 이 개념이 이렇게 쓰이는 거였지 하며 개념복습을 제대로 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2020학년도 수능도 준비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대한 혼란이 좀 있었습니다. 문제집을 사는데 미적분1, 미적분2, 미적분(개정) 이렇게 3권 다 샀습니다. 헷갈려 죽는 줄 알았어요. 학교를 중간에 나오다 보니 교과서가 없어서 자습서를 사야 되나 생각도 했습니다. 재수하시는 분들도 개정교육과정에 적응하시는데 이 책 한권이면 될 것 같습니다. 책 앞부분에 있는 개념 MAP도 어떤 개념이 어떤 개념에 연결되는지 알기 쉽게 나와 있어 편했습니다.
제 개념노트의 가장 큰 단점은 복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단 점 같습니다. 내가 어떤 파트가 약한지 노트만으로는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진짜 노베이스일 때 만들었던 것이라 공식 유도과정 등등 책에 있는 부분은 모두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쉬운 문제로 개념을 같이 익혔기 때문에 공식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고 공식만을 쫓아 다닌 저는 어려운 문제를 풀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학의 단권화에서 실질적으로 많이 도움을 받은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뒷부분에 개념 Remind가 있는데 질문을 보면서 답을 모르는 문항이 바로 개념이 완벽하게 다져지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개념을 다시 복습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단순히 ‘공식’이 아닌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을 채울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과 구성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교재의 특성상 필기량이 많은데 고등학교 수학을 모두 넣다보니 두꺼워서 중반부부터는 필기하는데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손글씨 빈칸 책만 인쇄소에 가져가서 책등을 자르고 스프링을 끼워 넣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책이 정식출판 된다면 (상),(하)로 분권되어 나오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배송받은 이후 5일 동안 메모지에 이 책을 사용하며 느낀점을 적어왔는데 어쩌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만큼 책이 완벽하고 좋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 머리도 좋지 않고 잘못된 공부법이 길어진 탓에 2020학년도 수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앞으로 수학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하고 있었는데 빠르게 개념 정리하고 공부 재개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 주신 김지석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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