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소취⭐️ [757565]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9-11-27 10:05:24
조회수 8,348

내 19년 간단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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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음악을 했었음


어렸을 때는 외국으로 유학 가서


피아노도 배우고 했었음


피아노 치는 걸 진짜 좋아해서


쭉 전공으로 밀고 나가려고 했었음


그리고 나름 피아노 진짜 잘 치기도 했었음 그런데



초 6? 중 1때 불의의 사고로 인해


피아노를 치기 힘든 손가락이 되어서


10년 간 준비했던 꿈을 포기하게 됨



그 때 되게 속상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나름 했었기에


그 때부터 공부를 많이 열심히 했고


중학교 때 전교권으로 진입하게 됨



고등학교는 서울과학고를 가고 싶었으나


떨어지게 됨 ㅜㅜ 별 미련 없음 어차피 의대 준비하게 됐는데 뭐.. 그래서 그냥


내신이라도 열심히 챙기려고


집 근처에 있는 비평준화 일반고, 그 중에서도


지역 내에서 잘하는 일반고를 가게 됨. (매년 서울대 10명 조금 안 되게 가는 듯. 대부분 정시.)



내신을 열심히 챙겼음


아직도 생각나는 장면은, 우리 학교 국어 내신이 되게 빡세서


시간이 아주 부족한 편임. 평균 한 40점대? 그래서


관동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우고 각주도 다 외워서


관동별곡에 시험에 나왔을 때 엄청 빠르게 풀었음.


그래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남.


학기말 성적 통지표에 또렷이 적혀 있는 국어 등수


1등.



뭐 1학년 내신 때, 영어 수능특강 수능완성 외우는 건 당연한 거고.



3년 간 별 짓을 다 했음. 동아리에 소논문에 학교 R&E에


강연 같은 거 있으면 다 참석하고


대덕연구단지 탐방, 판교테크노밸리 탐방, 시화호 탐사 뭐 다 가고


인문사회학술대회 인문고전토론대회 어쩌구저쩌구


심지어 인문논술대회 가서 상도 탐 ㅋㅋㅋㅋ 개뻘짓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신도 엄청 잘 받았음 그래서 나는 당연히 1학년 때 목표는


의대 쫙 돌리는 거였음 뭐 설의도 지균 받으면 쓰고


안 되면 일반으로 쓰고


내신 정말 잘 했음.



그런데 왜 망했느냐?


2학년 2학기 영어 시간에 수행평가를 보는데


영어 에세이를 쓰는 수행이었음. 그래서 나는


종이에다가 미리 준비를 해서 완벽하게 외워 감.



수행을 치는데, (물론 이건 내 불찰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랍 속에 넣어 놨던 종이가


자꾸 빠지는 거임.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애초에 서랍에 종이를 넣은 것 자체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수행 전체를 0점 처리당함.



서랍에 종이 넣지 말라고 했으면 딱히 억울하지도 않았겠는데


조금 억울하긴 함. 그런데... 그냥, 뭐 내 잘못이 분명하긴 하니까


그냥 수긍하기로 함. 내가 뭘 어떡해. 부정행위라는데, 지금 이렇게


덤덤하게 말은 하지만,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오면


깨고 나서 마음이 많이 아픔.



그리고 영어 내신을 최선을 다해봄. 뭐 어쩌겠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테니까, 젖 먹던 힘까지


다 해서 피 터지게 영어 내신을 공부함. 그리고


어려웠던 영어 기말고사에서 극적으로 100점을 맞게 됨.


그래도 2라도 떴으면.. 하고 학기말 성적 통지표를 봄


내 내신 등급은 4등급이었음.



한 일주일 울고 자퇴할까, 고민하다가


정시를 준비함.


솔직히 일반고 내신 4등급은 오바잖아


이걸로 어떻게 의대를 써 걍 망한 거지 뭐



그래도 정시를 하기로 했으니까 대치로 단과도 다니고


진짜 기를 쓰면서 공부를 했음



학종 준비하면서 꿈이 생겼으니까,


의학도 좋아, 의학도 좋은데


내 꿈은 임상의사가 절대 아님. 임상의사로 살고 싶지 않음.


나는 빅 데이터 사이언스를 깊게 공부해서


의학을 정보과학의 측면으로 조망하고


미래 세상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음.


자세히 말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이 정도로만 말해두려고 함.



솔직히 이유는 없음. 그냥


그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한다면


그 이유가 사라졌을 때 열망도 같이 사그라들 테니까.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떻게든 종합대학 수준으로 괜찮은 의대를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조건 명문대를 가야 하는 이유가 생김.


그래서 진짜 죽어라 했지.



모의고사는 대체로 잘 나왔고, 몇 번을 제외하고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듬.



그렇게 1년을 폐관수련 급으로 공부만 함.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음. 다른 과목은


높은 의대 갈 정도로 괜찮게 점수 나왔는데


1년 동안 계속 날 괴롭혔던 수학이


결국 수능에서 88이 뜨면서


원했던 대학은 하나도 못 가게 됨.



뭐.. 늘 말했지만 과정은 후회 없음. 나름 열공했으니까.


다만, 진한 아쉬움이 남더라고. 난 될 줄 알았는데, 왜 이번에는 안 됐을까.



돌이켜보면 내 인생, 성공했던 기억이 많이 없음.


계속 벽에 부딪혔고, 그 때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그 벽을 극복해야만 했음.



예전에는 내가 해도 안 되는 놈인 것 같아서


마음도 많이 아팠고,


내 노력을 폄하하는 사람들에 의해 상처도 많이 받았었음.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달려온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나름 잘 했다고 칭찬도 해 주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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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인생에 있어서 내가 깨달은 건 이거임.


내가 이 글 읽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가르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냥 나는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 글 씀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실패할 수 있음, 좌절할 수 있는데


그래도 내가 실패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을 때


나 아직 부족하구나, 그런데 나 괜찮아. 충분히 잘 했어 하고


스스로를 칭찬해 줄 때


실패가 실패가 아니게 된다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꿈에 거부당해


막막하고 스스로가 비참해 보여도


결국 내가 했던 과정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니까



실패를 인정하고, 잘 한 점은 칭찬해 주고,


왜 실패했는지 더 생각하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반성한다면


내가 그걸 감히 실패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듬.



아마 앞으로 난 훨씬 더 많이 실패하겠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실망감이


나를 뒤덮는 날도 있을 텐데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도 내가 날 칭찬해야 하니까,


그리고 실패를 통해 나는


삶의 모든 사건들은 양면적이며


내가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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