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수능을 망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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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영역
- (비문학/화작)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정오 판별 수준의 차이
모의고사와 수능은 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이를 문항의 차이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모의고사에서는, 애매하지만 적절해 보이는 선지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능에서는 긴장감으로 인해 대범하게 답을 적고 넘어갈 수 없다.
따라서 문항에서 시간을 더 쓰게 되고, 이는 시험의 운용을 촉박하게 만들어 실수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첫째로,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경험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평가원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은 기출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기출문제에 적절히 반응하여 올바른 답을 고를 수 있는 반응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반응체계를 충분히 정교화하지 못하면, 현장에서 스스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과도하게 많아지게 되고, 이는 안정적인 점수 확보에 악영향을 미친다.
둘째로, 자신의 반응체계를 다양한 문제에 적용해 본 경험이 없을 때 발생한다.
다양한 문제에 의해 입증되지 않은 반응체계는 낮은 신뢰성을 갖는다. 낮은 신뢰성을 갖는 반응체계는 수험생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문제풀이에 확신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든다.
따라서, 다음 해에는 이렇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기출문제에서 요구하는 타당한 반응을 연구해야 한다. 지문은 반응의 대상이며, 문항은 반응의 평가 기준이다.
문항에서 요구하는 사고를 지문에서 어느 정도까지 선험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지를 목격해야 한다.
아울러, 지문 뒤 내용의 처리 방식을 앞 내용만으로 준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단서를 읽으며 뒤에 등장할 내용을 어디까지 준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 방법이 국어 학습의 전반적인 태도를 아우른다면, 두 번째 방법은 반응체계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양질의 문항을 다수 접해 보면서 반응체계를 꾸준히 테스트하는 것이다.
문제를 풀고 난 후, 나의 전략과 태도가 지문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만약 적용에 실패한 지점이 있을 경우 반응체계의 수정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를 꾸준히 점검한다.
다만, 사설 문제의 특성 상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넘겨야 하는지에 대한 경계 판단이 힘들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 (문학) 지문 해석 방법의 부재
본인은 문학 문제 풀이 알고리즘 같은 게 없다. 3년 간 문학 개념어 수업을 들은 적도, 문학 인강을 들은 적도 없이, 늘 그냥 읽고 그냥 풀었다.
봉바상한을 그렇게 다 풀었고, 이번 수능 역시 그렇게 했다. 솔직히 큰 문제는 없었다. 15문제를 17분 정도 풀고 다 맞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잘 정리된 문제풀이 도식 없이 다가오는 지문을 독해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장에서의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문학 영역 역시 준비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번 수능에서 시간이 약간 촉박했는데, 문학에서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은 문학 공부 방법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보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2020년에는 문학 영역의 접근 방식을 정교히 하고, 개념어 판별 기준도 명확하게 할 예정이다.
- (문법) 문제 구조 파악 능력 부족 / ebs 공부 부족
본인은 2020 수능에서 97점을 받았으며, 12번을 틀렸다. 사실 문법 개념이 부족해서 틀릴 만한 문제는 아니며, 현장에서 의미를 파악하여 푸는 문제였다.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이 문제를 틀린 이유는, 긴장으로 인해 문제의 구조를 꿰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 때, 두 번씩 사용된 단어를 모두 정리한 다음, 다의어 여부를 하나씩 차근차근 체크했어야 한다.
사실 이런 방법론이 필요할 정도로 거창한 문제는 아니지만, 평소에 주어진 상황을 알기 쉬운 구조로 치환하여 파악하는 습관이 들어 있지 않으면, 생각이 낭비되게 되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수가 발생한다.
따라서, 문법 문제를 풀 때에는 문제의 구조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있는지, 어떻게 사고해야 빠지는 것 없이 철저하며 효율적일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올해 문법 ebs 공부를 하나도 안 했는데, 12번이 연계된 것을 보니, ebs를 신경 써서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만하지 말고 ebs도 신경 써서 보고, 주목할 만한 점이 있으면 체크하자.
수학 영역
- 계산 능력의 부족
본인은 실수가 잦은 편이다. 6월 모의고사에서는 23번과 28번을 틀려 93점으로 폭삭 주저앉았으며, 다른 모의고사에서도 잊을만하면 실수를 했다.
그래서 어떤 모의고사를 풀어도 계산 실수에 대한 걱정을 늘 놓지 못했다.
그래서 수능도 꽤 망했다. 점수는 노코멘트.
계산력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다. 복잡한 계산을 실수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30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나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고, 당장 드러나는 실수만 정리해서 고치는 데 안주했다.
올해는 현역 때보다 절대적으로 푸는 문제의 양을 늘리며, 풀이과정을 깔끔히 쓰는 연습을 할 것이다.
사실 계산력은 기초적인 문제이니만큼, 대단하고 거창한 해결 방법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작년에는 공부의 방향성 설정에서 패착이 있었을 뿐이다.
- 단원별 전략(행동영역)의 부재 / 낯선 문제 대응 능력 부족
모르는 문제가 나타났을 때, 이에 대응하여 제시할 행동영역이 부족했다.
결국 2020 수능에서 27번에 당황하여 과도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고, 30번을 풀 시간은 남겨 두지도 못한 채 시험이 끝났다.
낯선 문제가 등장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풀기 위한 개념을 떠올린 후 문제의 답까지 이르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이 때, 설계의 근거는 대부분 개념과 기출문제이며, 이를 따라간다면 타당하고 적절한 풀이과정을 거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의 2019년 수학 공부는 미진했다.
준킬러 문항을 해결할 때 직관에 필요 이상으로 의존했으며, 풀이과정을 스스로 납득시키는 과정도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
며칠 동안 계속 고민해 보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 스스로가 안 하느니만 못한 수학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선 개념을 다시 할 생각이다. 양승진 개코를 좀 들어 보며, 행동영역이 적용되는 장면을 관찰하고, 행동영역의 타당성을 스스로 검토해 볼 예정이다.
그리고 n제도 충분한 양을 병행할 텐데, 문제를 풀다 막히거나, 잘 풀리지 않는 장면을 앞으로 철저히 분석할 것이다. 그 장면에서 왜 풀이가 진척되지 않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풀 수 있는지, 두 가지를 중점으로 생각할 것이다.
막히는 장면은 필연적으로 나의 약점을 가리키기에, 철저히 분석해야 할 대상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단순히 풀이를 본다면 약점 체크의 기회를 날리게 되는 것 같다.
내년에는 답지를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한다.
내년에 수학 인강은 양승진 / 현우진만 들을 것 같다.
영어 영역 / 한국사 영역
다 맞았다.
과학탐구 영역
- 과목 선택의 패착
지구과학은 생각보다 유동성이 큰 과목이다. 현재 지구과학2의 경우, 매 시험마다 새로운 유형을 선보이며 학생들을 변별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한 2020 수능을 기점으로 지구과학1 역시 예상치 못한 문제 구성을 통해 학생들을 변별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인의 지구과학1 점수는 47점으로, 못 본 점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지구과학1은 1등급 맞기는 쉬워도 ‘고이기는 힘든’ 과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기로 지구과학1에서 천체 단원이 사라진다. 따라서 비천체에서 킬러 문항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비천체 킬러는 유형을 예상하여 대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어느 단원에서나 킬러를 낼 수 있다는 지구과학1 과목의 특성 상, 비천체 킬러는 현장에서의 순발력과 상황 판단 능력이 문제 풀이의 향방을 좌우하게 된다. 이는 시험장에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또한, 이번 수능에서 느낀 것은, 지구과학1에 비해 생명과학2가 적성에 훨씬 더 맞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생명과학2보다 지구과학1 공부를 훨씬 더 많이 했는데, 생명과학2는 서바이벌에서도 점수가 대부분 44점 이상이었으며, 수능에서도 위기 상황들을 잘 극복하고 다행히 높은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과학1을 현장에서 풀면서,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사고가 멈추고 풀이가 턱 막힌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
그래서 지구과학1을 대체할 과목을 생각하던 중, 고등학교 2학년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 과학탐구 네 과목을 모두 내신으로 했는데, 화학은 유달리 공부량에 비해 점수가 잘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화학을 좋아하기도 한다.
따라서, 2021 수능에서는 적성에 맞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구과학1 대신 화학1을 선택할 예정이다.
2019년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를 통해 더 잘 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2019년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운이 안 좋아서 시험을 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실패의 원인을 운으로 돌린다면, 시험 결과를 내 노력만으로는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수를 컨트롤하는 것도 실력임을 인정한다. 나는 그런 점에서 실력이 부족했고, 그래서 수능을 망한 것이다.
또한 내 공부법에는 약점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겨우 이렇게 공부하고 수능을 잘 보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바보같이 문제만 많이 푼다고, 오래 앉아 있다고 공부를 많이 하는 건 아니다. 전략적으로 부족한 점을 꾸준히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이제 다짐했다. 2019년에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를 했지만, 2020년에는 시험을 못 볼 이유가 없도록 공부할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실속이 없다, 는 것이 내 신념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 내 포부나 목표를 장황하게 적고 싶지는 않다. 다만, 2020년에도 최선을 다해 공부할 것이고, 좋은 결과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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