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면서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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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재수를 결심했었을때 재수가 힘들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힘들거라는 위로들도 별로 와닿지 않았다. 특히 친구들이 힘들거라고 위로해주는거 고맙긴 했는데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나에게 힘내라는 위로들은 형식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냥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대학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재수종합반에 가는 것이었는데
자유인이 되었다는 기분과(학원은 어쨋든 자율이니까) 상경한다는 것 그리고 남녀합반이라는 것 ㅋ...
뭐든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재수학원 스케줄을 본 첫 느낌은 널널하다는 것. 이정도야 고등학교시절에 비하면 널널한 시간표라 생각했다.
서울대도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적이 쉽게 오를 줄 알았다. 12, 1, 2월은 휴식기간이라 생각하고 놀았다.
2월 재종반 시작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본 모의고사...
어디서 봤었는데 공부 안하고 있어도 신기하게 재수하면 처음에는 모의고사 성적이 잘나온다고 했다.
ㅋㅋㅋ 수능보다 훨씬 떨어진 성적이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금방 오를거라 생각했다.
but 처음 3개월을 수능수준으로 올리는데 썼다. (현역 수능은 내 평타정도의 성적이었다.)
3개월은 어쩌다보니 열심히 하지 못했다. (이때는 너무 힘들었다...)
3개월은 열심히 했다. 삼수까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하루하루 포기하고 싶었다. 이제와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럴때마다 그냥 내가 생각했던 최고의 성적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성적을 받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성적을 받아도 원하는 대학을 못갈 것 같았다. 어차피 이렇게 될꺼 오늘 하루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공부했다. 어떻게든 등급을 높여서 수시에서라도 조금이나마 유리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해놔야 다음번에가 수월해질거라고 생각했다.(이건 극단적인 생각이었다.)
수능 2주전 마음이 편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공부했다.
수능 1주전 너무 불안했다. 작년보다 못보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하루하루 기출을 시간재고 풀었다.
수능 하루전 다시 마음이 편했다. 그냥 초탈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수능...
지금까지 본 모의고사, 수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성적이 나왔다. 기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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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점은 뭐랄까 별 이유가 없다. 그냥 힘들다.
난 확실히 이전보다 널널하게 살았다. 근데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혼자 상경해서 그런지 외롭기도 했다. 이 점도 상당히 컸다.
남들은 재수하면서 힘든게 박탈감 때문이라고도 했다. 난 이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별로 부럽지 않았다.
여자 때문에 힘들다고도 한다. 음... 좀 힘들 수 있다.
말이 횡설수설이다. 결국 미괄식 구성..
재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냥 공부하기가 너무 너무 힘들다.
그냥 앉아있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어디선가 본 글이 있다.
인간의 인내심도 하나의 자원이라고. 쓰면 쓸수록 고갈된다고.
그렇다. 고등학교 3년동안 내 인내심은 완전히 고갈되었었다. 한두달 논거가지고는 충전되지 못할만큼
그나마 남아있던 인내심은 재수초기에 다 고갈되었고 재수 중반부터는 정말 책을 보는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것을 참는다는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도 깨달았고... 그러서인지 공부만 해도 운동한것 이상으로 배가 고팠고
한끼에 2인분 정도를 먹어도 살이 빠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단걸 많이 먹었음에도...
대신 피부가 많이 상했다. 피부트러블이 생기면 하루 쉬면 낫는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트러블에 트러블이 겹겹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냥 열심히 한다는 보람감으로 참았다.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별로 힘들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상경한 외로움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거야 보편적인건 아니니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만약 인내심이 고갈되어서 힘들 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생각할때
그냥 공부하라는 것이다. 하다보면 할 수 있다.
공부가 안될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데 집중이 안되서 같은 줄을 읽고 또 읽고 있을때...
30분만 더 읽어보면 어느덧 집중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난 사실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재수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 것이 내가 재수하게 된 이유이며 그것을 극복하는게 하나의 미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람마다 다 케이스가 달라서 재수를 시작하게 될 분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지금까지 쓴 내용도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누군가 나와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재수를 한다는 것은 실력이 워낙 출중한데 그날 실수한 경우가 아니면 뭔가 부족했던 점 때문일 것이다.
그 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걸 9월 10월쯤에 깨달았으니까...
어쨋든 그냥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재수를 시작하게 될 분들 열심히 하셔서 원하는 성적 받으시길 바랍니다.
p.s 원래는 힘들었던점을 쓸라고 쓰다보니 어느덧 느낀점이 된 것 같아 제목을 느낀점으로 바꾸네요 ㅋ..
p.s 그리고 지금 생각나서 쓰는 건데 재수학원 학원 수업은 저만 그렇게 느꼇는지 모르지만(전 한 메이저 재종반을 다녔습니다.)
개념강의는 솔직히 별로고... 그 이후에 문제풀이 할때는 정말 좋습니다. ebs도 좋고요...(재종반 커리가 좀 무너졌다고 하더군요 ebs수업으로 인해)
정말 부족한 과목은 개념인강 한 과목쯤은 듣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언어, 외국어는 딱히 개념이라고 할게 있나 싶긴 하지만 수학같은 경우에는
개념인강이 필요하더군요..(미적분 같은 경우 선행 안하고는 수업을 받기가 힘들었어서) 물론 인강은 최대 1개 정도로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정도는 자습만 하기에는 지루하니까 오히려 윤활류 역활도 하고 괜찮더라구요... 여기까지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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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1발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여섯글자로 요약해드림
재수졸라힘듬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개념강의 말고 문제풀이반같은건 언제 시작하죠? 메이져 재종반경우요~ 4월쯤 들어가면 되나요? 아님 6평 이후??
개념 문제풀이 이런건 단과학원 개념이고요. 사실 J학원의 경우 7월까지 개념 8~9월 심화(문제풀이였나) 10월~ 파이널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이게 ebs때문에 좀 모호해 졌고 개념의 경우도 사탐은 어느정도 저게 맞는데 언수외 같은 경우 개념하는 시기에도 개념보다는 문제풀이를 많이 하는 느낌이네요.
ㅎㅎ
가장 높은 성적... 흔히 말하는 수능대박 축하드려요~
저는 올해는 강북으로 간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재수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 것이 내가 재수하게 된 이유이며 그것을 극복하는게 하나의 미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와 제가 100% 공감하는 부분이네요.. 사람이 노력형과 머리형이 있다면 저는 머리형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또 내신은 노력형이, 모의고사와 수능은 머리형이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 저는 수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대학을 가고 싶었어요. 밤새 공부하는 스타일은 머리 나쁜 얘들이나 문과 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아 저는 이과인데 누구를 비하하는 발언은 아닙니다. 그저 제 과거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 남들이 너 너무 노는거 아니냐 할 때 저는 그 말들을 무시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 다하며 공부했죠. 하지만 수능 보고 채점하고 내 위치 파악하고 재수 여부 따지고 하다보니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수능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