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랭퐁당 [711166] · MS 2016 · 쪽지

2019-09-17 03: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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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 나와 나타샤와 밝은회갈색당나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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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아! 오늘 술 먹자! 부평 시장으로 와라”


친구 민수에게 카톡이 왔다. 민수는 인천 소재의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학을 가면서 민수와 나는 다른 지역에 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서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이를 빌미로 얘는 나한테  자주 연락을 한다. 

민수와 나는 나름 애증의 관계 속에서 우정을 다져왔다.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예비소집 일, 나는 짝지 없이 혼자 앉아있었다. 1학년 반 친구들 중 같이 올라온 애들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새로운 친구를 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짐하며 빈 좌석에 앉았다. 내 결연한 의지를 사뿐히 무시하듯, 아무도 내 옆에 앉지 않았다. 주변은 사람들로 꽉 차기 시작했지만, 내 옆자리만큼은 주인을 애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단짝 친구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민수가 뜬금없이 내 옆에 앉았다. 그 친구 역시 나와 처지가 비슷해 보였다.


‘역시 찐따는 찐따를 알아보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나는 민수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했다. 마음은 공중제비 n번을 돌며 담임선생님 엉덩이를 걷어 찰 수 있는 용기가 생길 정도로 들떴다. 그러나, 본인은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의 후손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에 더 강점을 두는게 맞다고 판단한 나는 무덤덤한 척 하며 민수에게 첫인사를 건네었려고 했다. 그런데, 민수가 선수를 먼저 쳤다.


"저 혹시 이 자리에 앉아도 되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행동하는 나로썬 상당히 당황스러운 행보였다. 얼떨결에 


"네!!!!"


라고 들뜬 대답을 하였다.


'아... 정말 천박하고 없어보이는 대답이다.. 체면은 구겼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민수에게는 한없이 웃고 있는 내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러나 찐따에게 친구가 생기는 일은 너무나도 기쁠 따름이다. 그 날로 민수는 2학년 내내 나의 단짝친구가 되었다. 

2학년동안 민수랑 내내 사이좋았던 건 아니었다. 우연히(?) 나랑 민수는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 학생이었다. 학교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하였고, 프레임에 말려든 우리는 공부에서만큼은 서로 으르렁 거렸다. 시험 끝나는 날은 정말 가관이었다. 시험 종이 울리면 친구들 끼리 가채점이 시작된다. 가채점이 종료된 후, 시험 결과에 따라서 나와 민수의 기분은 극과 극을 달렸다. 민수가 나보다 더 잘친 경우, 


'아 씨이발 나 한~개나 틀렸다 이말이야~~ 승현아 3개 틀린 거도 잘한 거란다~'


거리면서 나에게 기만을 부렸고, 내가 민수보다 잘 친 경우는, 


'민수야... 너 몇 개 틀렸어...? 나... 1개 틀렸어.... 너무 많이 틀렸어..ㅠㅠ..


거리면서 민수를 야루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8월즈음이 되자 우리 우정에는 큰 금이 가 있었다. 서로가 이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해결할 의지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고2, 고3을 보내다보니, 의도치 않게 우린 서로에게 정이 붙어있었다. 라마누잔 합과 같은 관계가 태어난 것이다. (라마누잔합은 자연수를 무한히 더하면 음수가 나오는 결과를 나타낸다.) 서로 경쟁하고 싸우고, 갈등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치다보니 이는 어느새 우정으로 승화되었다. 재수를 거치며 이는 건고해졌고, 대학생이 된 지금, 민수는 그 어떠한 친구들 보다 나와 훨씬 더 가깝고 친한 친구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부평시장을 가려니... 너무 귀찮다. 나는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고 있다. 관악사에서 부평시장까지 가는데 대중교통으로는 대략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아무리 짱친이라 해도, 1시간 40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게다가, 난 웹하드로 오늘 밤을 불태울 영화들을 이미 다운 받아둔 상태였다. 기존 스케줄까지 파괴하며 1시간 40분씩이나 투자하며 민수를 만나러 부평시장에 갈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야 솔직히 너무 멀다. 걍 담에 만나자. 나 어제 추석 끝나고 서울 올라와서 피곤타..."


"마! 캠타에서 부평시장도 1시간은 걸린다 이말이야!! 걍 나오면 안되나? 우리 친구다이가?"


"아 에반데.. 지금 헤피데스데이1 봐야한다고..."


"영화가 중요하냐 아님 친구가 중요하냐? 그리고 오면 친구도 소개시켜줌"


"(솔깃?) 친구?? 인싸 기만ㄷㄷ"


"암튼 오는 거디ㅋㅋㅋㅋ 6시까지 부평시장 역으로 튀어온나"


"아ㅋㅋ ㅇㅋㅇㅋ"


항상 내가 지는 것 같다. '친구 논리'... 어떻게보면 떼쓰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써의 도리이기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해피 데스데이1이 너무 보고 싶다. 지금 시간이... 2시 50분이니깐 영화 한 편 보고 나가면 될 듯 하다. 이미 다운은 다 받아놨으니, 그냥 보면 된다. 


"Hey Seung Hyun, popcorn is necessary for watching moive!!"


"Oh.. I forgot! Thanks Eric:)"


옆 자리 외국인 룸메이트 Eric이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코골이 새끼가 어지간히 조언을 해주니 기분이 조금 언잖아진다. 그러나, 나는 감성적이지 않은 플라토닉한 사람이므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우리학교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외국인을 좋아한다. 동기들 말을 들어보니 QS인가 어쩌구인가 순위를 높이는데 외국인 유치비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솔직히 난 학교의 처신이 이해가 안된다. 당장 외국인들이 기숙사에 일으키는 문제점만 수두룩한데, 이를 '학부생의 맘넓은 배려'로 넘어가라니... 너무 안일한 대처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수용률이 50% 남짓도 되지 않기에 학부생만 고려해도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국인에게 별다른 조건없이 준다는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다. 괜히 과천전문잡대 소리가 나오는게 아니다. 

외국인들의 태도도 사실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아무리 영어가 국제 공용어(이건 사실 미국주장이다.)라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왔으면 최소한 한국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공부는 하고 오는게 상식적이다. 현재까지 내가 본 외국인들은 한국어는 개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인간들이었다. 심지어 내 룸메는 영어마저도 못하는 중국계 싱가포르인이다. 어우... 외국인 욕하니 또 내 체면이 구겨지는 것 같다. 이제 외국인 욕 그만하고 해피데스데이1이나 볼란다. 현재 시간이 3시 10 분이니깐, 편의점 들렸다오면 3시 20분, 영화를 다 보면 5시... 대충 30분정도는 늦어도 크게 화낼 거 같지는 않다. 완벽하다.


(영화 보기 시작)

영화가 되게 신박하다. Time Loop라는 신박한 소재를 저렇게 영화화 할 생각을 하다니... 신기하다. 여주도 되게 매력적이게 생겼고, 그와중에 동양인 비하 실화냐... 망할 할리우드

아니 저 범인 탈 왤케 웃기지ㅋㅋㅋ 공포영화인데 왜 저런 탈을 쓰고 나와서 저 ㅈㄹ이여ㅋㅋ

(계속보는중)

왤케 지루하지... 예고편보면 정신없는 전개 같던데, 너무 루즈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너무 불필요한 장면이 많네ㅋㅋ

(계속보는중)

와 씨 의사섹히 불륜이었어?? 아 에반데ㅋㅋ

(계속보는중)

와 룸메가 범인이라니ㄷㄷ 저게 바로 '배후세력' 이라는 걸까ㅋㅋ 허수아비 한명 내세워서 컨트롤 하는건 좀 신박하긴 하다. 결말 부분이 꽤나 괜찮네. 근데 저 타임루프가 왜 생기는지에 대한 설명이 안나오넹 ㅇㅅㅇ

(끝)


명작 영화 한편을 본 기분이 든다. 인셉션 같은 명작을 볼 때 느껴지는 센세이셔니즘 까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명작계열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문에 의하면 이거 다른 엔딩도 있다던데... 나중에 꼭 찾아볼 것이다. 현재 시각 5시 10분이다. 아직 짐조차 챙기지 않았다. 핸드폰에 카톡이 와있다. 영화본다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듯 하다. 당연히 발신자는 민수이다.


"나 이제 출발함 너도 출발했음??" -4:30 P.M.


어.. 캠타에서 부평시장까지는 1시간 걸리니 5시 반에 도착할건데... 생각보다 일찍 출발했나보다. 근데 난 아직도 짐조차 챙기지 않았다. 일단 카톡으로는 출발했다고 뻥을 치고 빨리 챙겨서 가봐야겠다. 신도림에서 택시를 타면 20분 컷이 가능하다는 지식인 답변이 있었으니, 그걸 믿어야 할 듯 하다.


"어~ 나 지금 지하철 안이야ㅋㅋ 오늘 술로 디질 준비나 해라" -5:11 P.M.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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