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한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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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 패기롭게 이 정도 최저는 뚫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논술 원서를 질렀지만 마지막까지 오르지 않는 성적에 불안함만 커져갔고 수능날에는 가장 자신있었던 국어에서 처음으로 시간 부족 문제를 겪으면서 손을 벌벌 떨며 시험을 마친 기억이 난다.
그 다음으로 빡세게 준비했던 수학 가형에서도 11~15번대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을 느낀 뒤 이미 망한 시험이 아니었나 생각했던 것 같다. 이미 점심을 먹을 때 즈음엔 정신이 나가있었고 같은 교실을 배정받았던 그나마 친한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횡설수설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같다.
그 친구는 정시파이터였고 나는 논술 파이터였기에 종합이 드글드글해서 시끄러웠던 우리반 교실이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열심히 했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들. 그 때의 난 정말로 할 수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나를 보는 모든 어른들이 안쓰러워할 정도로 공부를 했기에, 나도 나름 만족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평가원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실좆이라고 수능이라는 실전 앞에서 나는 좆만이가 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잡는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을 참아가며 논술을 준비했으나 불수능의 여파로 빠지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6광탈을 확인하는 데 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정시 원서를 넣기에는 성적이 너무 부족해서 현역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단어를 입에 올리게 되었다.
"엄마, 나 재수할래..."
원만하지 못한 교우관계 덕에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재수를 결정하자마자 돌아본 나의 고3 생활은, 그 때 당시는 정말 잘 하고 이것보다 노력할 수 있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결정을 내린 뒤에는 너무나도 부족해 보여서.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공간이라면 될 것 같아서. 마음 편히 놀다가 2월 설이 지나고 독재학원에 들어갔다.
학원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잘 될 것 같다, 성공할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작년에도 들었던 말이지만 안일해질 것만 같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고 현역때는 헉헉거리면서 했던 공부량을 단숨에 뛰어넘는 나에게 칭찬하며 해이해지지 않게 노력했다,
그렇게 지난 약 5개월이란 시간의 뒤에는 내가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체력 문제. 계단 5층을 걸어다니기라도 하고, 저녁 시간마다 다른 반 친구와 20분 짬을 내어 걸어다니던 그 시간마저 공부에 들어가니 7월 부터는 체력이 밑이 0과 1사이인 지수함수처럼 줄어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아침에 눈을 뜨기 힘들어하고, 조퇴가 빈번해지고, 심지어는 결석을 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체력 때문이다. 작년 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반에서 체력이 제일 좋았다. 모두가 자는 시간에 나는 절대 자지 않았다. 1년 남짓이 지난 지금은, 머리가 너무 아프다. 너무 피곤하고 자도자도 졸린다. 학원을 가지 못하는 날에는, 주말에 늦게 일어날 때에는 이런 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다. 지금 와서 그만두는 것도 너무 웃기다. 지금와서 그만두면 고졸딱지 붙이고 산 채로 사회에 나가는 건데, 그렇다고 지잡을 가는 것도 원하지 않는데. 이미 몸 몸이 내가 공부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난 내가 원하는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내일부터라도 70여일간 몸 상태가 어떻든 불살라 알에서 깨어나 독수리가 되어 넓은 창공을 날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힘 냈으면 좋겠다. 나만 하는 고생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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