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백장미 [904847] · MS 2019 · 쪽지

2019-08-30 16: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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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한국과 일본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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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질된 일본의 통상정책과 정경분리의 실종


전후 자민당 정권은 평화헌법에 따른 평화주의와 자유무역주의를 전제로 한 통상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자유무역은 비교우위와 국제분업체계에 기초합니다. 국제가격에 국내가격을 맞춤으로써 수입국과 수출국이 상호이익을 얻게 됩니다. 한일 국교회복 이래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형성하였고, 한국은 산업을 발전시킨 끝에 첨단전자산업의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자유무역 성향이 강력해질수록, 양국은 경제적으로 더욱 깊이 연관되게 되며 이는 서로간의 극단적 갈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갈등이 격화되어 관계를 단절하고 싶어도 그 단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아베 정권의 대 한국 수출규제는 공개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무시하고 역사수정주의와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이질적이고 감정적인 조치입니다. 이로 인해 정경분리의 원칙이 붕괴되었으며, 심각한 정치적ㆍ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양국이 경제적으로 전시 상태에 돌입하였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자신의 판로를 자체적으로 봉쇄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2. 대 한국 경제보복의 원인


가장 큰 원인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신일본제철에 대하여 2차 세계대전 당시 불법징용된 강제징용공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에 신일본제철이 불응하자 법원은 국내의 자산을 압류하였고 현재 현금화 단계 직전에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격렬히 반발하며, 1965년 맺어진 한일기본조약ㆍ청구권협정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일기본조약은 한일 수교의 근간이고 국가 간의 약속이며, 이것을 어겼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주어진 '보상'금으로 국가 간의 청구권이 소멸하더라도, 일본 제국과 산하 기업의 불법통치행위로 인해 발생한 개인의 '법적 배상' 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일본이 일본 식민통치의 불법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저 쪽과 말이 통하지 않기 하지만요. (일본은 조선 식민통치 당시에는 그 절차나 통치행위가 합법이었지만, 65년 조약 체결 '시점부터'는 비로소 불법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72년 중일공동성명으로 중국 정부가 모든 전쟁배상을 포기하였음에도 중국인 노동자가 소송을 통해 카시마건설(2000), 니시마쓰건설(2009), 미쓰비시(2016)로부터 배상금을 받고 화해하였을 때, 일본정부는 민간의 일이라며 일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현재 한국정부가 한국대법원의 민사소송은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스탠스였습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한국정부에게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서도요.


이 밖에도 한일 초계기 위협비행사건, 위안부 재단의 사실상 해체, 징용공 문제 3국협의회 거부 등의 일이 뒤따랐습니다. 국방ㆍ정치ㆍ외교의 전면에서 한일이 끝없이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민당 등 일본 여권 일각에서는 불화수소와 정밀기계 수출규제, 한국인 비자제한, 한국내 일본투자자산 철수, 중앙은행 신용철회 등 갖가지 수단으로 한국에 보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3. 경제보복의 단행과 그 무논리성


결국 아베 총리관저의 한국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참의원 선거 이전시기에 우익 포퓰리즘을 부추겨 국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일본내각의 경제산업성은 고순도 불화수소, EUV용 레지스터, 불화 폴리미드 3개 품목에 대 한국 수출제한조치를 발동합니다. 모두 반도체의 제조를 위해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한국은 반도체를 국가경제의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많고 많은 물자 중에 하필 저 3개 품목이 지정되었습니다. 일반인도 손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경제보복입니다. 


경제산업성 장관은 규제를 발표하며 '우호 협력 관계에 반하는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르고, 불행히도 G20 회의까지 만족스런 해결책이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 역시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고 말하며 이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공 문제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시사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정치ㆍ외교문제를 경제분야로 옮긴 일본의 보복조치에 즉각 반발했고, 초강경 자세로 WTO 제소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은 징용공 판결을 수출규제에 연계한 것이 WTO 규정 위반혐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슬그머니 말을 바꿉니다. 


'아! 사실은 한국이 이 물자를 군사적으로 쓸 수도 있고, 이 군사전용물자가 《북한》에 유출될 수도 있음!! 그리고 저번에 한국에 불화수소 수출했는데 행방이 묘연함;; 따라서 이번 조치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안보수출관리로써,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규정 재검토임! '


하지만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화학무기를 제조하고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불화수소가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화학무기를 제조하는 데에는 상용제품으로 충분하며, 입수가 어려운 초고순도의 반도체 식각용 불화수소(순도 99.9999999999%)를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또 자기 제품 팔아먹기 바쁜 삼성전자나 SK가 그 원료를 일부러 북한에 밀입국시킨다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사실보다는 오히려 소설에 가깝습니다. 


또 일본에서 수출한 39.65t의 불화수소가 한국에서 중간공정을 거쳐 되돌아왔는데 0.12t밖에 오지 않아 나머지 39.53t의불화수소의 행방이 불분명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입물품은 최초 원산지로, 수출물품은 최종 목적지로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일본 재무성과 한국 관세청 모두 동일합니다. 39.65t은 최초 원산지인 중국으로 등록되어 정상적으로 일본에 되돌아갔으며, 0.12t은 최초 원산지가 한국인 저순도 불화수소였습니다. 


EUV 레지스트는 네덜란드 ASML사의 고성능 노광기를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찍어낼 때 사용합니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기술개발 경쟁에 있으며, 노광기는 제품의 납입처를 바로 추적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북한에 출하되는 순간 바로 들킨다는 것이죠. 


일본 언론은 156건의 수출위반사례가 있었다며 조선일보 기사를 근거로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라는 것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년간 적발에 성공한 무역관리 사례였습니다. 심지어 그 156건의 사례 중 저 3개 품목은 단 한개도 없었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무역관리 위반사례라며 20건을 공개했습니다. 웃기게도 역시 3개 품목은 단 한개도 없었습니다. 


공신력 있는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한국의 전략물자 무역관리제도가 일본의 것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되려 일본제 카메라 센서가 삽입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점입가경 일본에서부터 불화수소가 북한에 유출된 사례가 발굴되면서 '안보수출관리' 혹은 '무역관리규정의 재검토'라는 변명은 그 무논리와 자기모순으로 인해 빛을 잃은 것입니다.


징용문제->신뢰훼손->수출관리상 부적절 사안 발생(근거 제시한 적 한번도 없음)->안보관리(??)















4. 화이트국가 배제와 안보분야로의 확대, 지소미아


한국은 쉼없이 대응합니다. 우선 외교적으로 부딪혀 보았습니다. 돌아온 것은 창고 같은 회의실에서 반팔차림으로 나와 우리 대표단을 홀대하며 '수출관리규정 재검토는 부적절한 수출관리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앵무새 같이 반복하는 일본 관료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정부와 국민적 차원에서 WTO 제소절차 착수, 3개 품목 수입처 다변화 및 소재부품 국산화 지원, 일본 소매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및 일본여행 보이콧 등 각종 대응조치를 시행합니다. 한편으로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일 비판을 자제하고, 독도방어훈련을 연기했으며, 일본 경산성 당국과 외무성에게 외교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세지를 지속 발신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

'무역관리규정의 재검토는 수출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케시마에서의 영유권 입장에서 볼 때, 한국군의 경고사격은 결코 납득되지 않는다. 극히 유감이다. (러 군용기 독도영공침범 당시)'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


위 발언들만 쉼없이 반복하며 일본정부는 의도적인 무시와 냉소로 임했습니다.


결국 일본은 더 나아가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한국을 삭제하였으며, 기존에 화이트국가/비화이트국가로 분류하던 등급제를,ABC.. 등급제로 나누어 한국을 A에서 B그룹으로 강등시켰습니다. 한국을 우호국에서 제외한 조치이며, 한국 첨단주력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으로 간주되는 조치였습니다. 


애초부터 일본은 방위백서나 외교백서에서 한국을 동남아보다 못한 우선순위의 국가로 서술하고, '기본가치 공유'와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등 한국을 의도적으로 홀대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한일 초계기 갈등과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으로 인해 한일 사이의 우호협력체제와 신뢰관계 자체가 붕괴하면서, 북핵과 주한ㆍ주일미군을 매듭으로하여 유지되던 한일 안보협력마저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똑같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또 UDT, 해병대, 이지스함 등을 투입하여 동해영토수호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한일관계의 훼손으로 인해 극도의 기밀성과 상호신뢰를 요구하는 군사정보교환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에 있어서 상호보완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협정체결 이래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왔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슈퍼 그린파인급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함의 탄도탄 탐지레이더(SPY-1D), 공중조기경보기등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합니다. 이때 동그란 구형(球形)인 지구 곡률로 인해 구체적인 발사 시각 등 초기단계에 있어선 일본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국 측이 미사일의 고도, 거리, 발사장소와 방향 탐지에 더 큰 정밀성을 가집니다. 한편 일본 자위대 측은 수 기의 군사위성과 이지스함, 조기공중경보기, 지상레이더 등으로 우수한 정찰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사일의 형상이나 탄착지점, 전략목표 감시 등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은 군사분계선 인근 신호정보 도청ㆍ탈북자 인적네트워크와 기밀수집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일본은 대잠초계기 비행으로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의 출항과 이동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소미아는 한일 안보협력에 힘을 불어넣는 유용한 협정입니다. 미국은 북핵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북중러 대륙세력 (레드팀)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양국에게 지소미아 체결을 부추겼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의지 속에 2016년 한일 지소미아가 체결되었고, 이후 2017년에 이어진 북한의 폭주 속에서 한미일탄도탄 공동대응훈련을 진행하며 미국 측은 매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의지로 탄생한 한미일 연대의 상징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소미아를 파기했으니 미국이 불쾌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 미국은 현재 미중 무역분쟁, 대만 전투기판매로 인한 양안 갈등,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 러시아와의 중거리미사일 군축조약 폐기, 이란 핵합의 파기와 호르무즈 해협 위기 고조, 세계 각국과의 무역분쟁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입니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일 연대의 단절을 의미하고, 이는 곧 한미일 연대의 약화를 불러오며, 중러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국가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틀어지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국익이 훼손되는 나비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국방장관, 차관보, 국무장관, 합참의장,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이 총출동하여 한국 정부에 '깊은 우려와 큰 실망'을 표현하며 우리를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실망이라는 표현을 그만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고 다시 연장하길 바란다며 또다시 실망 표현을 썼습니다. 


현재로서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 정부 모두에게 '매우 실망(disappointed)'하였다고 말하며, 화이트국가 상호 원상복귀와 지소미아 종료결정 철회를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현재로선 중재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중재요청은 한일 양국이 서로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기대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시국은 어느 때보다 엄중해졌습니다.

일본의 부당조치로 시작된 갈등이 양국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대항조치의 연속으로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습니다.

자칫 작은 불꽃 하나가 전쟁의 도화선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1차대전은 민족주의자의 총탄 몇 알에, 중일전쟁은 노구교의 일본병사 한 명에, 태평양전쟁은 미국의 대 일본 수출금지조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외교와 정치는 교활한 기술입니다. 우직한 원칙론과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강압적인 태도로는 절대 이뤄지지 않습니다. 클라우제비츠에 따르면 나의 의지를 적에게 무력으로 강요하는 행동은 외교나 정치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입니다.

모두가 자중하고 냉정을 찾아, 배려 있는 외교/접점 있는 협상/상호 신뢰에 기반한 우호감정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언론의 선동과 권력자들의 입들을 믿지 마시고 무엇이 부당하고 무엇이 정당한지를 스스로 찾고 생각해보십시오. 무엇이 동북아의 평화와 각국 국민들의 안전과 우리의 행복에 기여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서로 물고 뜯어죽이지 못해 안달난 흉흉한 세상입니다. 몸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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