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초이 [387069] · MS 2011 · 쪽지

2011-12-10 01:44:04
조회수 6,608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295327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