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드 [622527] · MS 2015

2019-05-16 19: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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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 넘지 말자. feat. 포퍼와 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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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는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하게 참으로 판별되는 분석 명제와, 과학적 지식처럼 경험을 통해 참으로 판별되는 종합 명제를 서로 다른 종류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콰인은 총체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구분을 부정하는 논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의 구분에 따르면 “총각은 총각이다.”와 같은 동어 반복 명제와, “총각은 미혼의 성인 남성이다.”처럼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분석 명제이다.

 

그런데 후자가 분석 명제인 까닭은 전자로 환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원이 가능한 것은 ‘총각’과 ‘미혼의 성인 남성’이 동의적 표현이기 때문인데 그게 왜 동의적 표현인지 물어보면, 이 둘을 서로 대체하더라도 명제의 참 또는 거짓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두 표현의 의미가 같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해서, 동의적 표현은 언제나 반드시 대체 가능해야 한다는 필연성 개념에 다시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의적 표현이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되어, 필연성 개념은 다시 분석 명제 개념에 의존하게 되는 순환론에 빠진다.

 

따라서 콰인은 종합 명제와 구분되는 분석 명제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6~20번

 

 

포퍼에 따르면 분석 명제는 참이다.

 

그리고 ①동어 반복 명제 ②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 → 분석 명제

 

~때문이다 이후까지 포함하면

 

①동어 반복 명제 → 분석 명제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 동어 반복 명제 → 분석 명제

 

가 가능한 근거는 동의적 표현(총각과 미혼의 성인 남성) + 필연성 개념(동의적 표현은 언제나 반드시 대체 가능)

 

즉, 동의적 표현 필연성 개념 동어 반복 명제 분석 명제 (본문에 없음!)

 

참고로 필연성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A에 가, 나, 다가 있고 B에 가, 나, 다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

'A는 B이다.'

그리고

'B는 A이다.'

 

두 문장은 동시에 참이고, 대체하더라도 참/거짓이 바뀌지 않음을 확인했다.

(ㄴ이러한 환원이 가능한 것은 ‘총각’과 ‘미혼의 성인 남성’이 동의적 표현이기 때문인데 그게 왜 동의적 표현인지 물어보면, 이 둘을 서로 대체하더라도 명제의 참 또는 거짓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가능세계에서

A에 가, 나, 다가 있고 B에 가. 나, 다가 있다는 보장이 없다.

가령 A에는 라, 마, 바가 있고 B에는 가, 나, 다가 있는 가능세계를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세계에서는 이 둘을 서로 대체하더라도 명제의 참 또는 거짓이 바뀌지 않아 '우연히' 동의적 표현이지만,

'언제나' 두 표현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동의적 표현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필연성 개념으로 이어진다.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같기 때문에 언제나 반드시 대체 가능하다.

 

따라서 필연성 개념을 받아들이면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 '언제나' 동어 반복 명제로 바꿀 수 있고

동어 반복 명제는 분석 명제이므로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도 분석 명제이다.

 

이게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의 논리이다.

(ㄴ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두 표현의 의미가 같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해서, 동의적 표현은 언제나 반드시 대체 가능해야 한다는 필연성 개념에 다시 의존하게 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지문에는 동의적 표현이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되어, (원인)

필연성 개념은 다시 분석 명제 개념에 의존하게 되는 순환론에 빠진다. (결과)

이라고 했다.

 

나는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고 대부분 그럴 것이다.

왜냐면 정상적으로 글을 읽다면

 

동의적 표현 → 필연성 개념 → 동어 반복 명제 → 분석 명제

이런 흐름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이게 순환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아니 생각할 수 없다)

 

원인은 

동의적 표현 → 필연성 개념 → 동어 반복 명제

이런 상태인데

 

결과은

분석 명제 → 필연성 개념

이렇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한 인과 관계가 아니다. 갑자기 비약했기 때문이다.

 

지문에서 순환론에 빠진다고 했으므로

동의적 표현 → 필연성 개념 → 동어 반복 명제 → 분석 명제

       ?             ↑────────────────┘

이 정도로 넘기는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그림만 보면 동의적 표현을 거치고 넘어갈 듯하지만,

실제로 글을 읽을 때 이렇게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글을 못 읽어서 이해를 못한 게 아니다.

지문이 그렇게 생긴 거다.

 

실제로는 이렇다

지문은 분석 명제를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하게 참으로 판별되는 명제라고 했을 뿐이다.

분석 명제는 '정의(definition)'와 '논리 법칙'이 필요하다.

그래야 A는 B이다. B는 C이다. 따라서 A는 C이다.

처럼 명제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이 말하기를 신라면은 세계 최고의 라면이다라고 했다.

을이 말하기를 세계 최고의 라면은 진라면이다라고 했다.

병은 신라면은 진라면이다라고 생각했다.

와 같은 이야기는 이상하다.

 

이는 분석 명제를 말하기 위해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정의를 논하려면 동일한 표현, '동의적 표현'을 논해야한다.

그런데 동의적 표현의 개념을 만들다보니 '필연성 개념'이 필요하다.

필연성을 도입하면 동의적 표현을 분석 명제로 이을 수 있다.

 

하지만 필연성 개념이 가능한 이유는

동의적 표현 → 필연성 개념 → 동어 반복 명제 → 분석 명제

항상 '참'인 분석 명제가 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시작할 때 상황은 분석 명제를 말하기 위해서 정의를 따지던 상황이었다.

정의를 말하기 위해서 동의적 표현이 나왔고

동의적 표현을 말하기 위해서 필연성이 나왔다.

그리고, 필연성을 말하기 위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참'인 것, 분석 명제가 나와야 한다.

 

필연성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암묵적으로 '언제나 항상' 같다는 개념을 받아들인건데

이게 가능하다면 분석 명제도 당연히 가능하다.

이것이 콰인의 반박이다.

 

분석 명제를 말하려고 분석 명제가 가능함을 받아들였다는 것.

 

 

 

시험장에서 분석 명제를 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

솔직히 시험장이 아니라도 떠올릴 수 있는 사람?

 

비약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웠겠지만 지문에서

동의적 표현 → 필연성 개념 → 동어 반복 명제 → 분석 명제

                     ↑────────────────┘

이렇게 알려줬다.

 

그러면 그걸로 된 거다.

내가 적었던 것들이 평범하게 고등학교 수준의 중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알 만한 내용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독서(비문학) 평가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이를 위해 다양한 유형의 글을 활용하여 출제하되, 지문에 포함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의 수준과 범위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저걸 이해하고 풀라는 게 평가원의 목표였을까?

 

우리가 비문학에서 해야하는 수준은

 

1. 배경지식으로 단어 및 문장 이해 (왜 배경지식이냐면 한국어를 알아야 문제 풀이 가능)

+ 지시어가 지시하는 것 파악

 

2. 접속사에 의한 문장 간의 논리 관계

예)

그리고 - 비슷한 내용, 나열

그러나 - 반대 내용

예를 들어 - 구체적인 사례

왜냐하면 - 인과 관계에서 원인

 

3. 글에서 주어진 정의와 관계 적용

 

이정도다.

 

내가 알고 있는 지문에 없는 정의나 성질 등 이용하고

주어지지 않은 관계를 알아내고

제발 선 넘지 말자.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처리하고 적용하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시간 여유롭게 공부해도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수능이 원하지 않는다.

추론은 문제가 요구한 수준의 추론을 하면 된다.

 

2019학년도 국어 31번같은 문제도

추론 단계가 길어져서 그렇지 추론의 논리는 별 거 없다.

 

2019학년도 국어 42번같은 문제도

답만 고르자면 어려운 추론을 요구한 게 아니다.

다분히 결과적이고 내 생각이지만, 평가원에서 그냥 문제 없음으로 종결해버린 이유가

괜히 학생들 겁먹어서 어려운 논리 공부할까봐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어렵게 내면 어떻게 하냐고 묻고 싶다면,

수능 국어 공부하려고 전공 서적 공부할 생각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지금까지 그럴 필요없었는데,

갑자기 그런 걸 요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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