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정시파이터가 국어선생님과 싸운 썰. SSUL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2171204
0.
들어가기에 앞서,
이 썰은 제가 요즘 쓰고있는 '잠이 안 와서 쓰는 현역시절 이야기' 中 한 챕터의 내용입니다.
실화이고, 재미를 위해서 가미된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언젠가 저 이야기를 다 쓰게 된다면 그것도 업로드할게요.
1.
하지만 그런 학교생활과는 반대로 나의 공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솔직히 학기 초 며칠 동안은 나름 (스스로) 열심히 했다. 마닳도 매일 풀고,
인강도 나름 그래도 앉은 자리에서 1강은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복습을 안 해서 그렇지.
나는 노베이스 상태였고, 들어야 할 인강은 많은데
수업 시간이 문제였다.
지금에서야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땐 수업 시간조차도 너무나 아까워서
몰래 다른 과목을 하다가 들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들이 다른 수업도 아니고, 수특으로 수능+내신을 다 잡아 주셨는데
그냥 그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나의 고고한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하지 못했다.
그때는.
2.
무슨 용기였는지, 그놈의 고고한 자존심 때문인지,
하루는 국어 시간에, 그것도 가운데 분단 맨 앞 줄에서
다른 과목을 푸는 진기한 광경을 보여줬다.
국어 선생님은 열심히 수특을 보고 지문을 읽어주시고 계셨는데,
나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적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안경을 쓰신 눈으로 매섭게 나를 노려보시던 선생님과 그만 아이컨택을 하고 말았다.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 맞으나,
그놈의 고고한 자존심이 나는 죄가 없다고 속삭였다.
아니 외쳤다.
선생이 뭔데?!?!?!
뭐 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그만 두고두고 후회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정시 공부하는데요?'
아!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나 자신이 기억을 뇌에서 삭제한 것 같다.
술은 안 마셨지만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국어 선생님과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3.
며칠 뒤에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나에게 말씀하셨다.
'xx아,,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예의는 지켜야지..'
고고한 자존심 발동!
'아니 쓸데없는 것을 가르치니까 그러죠.'
이 바보.
그때는 왜 수업 시간 전에 양해를 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물며 그렇게 예의 없이 굴어도 왜 사과는 하지 않았던 것일까.
중2 학생에게 중2병이 오듯 나에게는 고고한 자존심이 왔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한지 선생님과 인사 안 하기 대결' 이 있으나,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번외로 다루기로 하겠다.
이 모든 것은 고3 현역, 그것도 정시 파이터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경험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즐거움만 남는다.
아, 지금은 두 선생님과 모두 인사도 잘 하고 잘 지낸다.
아마 두 분도 기억에서 지우셨을지도 모른다.
엉엉.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3학년이고 님들은 1,2학년입니다
-
4덮밥까지 좀만 더 힘내요 우리
-
2026학년도 수능특강 선별자료 (수학 2)_울고있는치타 1
-----------------------------------------------...
-
동생한테 동네학원 그만 좀 다니고 김준 함 무봐라 하고싶은데 내가 화학을 찍먹만...
-
난 그래도 한국에서 사는게 재일 편한거 같은데
-
메디컬보다 서울대가 맞는듯 해외에서 찾아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럴려면 서울대가 가장...
-
노는것도 좋지만 학점 어느정도는 챙기십쇼 여기 술먹고 노는거에 미쳐서+ 반수할...
-
가격도 십만원대고.. 얘는 유광이라 그런지 좀 싸구려 같네
-
책 찢을뻔함 진짜
-
2026oz개념 2025교재 써도 문제 없나요?
-
한완수 미적(하)는 2회독 해야될거같음 ㅋㅋ
-
사과게임하는데 시간이 안흐름 ㅋㅋ 이건 뭔 버글까...
-
수1 드릴 0
5부터 할까요 6부터 할까요?
-
생1이나 사문좀 치면 을부터 생1짬바와 사문짬바로 째려보고 2등급 병 www 니까...
-
지금 ebs 모든 지문들 다 교과서 연습문제화 하는 중 0
혹시 필요한 분들은 쪽지로 ㄱㄱ
-
중고나라 또 켜야돼? 하하하
-
이 짤보다 낮은 아이민이라니.....
-
임정환 윤성훈 0
다들 림잇 듣길래 저도 들어야되나 싶고... 작년에 내신으로 개념기출 3회독은...
-
퇴근하는중 0
집가서 야구봐야지
-
어느정도 수준으로 늦은거임?
-
가형 시절 보듯이 지금 선택과목 시절을 보겠죠 ㅎㅎ
-
작수 34443이었는데 시립대 조경학과 목표로 가능할까요.. 단국대 천안 자전에서...
-
미적분학 7
이거 풀어주실분…
-
공부할 때 자유롭게 좀 하고싶은데 기숙 가면 이리저리 제약이 너무 많은 것 같단 말이지..
-
올해 수능보는 08자퇴생이어서 확통은 잘 모릅니다 ㅋㅋ 17번은 활꼴 비슷하게 생긴...
-
당신의 눈앞에는 빨간버튼이 있다. 버튼을 누른다면 자유가 사라진 세계로 6개월간...
-
네이버 댓글 네이트판 펨코 여시 디시로 꺼지세요~
-
가서 요즘 소유욕 너무 심해진거 같이 상담받기로함..
-
궁금한 게 미적을 안 하고 들어가든 물2를 안 하고 공대 가든 3
현 범위가 그렇게 방대한 것도 아니고 걍 필요한 부분 알려주면서 하면 되지 않음…?...
-
아직 1기 4화까지 본 상태고 나한테 스포 아닌 선에서 계속 물어보는데.....
-
"외계인이 소련군 돌로 만들었다"…美 CIA 보고서 ‘화제’ 3
1990년대 작성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며 화제가 되고...
-
전 그래도 좀 뽐뽐뽐 내고 싶은데 디올 지갑까진 가야하나 피규어 팔아서 장만해볼까
-
정치할까 10
맘에 안 듦
-
워마 두바퀴 돌렸고 다음 단어장 살려하는데 둘 중 뭐가 좋나요?
-
이제 피운데이션 끝내고 아이디어 들어가려는데 원래는 파데 킥오프 병행을 목표로했지만...
-
ㅈ같은일 있어서술마셧는데 많이도 아니고 맥주 딱 두캔마시니까몸이 너무나른해져서...
-
1인실or다인실
-
요즘 누가 공무원 해요?…9년 만에 '반전' 무슨 일이 1
“공무원 시험 합격한 선배들, 하루 몇 시간이나 공부했을까?”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
오르비 들어오니까 또 딴짓하고 있네 음음 역시 병행은 힘들구나
-
헐 이미 있었넹 0
검색했는데 왜 아직도 아무도 손풀이같은거 안올렸지??했는데 내가 바보였음..ㅋㅋㅋㅋ
-
흐아앙 5
나는아기인데왜샤워를해야하는거야..
-
기하 짧팁 0
전 이렇게 세팅하는 거 선호함 장점: 컨디션 안탐
-
4·16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복원력 부족 등 ‘내력’에서 비롯됐다는 해양안전심판원...
-
나는 돌 11
나는 돌이야 히히
-
기출코드vs스블 0
뭐가 나을까여?
-
어삼쉬사 푸는게 의미가 있을까요??
-
안다고말해
-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너무 조악하지도 않음그냥 명품 한마디로 정리가 가능함근데 서민인...
-
공룡들이 던져주면됨
나도 수능 공부한다고 선생하고 싸웠는데ㅋㅋㅋㅋㅋ
징계위원회 열렸었음ㅋㅋ
실화? 결국 어케되심
교내봉사 7일에 1, 2, 3학년 학년부장 들이랑 인성부장이랑 교감이랑 강제 상담함ㅋㅋ
와 그래서 학교에서 정시공부 포기하심?
ㄴㄴ
패기 ㄷㄷ
씹 ㅋㅋ저도 똑같은일 당함
고3 정시러는 누구나 당한일아님?
은비추
아 근데 국어는 ㄹㅇ 걸러도 되지않나
읽는데도 개빡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