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비 [811013] · MS 2018 · 쪽지

2019-04-02 22:04:57
조회수 7,548

현역시절 정시파이터가 국어선생님과 싸운 썰.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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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기에 앞서, 


이 썰은 제가 요즘 쓰고있는 '잠이 안 와서 쓰는 현역시절 이야기' 中 한 챕터의 내용입니다.


실화이고, 재미를 위해서 가미된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언젠가 저 이야기를 다 쓰게 된다면 그것도 업로드할게요.



1.


하지만 그런 학교생활과는 반대로 나의 공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솔직히 학기 초 며칠 동안은 나름 (스스로) 열심히 했다. 마닳도 매일 풀고,


인강도 나름 그래도 앉은 자리에서 1강은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복습을 안 해서 그렇지.


나는 노베이스 상태였고, 들어야 할 인강은 많은데


수업 시간이 문제였다.


지금에서야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땐 수업 시간조차도 너무나 아까워서


몰래 다른 과목을 하다가 들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들이 다른 수업도 아니고, 수특으로 수능+내신을 다 잡아 주셨는데


그냥 그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나의 고고한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하지 못했다.


그때는.



2.


무슨 용기였는지, 그놈의 고고한 자존심 때문인지,


하루는 국어 시간에, 그것도 가운데 분단 맨 앞 줄에서


다른 과목을 푸는 진기한 광경을 보여줬다.


국어 선생님은 열심히 수특을 보고 지문을 읽어주시고 계셨는데,


나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적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안경을 쓰신 눈으로 매섭게 나를 노려보시던 선생님과 그만 아이컨택을 하고 말았다.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 맞으나,


그놈의 고고한 자존심이 나는 죄가 없다고 속삭였다.


아니 외쳤다.


선생이 뭔데?!?!?!


뭐 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그만 두고두고 후회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정시 공부하는데요?'



아!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나 자신이 기억을 뇌에서 삭제한 것 같다.


술은 안 마셨지만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국어 선생님과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3.


며칠 뒤에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나에게 말씀하셨다.


'xx아,,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예의는 지켜야지..'


고고한 자존심 발동!



'아니 쓸데없는 것을 가르치니까 그러죠.'



이 바보.


그때는 왜 수업 시간 전에 양해를 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물며 그렇게 예의 없이 굴어도 왜 사과는 하지 않았던 것일까.


중2 학생에게 중2병이 오듯 나에게는 고고한 자존심이 왔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한지 선생님과 인사 안 하기 대결' 이 있으나,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번외로 다루기로 하겠다.


이 모든 것은 고3 현역, 그것도 정시 파이터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경험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즐거움만 남는다.


아, 지금은 두 선생님과 모두 인사도 잘 하고 잘 지낸다.


아마 두 분도 기억에서 지우셨을지도 모른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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