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온느/ [733803] · MS 2017 · 쪽지

2019-03-31 19:41:49
조회수 5,996

[국어 칼럼]신채호 지문으로 보는 지문읽는법/기출분석법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2139823

안녕하세요 헤르미온느 입니다 :)


 콘크리트 지문 칼럼은 다들 잘 읽으셨나요?


 제 첫번째 칼럼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면서 이번에는 2015년 수능 당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신채호 지문을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문장 하나하나가 중요한 지문이라 지문을 쭉 펼쳐 보겠습니다.



 역사가 신채호는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가 무장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이러한 생각은 그를 투쟁만을 강조한 강경론자처럼 비춰지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식민지 민중과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 간의 연대를 지향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는 모순되지 않는 요소였던 것이다. 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상의 핵심 개념인 '아' 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채호의 사상에서 아란 자기 본위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인 동시에 항상 나와 상대하고 있는 존재인 비아와 마주 선 주체를 의미한다. 자신을 자각하는 누구나 아가 될 수 있다는 상대성을 지니면서 또한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아가 생성된다는 상대성도 지닌다. 신채호는 조선 민족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를 저술하여 아의 이러한 특성을 규정했다. 그는 아의 자성, 곧 '나의 나 됨'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항성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하려는 변성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아는 항성을 통해 아 자신에 대해 자각하며, 변성을 통해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식을 갖게 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자성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였다.


 신채호는 아를 소아와 대아로 구별하였다. 그에 따르면, 소아는 개별화된 개인적 아이며, 대아는 구가와 사회 차원의 아이다. 소아는 자성은 갖지만 상속성과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반면, 대아는 자성을 갖고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상속성이란 시간적 차원에서 아의 생명력이 지속되는 것을 뜻하며, 보편성이란 공간적 차원에서 아의 영향력이 파급되는 것을 뜻한다. 상속성과 보편성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보편성의 확보를 통해 상속성이 실현되며 상속성의 유지를 통해 보편성이 실현된다. 대아가 자성을 자각한 이후, 항성과 변성의 조화를 통해 상속성과 보편성을 실현할 수 있다. 만약 대아의 항성이 크고 변성이 작으면 환경에 순응하지 못하여 멸절할 것이며, 항성이 작고 변성이 크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우월한 비아에게 정복당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아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투쟁과 연대에 관한 신채호의 인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직면하여 그는 신국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조선 민족이 신국민이 될 때 민족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신국민은 상속성과 보편성을 지닌 대아로서, 역사적 주체 의식이라는 항성과 제국주의 국가에 대응하여 생긴 국가 정신이라는 변성을 갖춘 조선 민족의 근대적 대아에 해당한다. 또한 그는 일본을 중심으로 서구 열강에 대항하자는 동양주의에 반대했다. 동양주의는 비아인 일본이 아가 되어 동양을 통합하는 길이기에, 조선 민족인 아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식민 지배가 심화될수록 일본에 동화하는 세력이 증가하면서 신채호는 이 개념을 더욱 명료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그는 조선 민중을 아의 중심에 놓으면서, 아에도 일본에 동화된 '아 속의 비아'가 있고, 일본이라는 비아에도 아와 연대할 수 있는 '비아 속의 아'가 있음을 밝혔다. 민중은 비아에 동화된 자들을 제외한 조선 민족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는 조선 민중을, 민족 내부의 압제와 위선을 제거함으로써 참된 민족 생존과 번영을 달성할 수 있는 주체이자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과의 연대를 통하여 부당한 폭력과 억압을 강제하는 제국주의에 함께 저항할 수 있는 주체로 보았다. 이러한 민중 연대를 통해 '인류로서 인류를 억압하지 않는'자유를 지향했다. 






 신채호 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어느 문단에 있는가 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첫 문단에서 필자는 힌트를 줬습니다만, 중간에 나오는 소아와 대아, 항성과 변성, 상속성과 보편성 등 쏟아지는 유사 단어들에 대한 설명 때문에 핀트를 잘못 잡으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문단에서 필자는 ' 하지만 그는 식민지 민중과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 간의 연대를 지향하기도 했다' 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이 바로 나오지 않고 마지막 5문단에 가서야 나옵니다. 하고자 하는 말을 intro만 설명하고 부연설명은 맨 뒤에서야 하니, 심지어 중간에 자성, 변성, 소아, 대아 등등 어려운 개념들이 나오니 학생들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지요. 


 분명히 1문단 마지막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상의 핵심 개념인 '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라고 했습니다. 투쟁과 연대가 모순되지 않는 요소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결국 아를 이해한다는 것이죠. 2,3 문단은 결국신채호의 사상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는 문단일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모두를 낚았던 19번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습니다.




19.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신채호가 를 쓴 것은, 대아인 조선 민족의 자성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유지, 계씅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한 것이겠군.

 2. 신채호가 동양주의를 비판한 것은, 동양주의로 인해 아의 항성이 작아짐으로써 아의 자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겠군.

 3. 신채호가 신국민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것은, 대아인 조선 민족이 시대적 환경에 대응하여 비아와의 연대를 통해 아의 생존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겠군.

 4. 신채호가 독립 투쟁을 한 것은, 비아인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 아의 상속성과 보편성 유지를 불가능하게 하기에 일본 제국주의와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군.

 5. 신채호가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과 식민지 민중의 연대를 지향한 것은, 아가 비아 속의 아와 연대하여 억압을 이겨 내고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군.



 답은 3번 인데요. 대아인 조선 민족이 시대적 환경에 대응하여 비아 속의 아와의 연대를 통해 아의 생존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단순 말장난일까요?


아닙니다. 아까 설명했듯이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 즉 5문단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문제였던 겁니다. 5문단에는 '일본이라는 비아에도 아와 연대할 수 있는 '비아 속의 아'가 있음을 밝혔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는 1문단에서 '투쟁과 연대는 모순되지 않는 요소였다' 라는 언급과도 일맥상통하지요. 



 

 이런 식으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인지를 알고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도 새로운 칼럼으로 찾아올게요! ㅎㅎ




---------------------------------------------------------------------------------------------------------------------------------

[국어 칼럼] 콘크리트 지문으로 보는 지문읽는법/기출분석법 

https://orbi.kr/00022136655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기모씨 들어오세요 · 879548 · 19/03/31 20:16 · MS 2019

  • 안기모씨 들어오세요 · 879548 · 19/03/31 20:20 · MS 2019

    님 글을보면서 '문제는 어디서 출제되는지' '하고싶은 말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된다는걸 알았는데요 더 파악해야할 부분들을 알려주실수있나요???

  • 말씨발존나예쁘게함 · 759527 · 19/03/31 21:07 · MS 2017

    형님 콘크리트 지문 주소 https://orbi.kr/00022136655 바꾸세여

  • 헤르미온느/ · 733803 · 19/03/31 21:07 · MS 2017

    감사합니다.

  • 한손에총들고 · 833514 · 19/03/31 22:24 · MS 2018

  • xxxibgdrgn · 861009 · 19/04/03 14:17 · MS 2018

    19번 3번 선지는 '비아와의 연대' 말고도 더 크게 틀렸던 선지였죠.

    3. 신채호가 신국민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것은, 대아인 조선 민족이 시대적 환경에 대응하여 비아와의 연대를 통해 아의 생존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겠군.

    4문단 - 이러한 아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투쟁과 연대에 관한 신채호의 인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직면하여 그는 신국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조선 민족이 신국민이 될 때 민족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5문단 - 식민 지배가 심화될수록 일본에 동화하는 세력이 증가하면서 신채호는 이 개념을 더욱 명료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그는 조선 민중을 아의 중심에 놓으면서, 아에도 일본에 동화된 '아 속의 비아'가 있고, 일본이라는 비아에도 아와 연대할 수 있는 '비아 속의 아'가 있음을 밝혔다.

    '신국민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때는 4문단의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때였고,
    '비아 속의 아와 연대' 한 것은 5문단의 '식민 지배가 심화될수록 일본에 동화하는 세력이 증가' 했을 때 였습니다. 따라서 3번 선지는 완전 앞뒤가 안 맞는 선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