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집시할배 [849753] · MS 2018 · 쪽지

2019-03-30 16:33:56
조회수 962

자작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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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인지 모를 그 위로부터

달빛은 여전히 너를 비추는데

부름에 답한 너의 노랗게 뜬 눈에

짙게 검은 독니가 박혀 있다

미소 속 가득한 송곳니조차 보았다

그런 너의 영광을 찬미한다


한 시절

찬란한 달빛으로부터 내려와

황금빛 날갯짓을 하던 

너를 기억한다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할

승냥이 불여우 떼와 망령들이 

공장 연기 같은 숨을 내쉬며

너를 할퀴고 심장에 구멍을 냈다

너는 그저 날개를 접고 웅크린 채

부드러운 입술에 알쏭달쏭한 미소를 띄었다

그조차 오만으로 느껴졌기에

그들은 너의 날개를 산산조각을 냈다

너는 그 순간에도 알 수 없는 미소로 화답했지만

다만 너의 온 몸에 검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승냥이의 발톱조차 운명의 실타래에 감기고

망령들의 곡소리가 온 세상에 퍼지는 때

너는 날개도 잃고 

온 몸에 흉측한 검은 꽃이 핀 채로

구부러진 몸 사이로 얼굴을 다시 들이민다 

광기어린 얼굴을 본다

축복의 달빛은 저주의 빛이 되어 너를 비웃는다

그런 너의 영광을 찬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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