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Question

저 단어가 요즘 많이 내 머리 속에서 맴돌곤 한다.

11월 중순부터 3월 초순 까지. 나는 아프고 또 아팠음을 안다.

나를 아프게 만든 것 무엇인가. 아마도, ‘대학’의 부재로 부터 오는 불안감과 실패로 말미암아 내게 오는 비난과 조롱이지 않았겠는가. 그를 덤덤히 받아내기 위해, 나는 울고 또 울어야만 했다. 우는 것만이, 그 아픔을 풀어낼 수 있고 정면승부할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3월 17일, 나는 1.5평 짜리 고시원에 갇히게 되었고,

말을 건넬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이 곳에서 추위와 외로움과 싸우게 되었다.

-첫날 밤

스무살 우리 LCK 한화생명 이스포츠가 경기하는 날이었고,

정확히 패배했다. 한화생명 팬이었던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종각을 빠져나왔다. 고시원에 도착하고 나서, 모든 것이 낯설어

과연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나 마음 속 한 편으로는, 즐겨듣던 ASMR을 꾸깃꾸깃 들으면 잘 수 있다는생각은 들었다. 난방이 잘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후드티와 바지를 입고 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새벽 3시 즈음 나는 잠 들었다.

-이튿날 아침

작년 현장강의 자료를 들고 토즈에 갔다. 4개월 동안

내가 한 거라곤, 원딜 CS 잘 수급하는 연습, 칼리스타 콤보 연습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재미있어서 게임을 했던 것이 아니라, 마음이 너무 적막해서 피씨방을 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겁 났다. 4개월 동안 나태하고 방탕한 생활을 보내왔던 나인데,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까. 내게는 그런 체력이 지금 있을까.

-토즈에서

토즈 독서실 시설이 참 좋았다. 1년 이용권을 156만원 지불하고처음 쓰게 되었는데, 생각 보다도 집중이 매우 잘 되었다.

시집 ‘기항지’를 들고 가서 시 몇 편을 감상했다. 예전에 이해가 전혀 가지 않던 구절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수능을 준비하던 그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미있어서 하게 되는 공부. 그것을 하기 시작했다.

할 수 있을까, 집중할 수 있을까.

그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간이 4개월이었다.

그러나, 막상 와 보니, 나는 적응을 잘 하게 됐다.

활강은 두렵고, 일자형으로 스키를 타지 못하는

스키 초보가 갑자기 자연스럽게 일자형으로 슬로프를

내려가기 시작한 광경을 본듯한 느낌.

-오늘

이제는 돌아왔다. 작년의 내 모습이 꼭 돌아온 것 같다.

다행이다. 고시원에서도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ASMR을 듣지 않으면 잘 수 없지만. 공부의 방향이나, 집중도, 시간 효율, 삶. 모든게 잘 돌아가고 있다. 올해에는, 이지영의 싸인 따위를 받으면서 그에게 열광했던 시간을, 내 삶을 다시 적고 기록하는 시간으로 갖겠다는 그 다짐도 잘 지키고 있다.

하루하루, 내가 느낀 감정선과 지금 고민하고 있는 난제,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적고 또 적었다. 오늘은, 한계령의

‘은자’에 해당하는 내 사람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9년간 만나지 않은 사람. 그러나, 내 추억 속에서

아직까지도 살아 숨쉬는 사람. 만나야 할까. 아니면

고스란히 추억 속에서만 그를 보존해야 할까.

나는 그 기로에서 ‘만남’을 택했다.

이제는 늙어버린 그녀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예전의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아니었던 것.

시간이 참 많은 것들을 빼았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와 새로운 추억을 쓰겠다 그리 다짐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즈음, 공주복합터미널 행 티켓을 끊었고,

나는 일종의 희귀한 경험을 하러 ‘유토피아’에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무엇이 벌어질 것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늙어버린 그녀의 목소리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는 것.

모스트포 · Accepted Answer

옯 문학상

밀레ㄴ1엄베ㅇ1ㅂ1 · Answer

탈르비한다면서요? ㅋㅋ사수확정

Ieilllio · Answer

옯에 글좀 자주써주세요  sns다 끊어서 님 인스타 글도 못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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